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전같이읽기 ⑫] 1달러를 40센트에 산다! 가치투자자 피터 컨딜의 실전 노트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투자고전같이읽기 ⑫] 1달러를 40센트에 산다! 가치투자자 피터 컨딜의 실전 노트

글 : 숙향 2025-08-06


1달러짜리를 40센트에 사라!


세스 클라만의 명저, [Margin of Safety 안전마진]을 번역서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원서 제목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안전마진’을 제명(題名)으로 붙인 이유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오롯이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많이 싼, 즉 ‘안전마진’이 큰 주식에 투자하라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피터 컨딜 Peter Cundill을 낯설어 하는 투자자들이 많겠지만, 그는 워런 버핏이 그의 후계자로 언급했을 만큼 인정받았고 캐나다의 버핏으로 불리기도 했던 탁월한 투자자입니다.


저자는 10년 동안 피터 컨딜 펀드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컨딜과 함께했던 경험에 더해 컨딜의 일기, 연설문, 메모 등을 참고해서 멋진 투자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컨딜의 가족사부터 투자에 입문, 펀드 운용 시작/변화(성공-실패)/발전하는 과정, 은퇴 후의 자금 운용 방법 모색 등 컨딜이라는 투자자의 모든 것을 담았는데, 그래서, 컨딜이 직접 쓴 자서전의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이 출간되고서 이틀 후인 2011년 1월 24일 피터 컨딜은 세상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책은 컨딜의 생애를 21개의 주제로 나눠 위대한 투자자의 투자 철학 및 구체적인 투자법을 다양한 투자 사례를 곁들여 설명했고 각 챕터 마지막은 ‘Cundill Says..’라는 제목으로 그 장의 주제와 관련된 컨딜의 말씀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1937년 캐나다에서 증권거래소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난 컨딜은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캐나다의 유력 투자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저평가 가치주 투자에 집중했던 컨딜이 저평가 주식을 찾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무렵인, 1973년 연말 모임에서 한 동료가 그에게 조지 굿맨이 쓴 책 [슈퍼 머니]를 건넵니다.


[슈퍼 머니]에서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안전마진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당시에도 이미 능숙한 투자자였던 35세의 컨딜은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계시를 받습니다. 컨딜의 슬로건, 1달러짜리를 40센트에 매수한다는 투자 원칙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고요.


"진정한 의미의 싼 주식이란 그 주식의 주가가 재무상태 분석을 통해 계산한 청산가치(즉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주식이다. 그런 주식만이 ‘안전마진’을 제공해 준다"


안전마진을 투자 기준으로 설정한 이후 컨딜 가치펀드의 실적은 양과 질 모두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자산총액은 1974년 800만 달러에서 2006년 20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고 이 기간(33년) 동안 연 복리 수익률은 15.2%를 올렸는데, 이는 처음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100만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뜻입니다.


컨딜은 캐나다에서는 미국도 외국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습니다. 1990년 말에는 펀드 자산 중에서 일본 주식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집중 투자했으며 시장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반反가치’라는 표현을 쓰면서) 풋옵션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시장하락에 베팅하기도 합니다. 또한 충분한 안전마진이 확보된다면 부실채권, 특히 해외국채를 매매할 정도로 투자 범위도 넓었습니다.


‘안전마진’을 기준으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쫓아서 세계 각국을 누볐기에 그는 투자계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었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실전 투자 경험은 꼼꼼하게 기록한 일기와 메모에서 관련된 글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성공/실패 사례를 곁들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광고회사인 ‘J. 월터 톰슨(JWT)’ 매매 과정을 소개했는데 많은 사례 중에서 컨딜이 투자하는 방식과 투자에 임하는 자세를 잘 보여줍니다. “아! 투자는 이렇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글 일부를 옮깁니다.




1972년 20달러 이상의 공모가로 상장된 JWT 주가는 1976년 초 4달러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회사 LA 지부장을 역임했던 할드만이 닉슨의 수석보좌관으로 재임 중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자 JWT 이미지가 악화되었다.


