중국IT의 심장, 화웨이는 어떤 기업인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중국IT의 심장, 화웨이는 어떤 기업인가

글 : 한우덕 / 중앙일보 차이나랩 2025-08-26

화웨이는 중국 정보기술 산업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IT 솔루션이 화웨이가 구축한 정보 인프라 위에서 움직인다. 힘은 해외로 뻗친다. 170여 개 나라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다. 그러기에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더욱 집요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매출을 약 22.7% 불렸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애플을 중국에서 밀어낼 기세다.

‘화웨이는 어떤 기업인가?’ 다시 제기되는 문제다. 베일에 가려진 화웨이를 분석하는 논문과 책도 여럿 발표되고 있다. 오늘 그 화웨이 얘기다.


화웨이를 다룬 국내 번역서



화웨이를 이끄는 그는 누구인가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창립자이자 CEO인 런정페이(任正非)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를 ‘군인 출신의 공산당 당원’ 정도라고 생각한다. 오산이다. 그는 과학적 지식이 뛰어난 기술자이자 발명가였다.


중국은 지난 1978년 말 개혁개방의 길로 접어든다. 그해 3월 베이징에서 전국과학대회가 열렸다. 덩샤오핑이 기획한 행사. 전국에서 6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석했다. 이 대회 최연소 참석자가 런정페이였다(당시 33세). 훗날 화웨이를 창업하게 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1968년 대학 졸업과 함께 군에 입대했다. 원해서 간 건 아니다. 당시 중국은 기술병과 병사가 필요했고, 충칭건축공정학원(이후 충칭대학에 흡수)에서 ‘가스 공급 및 환기 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자의 반 타의 반 입대해야 했다. 문화혁명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그는 “군대에서 오히려 차분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연구하는 군인이었다. 복무 기간 중 런정페이는 물에 뜨는 기구(氣球)를 활용한 압력 평형기를 개발하게 된다. 관영 신화통신에 실릴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 발명으로 그는 스타 군인 엔지니어가 됐고, 인민해방군 대표로 과학대회에 참석하게 된다.


런정페이는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관리자라기보다는 실사구시형 행동가에 가까웠다. 화웨이가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건 이런 성향을 반영한다.


런정페이가 개발한 '기구(氣球) 압력 평형기' 소개 책자

독특한 지분구조


화웨이가 서방 글로벌 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독특한 지분 구조에 있다. 주식을 누가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화웨이는 지분 구조가 ‘1+N’ 형태라고 말한다. 2024년 12월 31일 현재 런정페이가 지분 0.65%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99.35%는 공회(工會·노동자 조직)가 갖고 있다. 공회는 지분을 다시 종업원에게 분배한다. 지난해 말 현재 약 16만 명의 직원이 주식을 나눠 갖고 있다. 그러니 '1(화웨이)+N(직원)'이다. 화웨이는 이를 들어 ‘종업원이 주인인 회사’라고 주장한다. 


아니다. 지분의 성격이 다르다. 이 주식은 주주로서 갖는 일반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배당·증자 등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게다가 퇴직하면 주주 자격은 박탈돼 회사에 되팔아야 한다. 이 주식은 실체가 없다. 그냥 가상 주식이다. 그러기에 간단한 회계 처리로 매각이 이뤄진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니, 차액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종업원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화웨이는 2024 회계연도에 주당 1.41위안의 배당을 결정했다. 종업원 1인당 평균 약 48만 위안(약 9000만원) 꼴, 직원들로서는 ‘대박’이다. 런정페이는 “이 제도가 직원의 애사심을 높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IPO(기업공개)를 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러니 화웨이 종업원은 ‘성장의 수익은 나누되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는 존재’다. 회사의 주인은 아니다. ‘정치는 신경쓰지 마라, 대신 배는 따뜻하게 해주겠다’는 국가 지도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서열은 세 번째이나 사실상 최고 권력자


그렇다면 회사 최고 실력자는 누구일까?

화웨이 리더십을 구성하고 있는 상부 3개 직위를 주목해야 한다. 이사회 의장(董事長), 순환 회장, CEO(總裁) 등이 그것이다. 

이사회 의장은 대외적으로 화웨이를 대표한다. 그는 회사의 경영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의견은 내지만, 직접 경영 활동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상징적 성격이 짙다. 현재 량화(梁華)가 맡고 있다.


회사의 주요 경영 전략을 결정하는 건 순환 회장의 몫이다. 최고 경영층 인사 3명이 6개월씩 돌아가며 맡는다. 현재 순환 회장은 쉬즈쥔(徐直軍). 오는 9월까지 하고, 10월부터는 다음 차례인 후호우쿤(胡厚崑)에게 바통을 넘긴다. 다시 6개월 뒤에는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孟晚舟)가 순환 회장에 오르게 된다. 화웨이는 이 제도가 1인 경영의 독단을 막고, 경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런정페이는 직제상 3번째로 등장한다. 직책은 ‘종차이(總裁)’, 우리 식으로 CEO다. 그는 일상 경영 활동을 총괄한다. 서열 세 번째지만 그는 회사 주요 사안에 대한 사실상의 최고 결정권을 갖는다. 인수합병(M&A), 대형 투자 등 이사회의 핵심 결정 과정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경영의 사실상 최고 의사 결정권자는 런정페이인 셈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를 들어 화웨이의 실제 주인은 '인민해방군 출신 공산당 당원'인 런정페이라고 주장한다. 공산당의 실질적 지배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은 근거로 화웨이에 설립된 공산당 위원회(당 위원회)를 지목한다.



화웨이를 오랫동안 관찰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에바 더우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된 책 『화웨이 쇼크』에서 “당 위원회는 2006년부터 간부의 임명을 거부하거나(거부권), 해고할 수 있는 권한(탄핵권)을 보유했다”며 “최고 경영진도 때로 당 위원회에 불려가 자아비판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당 위원회는 인사뿐만 아니라 주요 경영 전략 결정 과정에도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 또 다른 명령 체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국유기업도 아닌 화웨이는 왜 정부의 지원을 받나


그렇다고 화웨이를 순전한 국유기업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엄연한 민영기업이다. 


출발부터 그랬다. 런정페이는 지난 1987년 광둥성 선전에서 5명의 투자자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들과 경영 방침을 놓고 격하게 대립했고, 법정 다툼을 통해 결별해야 했다. 런정페이는 회사 지분을 모두 회수하는 데 10여 년이 걸렸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 자금이 들어올 틈이 없다는 얘기다.


국유 통신기업인 ZTE와의 관계도 화웨이가 민영기업임을 시사한다. 둘은 경쟁 관계를 넘어 철천지원수였다. 서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화웨이가 국유기업이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국유기업은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유 은행을 동원해 해외 진출을 돕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왜 화웨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걸까?


런정페이의 탁월한 정치 감각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군 출신인 그는 당국의 정책 방향을 정확히 읽고, 그에 맞춰 기술 및 해외 시장 전략을 내놨다. 화웨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해외 진출(走出去) 정책,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몽’ 실현을 위해 항상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민영기업과는 달리 당 위원회의 활동도 중시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민영기업 특유의 경영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시장 친화적 경영은 혁신을 낳았다. 어느 덧 경쟁자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 정부는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해 화웨이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서로 필요한 존재였던 셈이다.


런정페이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민영 기업가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 결과가 오늘의 화웨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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