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플라잉 카’로 세계 자동차 주도권 잡을까?
글 : 곤도 다이스케 / 출판업체 고단샤 중국 대표 2025-06-27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상하이 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2025 상하이 모터쇼’가 개최되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 세계 시장을 뒤덮는 가운데 열린 의미 있는 대회였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상하이 모터쇼는 해외 자동차 기업의 중국 유치를 목적으로 기술력과 트렌드를 뽐내는 자리다. 올해는 36만㎡ 규모의 전시장에서 26개국 천여 개의 자동차 기업이 부스를 열었다. 모터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신차도 100개나 등장했다. 흥미로운 건 신차 중 60%가 중국 자동차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레이싱 걸 대신 최신 AI가 탑재된 인간형 로봇이 신차를 소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샤오펑자동차(Xiaopeng) 부스에서는 키 178cm의 하얀 몸체를 가진 인간형 로봇 아이언(IRON)이 고객의 질문에 답을 했고, 안후이에 본사를 둔 체리(Chery)자동차 부스에서는 여성형 로봇 모르닌(Mornine)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인간형 로봇의 등장 외에도 상하이 모터쇼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 불리는 ‘플라잉 카’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샤오펑은 마치 기술력을 자랑하듯 부스 중앙에 플라잉 카를 전시했다. 육상 항공모함으로도 불리는 샤오펑의 플라잉 카는 비행기 본체와 육상모함이 합쳐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행기 본체는 착지 시 양 날개를 접고 육상모함 뒷면에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마치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타는 자동차를 연상시켜 단연 화제였다.
샤오펑의 플라잉 카가 두 개의 모듈이 결합된 형태인 데 비해 체리자동차가 선보인 플라잉 카는 바퀴가 달린 하단 구동 모듈과 조종사가 탑승하는 조종석, 날개가 달린 드론 모듈이 결합된 모습을 갖고 있다. 각각의 모듈이 고도화될수록 빠르게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체리자동차의 이 모델은 이미 80㎞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는 시험 비행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모터쇼에는 일본 자동차 기업도 참여해 많은 공을 들였다. 토요타 자동차는 이번에 승부수를 던졌다. 모터쇼 개막 전날인 4월 23일, 렉서스 차체 및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상하이에 신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이 신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10만 대로, 6월에 착공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토요타는 중국에서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신차 ‘bZ7’을 선보였다. 전장 5m가 넘는 세단 타입의 BEV(배터리 전기 자동차)로, 1년 안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타는 올 3월 중국에서의 판매 대수가 전년동기대비 17.3% 증가한 15만 5,100대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대의 라이벌인 중국의 BYD는 전년동기대비 23.1% 증가한 37만 1,419대를 판매하며 토요타의 판매량을 훨씬 앞질렀다.
닛산은 현재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결정 못하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우치다 마코토 사장이 3월 말로 퇴임했지만 우치다 시대의 부정적 유산에 여전히 고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닛산의 판매량은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3월의 판매 대수는 4만 4,409대로, 전년동기대비 25.9%나 하락했다.
회복 전망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4월 26일, 요미우리 신문이 닛산의 우한 공장 철수를 특종 보도했는데, 지난해 6월에는 연간 13만 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조슈 공장도 폐쇄했기 때문에 전망이 매우 어둡다. 현재 닛산의 중국 현지 공장은 다롄, 정저우, 샹양, 화두 등에 있는 4개뿐이다. 이 공장을 합친 생산능력은 연간 약 100만 대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판매 대수가 50만 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혼다도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3월 판매 대수는 전년동기대비 8.8% 감소한 5만 5,130대이다. 작년 2월부터 이어진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20% 이상’의 부진의 늪에서는 벗어났지만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어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다.
모터쇼와 일련의 상황을 보면, 일본과 중국에서의 ‘자동차 개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 자동차 기업에게 미래의 자동차는 어디까지나 ‘가솔린 차의 연장선’이다. 그에 반해, 중국 자동차 기업은 ‘스마트폰→전기차→인공지능 로봇→자율주행차→플라잉 카’라는 흐름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플라잉 카의 가능성은 코로나19 이전에 홍콩에 인접한 경제특구 선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전에 위치한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DJI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죠. 2040년 무렵이 되면 현관 대신 베란다로 나가게 될 겁니다. 베란다에 놓인 소형 플라잉카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거죠”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현재 무서운 속도로 플라잉 카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중국이 머지 않은 미래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장’으로 또 다른 위상을 떨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곤도 다이스케 출판업체 고단샤 중국 대표
일본의 저명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발간하는 '주간 현재' 총괄 부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고단샤 중국 대표다.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영어에 능통한 아시아 전문가로 국내에서 '한중일 산국, 어쩜 이렇게 다를까?' '굿모닝!동아시아' 등의 저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