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짧은 인생, 당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알고 보면 짧은 인생, 당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5-08-22

중년의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건네왔다 <6화>


 



-줄거리-


1950년대 영국 런던. 의상실 ‘우드콕’을 운영하는 레이놀즈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린다. 모든 걸 다 갖춘 남자이지만 철저히 자기 중심적인 성격 때문에 연애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데. 어느 날 그에게 다가온 알마는 앞서 그에게 ‘버림’받은 여성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한다. 강해 보이는 척하는 그를 완전히 무너뜨려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간 레이놀즈를 거쳐 지나간 여성이 알마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최고의 디자이너로 칭송받는 데다가 잘생기기까지 한 그에게는 여성이 끊이지 않았죠. 그러나 깊은 관계를 맺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애인이 자신에게 더 많이 헌신하라고 요구할 때쯤 늘 떠나보냈기 때문입니다.


알마는 그간 레이놀즈가 만나온 여성과는 사뭇 다른데요. 그녀는 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였으니까요. 레이놀즈는 예전의 연애에서는 없었던 두려움을 느낍니다. 분명 밀쳐냈는데 매번 자기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온 그녀를 발견하게 됐으니까요.


고요한 자기 일상에 소음을 끌어들이는 알마에게 레이놀즈는 일정한 거리를 지켜달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내고, 알마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를 아기처럼 나약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죠. 자신을 찾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게 하려고요.

 




알마가 레이놀즈를 바꾸기 위해 쓴 건 ‘독’이었습니다. 음식에 소량의 독버섯을 섞어 그를 쓰러지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이런 발상을 한 건 레이놀즈가 과로로 며칠씩 드러누웠을 때를 종종 봤기 때문인데요. 그때의 레이놀즈는 알마를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 아니라 분명 스스로도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레이놀즈는 독버섯을 삼킨 뒤 고꾸라져버렸고,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알마의 모습을 봤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며칠의 시간은 그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죠. 자신은 이제껏 잘못 살아왔고,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고요. 이 일은 알마 없인 불가능하다며 레이놀즈는 그녀에게 청혼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레이놀즈는 일중독자의 삶으로 돌아오는데요. 성취를 최우선에 두는 자신의 본성, 그리고 수십년간 일하며 얻게 된 삶의 관성 때문이었죠. 심지어 결혼을 후회하기도 하는데요. 알마는 그를 바꾸기 위해 보다 대범해집니다. 처음 독버섯을 갈아 넣을 땐 레이놀즈 몰래 했다면 이제 앞에서 대놓고 섞기 시작한 것입니다. 레이놀즈 역시 이를 알면서도 음식을 입에 밀어 넣죠.

 




레이놀즈의 꿈은 그저 유명 디자이너가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불멸의 존재가 되길 원했죠.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제시할 수 있는 예술가로 남길 바랐습니다. 그는 옷의 솔기에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 같은 방식으로 자기 정신은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말이죠. 


그러나 누구도 불멸의 존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알마는 레이놀즈에게 삶의 유한함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인생에는 끝이 있기에 우리는 어느 정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요. 버리지 않고는 소중한 것을 채워 넣을 수가 없다고요.


독이 섞인 음식을 내민 건 인생의 우선순위를 한번 바꿔보자는 알마의 초대였습니다. 레이놀즈가 음식을 삼킨 건 초대를 받아들이는 행위였죠. 쓰러짐을 통해 ‘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무너져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인생은 모든 것을 거머쥐기엔 너무 짧다고요. 인생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선 자기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고요. 우선순위가 일단 세워지면 2, 3순위는 어느 정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사랑을 위해 자기 욕망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비로소 삶의 질서를 찾은 레이놀즈처럼 말입니다. 



<팬텀 스레드>를 볼 수 있는 OTT(7월 31일 기준): 왓챠, U+모바일tv, 쿠팡플레이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2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