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 불변의 차트 90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켄 피셔 불변의 차트 90

글 : 박덕건 / THE SAGE INVESTOR 편집장 2025-06-27


이 책을 처음 보고 나는 차트 분석에 관한 책인 줄 알고 그냥 넘길 뻔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보아 두면 영양가가 있는 차트 90개를 보여주면서 투자에 관해 기억할 만한 상식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주가와 단기금리의 관계나 주가와 뉴스의 관계처럼 주가에 관련된 것이 많지만 미국 연방정부의 세입 원천처럼 정부 재정이나 경기 사이클에 관련된 차트도 있다.


지은이가 유명한 투자 전문가이고, ‘포브스’에 칼럼을 오래 썼던 글쟁이이기도 한 만큼 읽고 기억해 두면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내용 자체를 떠나서 흥미로운 포인트가 하나 있다. 책의 출간, 개정 시점에 따른 지은이의 생각 변화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본래 이 책의 초판은 1987년에 나왔다. 그런데 지은이는 2007년에 개정판을 발행하면서 이전에 본인이 썼던 내용을 그대로 둔 채, 상황이 바뀌어서 설명이 필요하거나 생각이 바뀐 부분을 추가로 덧붙였다.


1987년이라면 그 유명한 블랙 먼데이가 발생한 해다. 그리고 2007년은 바야흐로 2008년의 금융위기를 향해서 미국 주택 시장의 폭주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역사적 폭락이 발생하기 직전에 책을 낸 것이다. 우선 초판이 나올 무렵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자.


1987년 미국 주식시장은 큰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지수는 연초에 1,895로 출발해서 8월에는 2,722까지 43% 상승했다. 좀 더 크게 보면 미국 주식시장은 이미 그 전 5년 동안 강세장의 연속이었다. 다우존스지수는 1982년 7월 저점인 776으로부터 시작해서 1987년 8월까지 계속 오른 상태였다. 당연히 시장에는 조만간 큰 조정이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있었을 터이다. 


당시 피셔의 생각은 정확히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다우존스지수의 장기 상승·하락 추세를 보여주는 차트를 설명하면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상승장은 평균 3년 지속된다. 그런데 이번 상승장은 1982년 7월부터 시작해서 만 4년간 계속되었다. 과거 48년 동안 아홉 차례의 상승장 가운데 4년간 지속된 상승장은 3번, 4년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이런 사실은 현재 장세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라고 할 만하다.


PBR과 PER을 설명하다가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만일 다우존스지수 3,000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PER이 그처럼 높은 것은 과거 기록으로 보아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지금의 상승세가 거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명백히 나타내는 신호이다... 설령 다우존스지수가 3,000에 도달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과거 경험으로 판단할 때 주가가 대단히 높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런 뒤에는 주가가 금세 엄청나게 폭락할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다를까 10월 19일 주가는 수직 낙하했다. 유례없는 폭락이었다. 그렇다면 피셔 이야기가 맞은 것일까? 그런데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예측과 오판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블랙 먼데이는 단순한 딸꾹질 같은 것이었다. 대폭락이 시장을 강타했지만 1987년으로만 본다면 다우존스지수는 결국 2.4% 상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2년이 채 걸리지 않아 블랙 먼데이 이전의 고점을 회복했으며 4년이 지나지 않은 1991년 5월에는 지은이가 불가능하다고 봤던 3,000고지도 돌파했다. 2007년의 개정판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반성문을 썼다.


“다우존스지수는 당시의 내 생각는 달리 오래전에 일찌감치 3,000선을 돌파했다. 그리고 좀 더 광범위한 데이터로 분석할 때 PBR은 전혀 예측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은이는 2007년 개정판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한다. 바로 곧 문제가 될 주택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지은이는 부동산이 거품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 근거로 세 가지를 든다. 보통 거품일 때는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는데 오히려 당시는 시장에 불안감이 감돈다는 점, 부동산이 지역적으로 세분화되어 전국적으로 동일한 가격 하락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그리고 금리가 매우 낮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당시 시장의 불안감에는 분명히 근거가 있었고, 각지의 부동산은 파생상품으로 그룹화되어 있어 전국적인 하락세가 얼마든지 가능했으며, 저금리도 거품 파열을 막지는 못 했다. 아마 다시 개정판을 낸다면 또 이 오판에 대한 반성문을 써야 할 정도로 그는 완전히 시장을 잘못 짚었다.


이런 오판 외에 지은이는 투자 방법에 관해 생각이 바뀐 몇 가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는다. 예를 들어 초판에서는 고점 대비 10% 하락할 때 손절매하라고 했지만 개정판에서는 손절매를 자주 하는 것은 손실을 초래할 뿐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초판에서는 주요국 증시가 거의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는 불필요하다고 했지만 개정판에서는 해외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지은이의 오판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이 책의 지은이,켄 피셔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 중의 한 명이다. 세간의 상식에 대해 늘 의문을 제기하는 그에게서 배운 바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훌륭한 대가도 시장 예측에 관해서는 신통력이 별로 없다는 진실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의도하지 않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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