분석에 착수한 컨딜은 파리와 도쿄, 런던에 있는 주요 부동산을 제외하고도 주당 18달러 가치가 있으며 여전히 이익을 내고 배당금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시 매수에 착수했고 펀드 자산의 10% 한도까지 매수했는데 평균 매수가는 주당 8달러였다.


기업 실사를 위해 JWT를 여러 차례 방문하던 중 돈 존스턴 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 JWT 사장: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나요? 연기금도 우리 주식을 팔고 있는데 도대체 왜 우리 주식을 사는 거요? 배후에 누가 있소?"


  • 컨딜:

"우리가 JWT 주식을 사는 것은 싸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아마도 모르실 것 같아 말씀드리는데, 어떤 인수자가 나타나서 주당 11달러에 JWT 경영권을 인수하면 그 사람은 상당한 이익을 내고 당신 회사를 청산할 수 있을 겁니다. 회사 상호에 분명 어떤 가치가 있겠지만, 나는 그런 데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몇 달 후 퍼스트 시티 파이낸셜이 JWT 지분 5%를 초과 보유했다는 신고서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사실이 공개된 후 JWT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컨딜은 매수 1년 만에 주당 20달러에 매도했다.





컨딜은 JWT의 순수 가치만을 따졌고 가치에 비해 무척 싸기 때문에 매수했습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매도했지만 개의치 않았으며 오히려 주요 기관이 매도하면서 주가가 싸졌으므로 이를 좋은 매수기회로 이용합니다. 그리고 유력한 기관에서 대량 매수한 덕분에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주가가 (가치를 반영하는 수준까지) 올랐을 때 매도해서 수익을 실현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컨딜은 투자 구루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는데, 특히 존 템플턴과의 에피소드 몇 가지는 큰 교훈을 줍니다. 유럽의 긴 역사를 가진 통신기업 ‘C&W’에 대한 투자를 최악의 실패 사례로 소개하는데, 템플턴 역시 실패했던 이 투자에 대해 템플턴은 다음과 같이 회상합니다.



“우리가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야. 

60% 맞고 40% 틀리면 우리는 항상 영웅이 될 수 있어. 

그런데 40% 맞고 60% 틀리면 우리는 노숙자가 될 거야.”



일기에 ‘은퇴는 사형 집행 명령서’라고 적을 정도로 열정적인 투자자였던 컨딜은, 불치병 진단을 받은 2006년부터 은퇴 준비에 들어갑니다.


20장에서는 컨딜이 찾아낸 ‘위대한 투자 대가들의 공통점’ 12가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몇 번이고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든다면 투자자로서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믿습니다.



1.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폭넓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2. 인내: 모든 투자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3. 집중: 산만해서는 안 됩니다.


4. 디테일: 재무제표는 주석까지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5. 계산된 리스크: 예상되는 리스크에 비해 몇 배 수익이 가능한 자산에 투자합니다.


6. 독자적인 사고: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합니다.


7. 겸손: 강한 자기 신뢰는 중요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 위해 애씁니다.


8. 성실한 일상 업무: 투자든 일상에서든 성실한 사람이 성공합니다.


9.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이 중요합니다.


10. 회의주의: 투자자는 낙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회의적으로 관찰합니다.


11.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감: 성공한 투자는 도움을 준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실패한 투자는 내 탓!


12. 독서: 성공한 투자자는 한결같이 다독가였습니다.



평가


컨딜은 투자 결정/과정/결과 등 중요한 순간마다 고심했던 내용을 일기에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이 컨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 일기에서 가져왔다는 점에서 성공한 투자자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입니다.


책 제목에서는 컨딜을 캐나다의 워렌 버핏이라고 소개했지만,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존 템플턴을 떠올리게 됩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데 있어 해외투자에 적극적이고 투자 여행을 무척 즐겼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템플턴은 컨딜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가이면서 컨딜이 조언을 청하는 멘토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면 끊임없이 추가 매수해서 보유 단가를 낮춘 다음 주가가 오르면 충분한 수익을 챙기고 매도하는 피터 컨딜이라는 ‘진짜’ 가치투자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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