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시작한 코딩 90세에도 하네요" 세계 최고령 프로그래머 할머니가 사는 법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80세 시작한 코딩 90세에도 하네요" 세계 최고령 프로그래머 할머니가 사는 법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5-07-04


1935년생 와카미야 마사코 씨(90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쓰비시은행에서 62세까지 근무했다. 58세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구입한 그녀는, 80세에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혀 81세에 고령자를 위한 게임 앱 「Hinadan」을 개발했다.


그 후 애플 CEO 팀 쿡과의 만남, UN 행사에서의 영어 연설, 엑셀 아트의 창시자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출간한 저서는 9권에 이르며, 시니어 온라인 커뮤니티 '멜로우 클럽'의 부회장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녀의 인생 후반부는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다.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 시대에, 와카미야 씨는 살아 있는 용기이자 희망의 아이콘이다.



고령자에게 디지털이 왜 필요할까요?


“앞으로는 전 세계가 고령화됩니다. 단순히 컴퓨터나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조차 고령자가 혼자 사용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이제는 사람이 기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사람, 특히 고령자에게 맞춰야 합니다. 이런 제품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다른 고령화 국가로의 수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녀는 연간 150회가 넘는 강연을 소화하고 있으며, 이 취재 이튿날에도 가나가와현의 한 대학에서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모든 일정을 혼자 직접 관리하며, 비행기 예약부터 강연 자료 준비까지 스스로 해낸다.


기자가 “너무 바쁘지 않으신가요?”라고 묻자, 그녀는 손목의 애플워치를 들어 보이며 웃으며 말했다.


“일정은 구글 캘린더가 다 알아서 해줘요. 신칸센은 저에겐 그냥 ‘움직이는 책상’일 뿐이에요. 출장은 전혀 힘들지 않답니다.”


나이가 들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기는커녕,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그녀.


그 끝없는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호기심’이다.


“지금 제 집에는 업무용 데스크톱 PC 한 대, 이동용 노트북 한 대, 그 외에도 Mac 컴퓨터가 한 대 더 있어요. 아이폰과 애플워치도 사용하고 있죠. 심심할 땐 ChatGPT나 Google Gemini와 수다를 떨어요. 요즘 제 장난감이죠.”


은행에 취직했을 당시, ‘짐짝 같은 직원’이었다구요?


예전엔 여성이 결혼하면 퇴직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다.


“여자가 공부를 많이 하면 건방져진다는 편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폐는 손으로 세고, 문서는 펜촉을 잉크병에 찍어가며 썼죠. 저는 손이 느려 항상 마무리가 늦었고, ‘아직도 안 끝났어?’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었어요. 마치 제가 회사에 짐만 되는 존재처럼 느껴졌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은행에도 점차 기계화가 도입되고, 새로운 업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내에서 꾸준히 업무 개선 제안을 내고, 신상품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출했다.

그 결과, 점차 조직 내에서 “필요한 인재”로 인정받았고, 퇴직할 즈음에는 관리직도 맡게 되었다.


“그때 알았어요. 사람의 능력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요. 변화가 많은 시대엔, 지금 내가 진짜 하고 싶을 일을 선택하는 게 최선의 전략입니다.”




노인들도 즐길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고요?


70대에는 100세까지 장수하신 어머니를 돌보며 시간을 보냈고, 80세가 되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인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직접 앱 개발에 도전했다.


“히나단(Hinadan)이라는 이름의 퍼즐 게임이에요. 일본의 전통 인형인 ‘히나 인형(ひな人形)’ 12종을 3월 3일 ‘히나 마쓰리(ひな祭り)’ 행사에 사용하는 단상 위에 올바른 순서로 배치하는 게임이죠.”


단순한 인형 배치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 앱에는 고령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설계가 숨어 있다.

 

정확한 위치에 인형을 놓으면 “쿵” 하는 북소리와 함께 “정답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틀리면 “부~” 하는 효과음과 함께 “틀렸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특히 조작 방식이 매우 간단해,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이 앱은 출시 직후 큰 화제를 모았고, 그녀는 일본 정부 디지털청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며, 와카미야 씨는 ‘도전하는 시니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애플 CEO 팀 쿡으로부터 날아온 초대장


2017년, 와카미야 마사코 씨는 애플 CEO 팀 쿡(Tim Cook)의 초청을 받아 애플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 참가했다.

