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연금, 국가별 분산투자로 균형 잡아야
글 : 김상훈 /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솔루션2팀 매니저 2025-07-28
여러분의 연금계좌 자산은 지금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S&P500, 나스닥100 등 익숙한 미국 자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어쩌면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의 시장 흐름을 잘 포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 시기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을 주도해온 확실한 승자였고, 많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자연스럽게 미국 중심으로 기울어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의 시장 조정기를 지나며, 많은 투자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이슈가 이렇게까지 내 포트폴리오를 흔들었어야 할 일일까?”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제한적인 이벤트였으나 시장은 마치 위기 국면에 돌입한 것처럼 요동쳤고,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전체의 균형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죠. 이는 일부 자산의 수익률이 단순히 하락했기 때문에 생긴 단기적인 문제점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취약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투자 경험이 쌓인 분들이라면, ‘미국 자산이 결국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미국 중심의 자산을 추가로 매수했고, 실제로 그 전략은 오랜 시간 잘 작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미국 외의 자산을 고려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지역이나 자산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할 이유를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의 연금 포트폴리오는 어쩌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구조물’일 수 있습니다. 특정 자산군이 오랜 기간 좋은 성과를 보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결과지만, 이 구조는 시장이 반전되는 순간 가장 먼저 리스크로 드러납니다. 특히 장기운용 수단인 연금에서 이러한 구조가 오랜 시간 굳어져 있었다면 일시적 충격이라도 장기적인 파 급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미국 대표 지수는 여전히 기반이 강력한 투자자산입니다.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의 핵심 자산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무엇을 더 담을 것인가’보다 ‘무엇이 빠져 있는가’를 돌아봐야 할 시점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꾸준한 축적이 핵심인 연금 투자에서는 한 방향으로 굳은 포트폴리오 설계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로 ‘중국’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때는 리스크로만 여겨졌던 시장이었지만, 최근 중국 산업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면 오히려 지금의 포트폴리오에 꼭 필요한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
그동안 중 시장은 익숙하면서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투자처였습니다.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 기업 지배구조 문제, 예측하기 힘든 정책 리스크 등으로 인해 연금처럼 장기적인 자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 중국을 포함시키는 결정은 늘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 산업 현장에 다녀온다면 그 인식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실제 저는 올해 초첨단 산업이 몰려 있는 중국 선전(深圳)에 위치한 기업들을 방문해 중국의 경쟁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내수 기반의 스케일이 전략 그 자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 소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매출과 R&D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 시장은 더 이상 ‘필수 진출처’가 아닌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미국은 가장 마지막에 진출할 시장” 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내수 중심의 독립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미국과의 ‘구조적 분리(디커플링)’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동일한 이벤트에 대해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목도할 수 있는 변화는 기술이 일상 속에 깊게 녹아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차의 실시간 센서 반응과 주행 안정성, 생체인증 기반의 결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물건을 대부분 받을 수 있는 배달 시스템 등은 중국에선 신기술이 아니라 이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의 앱으로 쇼핑·결제· 대출·교통까지 모두 연결됩니다. 기술이 사람보다 먼저 구조화된 사회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기술 확산이 민간 주도만이 아니라 정책 드라이브에 의해 강하게 촉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종종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제도나 기존 산업의 저항인데, 중국은 그런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변화는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을 따라가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미국의 대안’ 혹은 ‘비슷한 모델을 추구하는 후발 주자’로 여겨졌다면 지금의 중국은 기술·시장·정책 전반에서 독립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더이상 미국을 지향점으로 삼지 않고, 내수 기반 전략과 정부 주도 산업 육성을 통해 자체적인 경로를 설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확실성은 존재합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낮은 정보 투명성, 주주환원 문화 부족 등은 구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정부는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유동성 공급과 주가 부양 조치를 통해 보다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국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전략적 조각’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있어, 리스크를 줄이고 복원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중국이라는 퍼즐 조각을 새롭게 고민해볼 만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쉽게 중국 투자하 는 방법 ETF, 상품 유형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전략적 분산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현실적인 투자 수단 중 하나로 ETF가 있습니다. 특히 연금처럼 장기적인 누적 효과가 중요한 구조에서는, 개별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도 시장 전반 혹은 구조적 테마에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수단이 더 적합합니다. 그런 점에서 ETF는 ‘시장 접근성과 투자 관리의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도구입니다.
