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립 막기 위해 고안된 커뮤니티 유형 4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인 고립 막기 위해 고안된 커뮤니티 유형 4

글 : 이경원 /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2025-07-28


미국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보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그렇듯 미국 내 독거노인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27%가 혼자 살아가고 있으며 이 비율은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듯이 미국의 가구 구조 역시 점점 더 1인 가구화되어가고 있다. 가족 중심으로 생활해온 이전 세대와는 달리,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된 듯하다. 노년기에 들어가면서 가족의 해체나 이혼율 증가, 재혼 감소, 미혼 상태 유지 등 변화된 가족 형태 속에서 고립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노후에 직접 가족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 독립을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관과 맞물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혼자 살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가 사회 곳곳에 스며든 결과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삶은 그만의 좋은 점이 있지만, 여러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고령층의 고립은 더욱더 위험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은 담배를 하루 15개비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치명적이라고 한다. 독거 노인은 외로움을 느끼거나 우울증을 갖기에 더 취약하며, 특히 혼자 하루를 보내는 일상 속에서 심장 질환, 치매, 조기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고 한다. 


미국 노년층은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한국의 국민연금 격)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생활비를 혼자 부담해야 하는 독거노인은 주거비뿐만 아니라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더 나아가 건강 관리 접근성이 떨어지고 최소한의 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낙상 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 치명적일 수도 있고, 사소한 건강 변화를 알아봐줄 사람이 곁에 없을 경우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울 수도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관념적인 접근이 논의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모델들이 시도되고 있다. 



독거노인 위해 더불어 사는 커뮤니티 필요


첫째로, 빌리지 모델(Village Model)이 있다. 이 구조는 단독주택의 삶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빌리지(마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한 동네에 사는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이다. 커뮤니티 내 자원봉사자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적은 회비만 내면 마당 정리, 전구 갈기 등 지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이웃과 소소한 모임을 통해 사회적인 교류 및 새로운 관계 형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


미국 전역에서 많은 쇼핑몰이 쇠퇴하면서, 이러한 쇼핑몰을 빌리지 모델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나오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OSU)의 에밀리 로버츠(Emily Roberts) 박사는 폐쇄된 오클라호마시티의 크로스로드 몰(Crossroads Mall)을 빌리지 모델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제안했다. 기존 쇼핑몰의 인프라와 넓은 공간, HVAC 시스템, 도로 접근성 등을 활용해 야외 정원과 산책로, 치매 친화적 지형지물 등을 통해 주민 간 연결성과 공간 인식을 높이는 설계를 구상했다. 이 팀은 공공·민간협력(PPP)을 통해 사업을 실현하려 하며, 현재까지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협회(ASID)와 넥스트피프티 이니셔티브(Next50)로부터 연구 지원금을 확보해 개념 발전과 실행 가능성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소개할 NORCs(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ies·자연적으로 발생한 은퇴 커뮤니티)라는 모델도 빌리지 모델과 비슷하다. NORCs 모델의 가장 큰 목적은 본인들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노인 친화적 동네로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 동네가 고령화돼 자연스럽게 노인 인구가 몰린 곳을 선정해 그들에게 맞는 지원과 서비스를 강화하 는 것이 차이점이다. 


세 번째, 쉐어드 하우징(Shared Housing)은 방은 따로, 거실과 주방은 함께 쓰는 공동주택이다. 미국 내에서는 호스피스 케어가 이러한 공동주택에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작은 공동체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 주거(Intergenerational Living) 형태가 큰 대학가 근처에 형성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인은 저렴한 임대료나 숙식을 제공하고, 청년들은 대신 노인의 정서적 지원자가 되어 주거나 간단한 도움을 제공하는 형태다. 다른 세대와 교류하며 서로를 도와 줄 수 있기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설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형성이 더 중요


다양한 주거 형태를 통해 본인의 의견과 자유를 중시하며 혼자 살지만 진짜로 혼자가 아닌 삶을 추구하는 미국 고령자의 삶을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며 독거노인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 응 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색·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형과 전원형으로 나뉘는 대다수의 실버타운은 매우 좋은 시설과 서비스들을 갖추고 있지만 호텔형 레지던스 등 고급화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노인의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새로운 주거 형태들, 지역 기반 커뮤니티 모델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새로운 주거 형태가 단순히 고소득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다양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모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우리 문화나 다양한 상황에 맞도록 만들고,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도 꼭 필요한 방향이다. 단순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넘어 비싼 요양시설이 아닌, 노인 스스로 삶의 주체로 남을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해 안전을 보장하면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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