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 가입하면 내 적립금을 금융기관이 알아서 굴려주나요?
글 : 김현욱 / 미래에셋증권 상무 2025-08-14
퇴직연금(DB, DC)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퇴직금 재원을 금융기관(퇴직연금사업자)을 통해서 외부에 적립하고, 적립된 돈은 DB의 경우 회사(사용자)가, DC의 경우 근로자(가입자)가 스스로 운용(투자)해야 합니다.
적립금을 운용(투자)한다는 것은 퇴직연금사업자로 선택한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상품 안에서 DB는 회사가, DC는 근로자가 원하는 상품에, 원하는 비중으로 투자해달라고 결정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를 “운용지시”를 한다고 표현합니다. IRP도 DC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입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해야 합니다.
금융상품은 예금, 보험, 펀드, ETF, 리츠 등 종류가 다양하며 금융업권(증권,은행,보험)별, 금융기관별로 제공하는 종류 및 갯수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하고자 하는 금융상품 종류를 제공하는지, 종류별로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하는지를 따져보고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상품과 정보 안에서만 운용지시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운용지시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회사가 납입해주는 돈(부담금)에 대한 운용지시와 이미 쌓여있는 돈(적립금)에 대한 운용지시가 있습니다. 전자를 “부담금 운용지시”, 후자를 “적립금 운용지시”라고 합니다.
회사는 부담금을 규약에 정한 납입주기에 따라 매년1회 이상 정기적으로 납입해야 합니다. 납입주기는 일반적으로 DB는 연납(연1회)으로 하고 있으며, DC는 월납, 분기납, 반기납, 연납 중에서 노사가 합의로 정해서 규약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DB 납입주기가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DC 납입주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주 납입해주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매월 납입해주는 회사의 DC 가입자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가입자는 매월 회사가 납입해주는 부담금을 운용(투자)하기 위해서 매월 납입일에 맞춰서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 운용지시를 해야 한다고 하면 너무 불편할 것입니다. 그래서, 부담금이 납입되면 사전에 정해놓은 금융상품을 자동으로 매수하도록 시스템에 등록해 둘 수 있습니다. 즉,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부담금을 어떤 금융상품들에, 어떤 비율로 자동으로 매수할 것인지 금융기관(퇴직연금사업자) 시스템에 등록해 둘 수 있는데, 이를 “부담금 운용지시”라고 합니다. 부담금 운용지시를 변경하지 않는 한 향후 입금되는 부담금은 계속해서 등록되어 있는 상품들로 자동으로 매수 됩니다.
한편, 적립금에 대해서도 상품을 교체하는 등 운용(투자)을 해야 하는데, 이를 “적립금 운용지시”라고 합니다. 적립금 운용지시는 금융업권로 “교체매매”, “스위칭” 등의 용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DC 가입자인 홍길동은 부담금에 대해서 “A예금 50%, B펀드 50%” 투자하도록 운용지시를 했습니다. 매월 부담금이 입금되면 자동적으로 절반은 A예금을 매수하고, 나머지 절반으로는 B펀드를 매수합니다. 적립금은 A예금에 000만원, B펀드에 000만원으로 쌓여 있습니다. 이때 가입자 홍길동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얻어서 B펀드에는 투자하지 않고, C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홍길동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서 두번의 운용지시를 해야 합니다. 먼저, 적립금에 대한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데, B펀드를 매도하고, C펀드를 매수하도록 등록합니다. B펀드를 매도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입금되는 부담금은 자동적으로 “A예금 50%, B펀드 50%”를 매수하게 됩니다. 따라서, 향후 입금될 부담금으로 “A예금 50%, C펀드 50%”를 매수할 수 있도록 등록되어 있는 부담금 운용지시 내역을 수정해야 합니다.
며칠 후 B펀드가 매도되어 현금으로 입금되면, 금융기관 시스템이 알아서 입금된 돈으로 C펀드를 매수해줍니다. 그리고, 이후 입금된 부담금의 50%는 A예금을 매수하고, 50%는 C펀드를 자동으로 매수해줍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중지하기 위해서는 적립금 운용지시를 통해서 해당 금융상품을 다른 상품으로 바꿔야 하고, 등록되어 있는 부담금 운용지시 내용을 변경해야 합니다.
다만, 일부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부담금 운용지시 상품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예컨데, 금융상품이 상시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으로 만들어지거나, 제공 한도가 있거나, 실시간으로 매수하고 자 하는 ETF 등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런 금융상품들은 적립금 운용지시를 통해서만 매수가 가능합니다.
DC 가입자, IRP 가입자의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금융상품 및 정보를 기반으로 본인 스스로 운용(투자) 결정을 해야 합니다. 특히, 펀드를 투자하고 있는 경우에는 필요시 적절한 시기에 다른 펀드로 교체해야 합니다. 이처럼 본인 스스로 운용(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상품 및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속적인 관심이 어렵다면 자산배분형 금융상품 또는 자산배분서비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산배분형 금융상품이란 특정 종목, 특정 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상품 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TDF입니다.
자산배분서비스란 금융기관이 대신 운용해주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금융기관이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변경하면서 운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현행법상 운용지시는 가입자의 확인이 필요하므로 포트폴리오 변경 시 문자, 카톡 등을 통해서 동의를 해줘야 합니다. 모든 금융기관이 자산배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므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미래에셋증권은 “MP구독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한다고 금융기관이 알아서 내 퇴직금을 굴려주지 않습니다. 특히, DC가입자는 본인 책임하에 본인의 퇴직금을 직접 굴려야 하므로 선택한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상품 및 정보를 잘 이해하고 적립금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현재 가입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상품 및 정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금융기관 변경을 회사에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김현욱 미래에셋증권 상무
퇴직보험 및 퇴직연금 분야에서 27년간 몸담아온 전문가로, 퇴직연금제도의 설계부터 사무처리, 시스템 개발, 마케팅, 영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깊은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퇴직연금 컨설팅과 자문은 물론, 실제 퇴직연금 사무처리 시스템(RK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며 제도 운영의 디테일을 직접 다뤄왔다. 연금계리전문인력과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정 실무작업반과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감독규정 제정' 실무작업반에서 활동하며 제도 기반 마련에도 기여했다. 금융투자교육원의 자문위원 및 강사로도 활동하고, 각종 포럼 세미나 심포지움에 참여 하면서 퇴직연금 관련 전문지식과 현장 경험을 널리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