중국 주식은 본토 A주, 홍콩 H주, 미국 상장 ADR 등 다양한 거래소에 분산돼 있고, 정보의 접근성 또한 낮은 편이라 개인투자자가 개별 기업을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복잡한 시장 구조를 ETF를 통해 간결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국내 연금계좌에서도 다양한 중국 ETF 거래가 가능해졌고, 투자자는 이를 활용해 중국 시장에 발을 뻗을 수 있습니다.
중국 ETF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표지수형 ETF입니다. 이는 중국 시장 전체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유형으로, 상하이와 선전의 대형주로 구성된 본토 대표지수인 CSI300과 홍콩 상장 중국 국유기업 중심의 HSCEI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고배당 성향, 경기 민감 업종 중심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술주 중심의 미국 주가지수와는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연금 포트폴리오의 기초 체력을 형성하는 핵심(Core) 자산의 하나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 전략산업 ETF입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장기 육성 전략을 공식화한 산업들,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클라우드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유형입니다. 예컨대 항셍테크 지수나 중국 테크TOP10 지수는 중국 대표 플랫폼이나 ICT 기업들에 분산투자하며, 중국의 산업 정책 방향성과 민간 기술기업의 성장성이 만나는 접점을 제공합니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자립을 추구하는 중국의 정책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에서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적 자산군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셋째, 테마형 ETF입니다. 이는 전기차, 바이오, 클린에너지 등 중국 내수시장과 글로벌 트렌드의 교차점에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차이나전기차 ETF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정책 유인이 강한 중국의 전기차 생태계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다만, 테마형 ETF는 특정 산업에 대한 편중이 커 변동성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위성(Satellite) 자산군으로 일정 비중만 할당하고 시점 분산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처럼 ETF는 산업, 섹터, 테마 등으로 중국 시장을 체계적으로 나누어볼 수 있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특히 연금처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환경에서는, ETF를 통해 복잡한 중국 시장을 목적에 맞게 구분하고, 필요한 부분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결국 ETF는 복잡한 시장을 주제별로 나누어 손쉽게 선택하고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수단입니다. 특히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성격이 다른 자산을 일부 더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활용한다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도 포트폴리오의 복원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금 투자는 ‘시간’ 위에 ‘전략’ 더해야
최근처럼 미·중 갈등이 격화되거나 관세 이슈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때 “지금은 투자하기에 좀 이른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산이란 본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리 움직이는 것’입니다. 시장이 안정되고 확신이 생긴 후에 움직이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자산군을 평소에 일정 비중으로 확보해두는 것이 장기 투자에 훨씬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닙니다. 특히 연금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는 자산이라면, 하루의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구조’입니다. 자산 배분 구조가 10년 그리고 그 이후의 궁극적인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시점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구조로 내 노후를 설계하고 있는가?”
지난 10여 년간 미국 중심의 자산 구조는 우리에게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기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들도 점차 늘어 나고 있습니다. 기술 생태계의 양극화, 정책 기반 시장의 재편, 지정학적 갈등은 모두 포트폴리오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변수들입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역시나 ‘분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이라는 시장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고려하는 일은 단순히 해외 자산을 하나 더 담는 선택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시장 리듬을 가진 자산군을 편입함으로써, 지금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다시 조율하는 하나의 전략적 시도일 수 있습니다. 특히 ETF를 활용하면 중국 시장을 산업별·테마별로 나눠 손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운 구조를 점검하고, 포트폴리오 안에 다른 움직임이 가능한 여지를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특히 연금처럼 긴 호흡으로 운용되는 자산일수록, 그런 작은 변화가 향후 구조 전체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솔루션2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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