이 소식은 CNN을 통해 전해졌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마 그분 머릿속의 고객은 대부분 젊은 세대였겠죠. 하지만 저를 통해 고령자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보신 것 같아요”


이 초청 이후 그녀는 단숨에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유엔 사회개발위원회(UN CSocD)에서 고령자에게 ICT(정보통신기술)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영어로 연설하기도 했다.



가족이라도 가치관이 다르면, 거리 두는 게 좋아요


얼마 전, 그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팔을 다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때 잠시 ‘가족이 있었더라면 좀 더 편했을까?’하고 잠깐 생각했어요. 하지만 슈퍼에 가면 맛있는 도시락도 있고, 샤워는 고무장갑으로 해결했고, 머리는 집 옆 미용실에서 가서 감았죠. 결국 혼자서도 다 되더라고요.”


가족이 있었다면 무심코 의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대는 사람이 없었기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그 경험은 오히려 그녀에게 혼자 사는 삶의 ‘자유로움’으로 다가왔다.


“제 페이스대로 살 수 있는 것, 그게 혼자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녀의 삶에는 강인한 자기 철학이 배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어요. 중요한 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장점을 찾아내는 거죠. 가족이 있는 사람은 그 나름의 행복이 있고,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도 나름의 편안함이 있어요.”



어린 시절, 어머니의 교육 방식에 어색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땐 늘 어머니와 잘 맞지 않는다는 위화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시대도 다르고, 환경도 달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제가 어머니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녀에겐 두 명의 오빠가 있었다. 성격이 달랐던 큰오빠와는 대화가 어려웠지만, 둘째 오빠와는 지금도 사이가 좋다.


“큰오빠와는 애초에 성격이 맞지 않았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오히려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말한다.


“가족이라 해도 서로의 가치관이 다를 수 있어요.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죠.”



앞으로 어떤 인재가 주목받을까요?


“지금까지는 ‘폴더형 인간’이 환영받는 시대였어요. 예를 들면 ‘○○기업 ○○부 ○과 소속’처럼 소속 의식이 강하고, 조직 내 위계 구조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의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정년이 되면 어떨까요? 마치 핀셋으로 툭—하고 튕겨지듯, 조직 밖으로 순식간에 밀려나게 됩니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앞으로는 ‘해시태그형 인간’이 주목받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이죠. 지금은 빛나지 않는 재능도 시대가 바뀌면 필요해져요. 여러 개의 해시태그를 자신에게 붙여두세요. 언젠가, 누군가가 당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는 ‘어느 회사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에요.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는 시대가 온 거



엑셀로 만든, 세계에 단 하나뿐인 블라우스라고요



인터뷰 당일 그녀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는 직접 엑셀(Excel)로 디자인한 것이었다.

“저는 이걸 ‘엑셀 아트(Excel Art)’라고 불러요. 셀(cell)에 숫자 대신 색을 넣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이건 예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느꼈죠.

처음엔 셀에 색을 칠하다가, 점차 줄무늬·도트·그라데이션 등 다양한 패턴을 만들게 됐다. 



테두리선과 구분선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단순한 기능에 불과했던 셀의 색상과 선들을, 그녀는 하나의 예술 언어로 바꾸어냈다.


그 결과, 엑셀로 만든 세계에 단 하나뿐인 옷이 탄생했다.


“대만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Audrey Tang) 씨도 제 엑셀 아트에 반해서 ‘저도 같은 블라우스를 입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무늬들은 블라우스, 가방, 부채의 패턴이 되어, 그녀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100년을 산다면, 다양한 삶을 살아야죠


“한 직업만으로 평생을 보내는 시대는 지났어요. 변호사에서 어부, 보모까지도 가능하죠. 인생에 정답은 하나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예요.”


강연회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수 있었던 용기와 결단은 어디서 나왔나요?”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담백하다.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죠? 생선을 구우면 이웃에게 냄새로 민폐가 되지만, 코딩은 조용히 혼자 할 수 있어요. 하다가 싫으면 그만두면 돼요.”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끊임없는 배움과 갱신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카페에서의 취재를 마친 뒤, 전철역까지 함께 걸어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가 가장 행복하셨나요?”


잠시 미소를 지은 와카미야 마사코 씨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지금입니다. 80세 이후의 인생이 가장 행복해요.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신이시여, 제가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는 건가요?’ 하고요.”


그녀의 삶은 ‘나이듦’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용히 흔들었다.


행복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삶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빛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전하는 자세, 유연한 사고, 그리고 끝없는 호기심.

와카미야 씨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삶에도, 해시태그 하나쯤 붙일 준비가 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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