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AI 혁명③ : 양자 기술의 게임 체인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도 AI 혁명③ : 양자 기술의 게임 체인저

글 : 비즈니스월드 (BusinessWorld) / 인도 경제지 2025-06-27


지난 2023년 4월,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총 600억 3천만 루피(약 9,8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 양자 미션’ (National Quantum Mission)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단순한 연구 지원을 넘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양자 기술 분야에 대한 인도의  적극적 의지를 천명한 것이었다. 


‘국가 양자 미션’의 아자이 초드리 운영위원장은 “우리의 비전은 인도 전역에 네 개의 분야별 허브(T-hub)를 설립하고, 각 허브가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벵갈루루의 인도과학원(IISc)에는 컴퓨팅 분야의 T허브가 설립되었고, 센싱 및 측정 분야의 T-허브는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뭄바이, 통신 T-허브는 IIT 마드라스, 소재 및 장비 T-허브는 IIT 델리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각 지역의 분야별 T-허브는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되었으며 자율적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분야별 허브는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순수 연구를 넘어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는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결과물을 도출하는 연구이다. 인도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참여


양자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인공지능의 학습 알고리즘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생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국가 양자 미션’은 각 분야별로 연구 공모를 진행했고, 300건이 넘는 제안서가 접수되었다. 이를 통해 전국의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약 80개의 협력 체계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전국의 T-허브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국가 양자 미션’은 IIT 칸푸르에 ‘코디네이션 센터’(Coordination Center)를 설치하여 사업 진행을 관리하고 전략에 맞는 연구의 실행을 점검하고 있다. 양자 기술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IBM도 ‘국가 양자 미션’ 초기 단계에서부터 검토 작업에 적극 참여해 왔다. 



IBM 인도 연구소의 L. 벤카타 수브라마니암 양자 책임자는 “인도에서는 ‘국가 양자 미션’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양자 분야 연구에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현재는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정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380건 이상의 제안서가 평가되었고, 인도 전역의 양자 기술 커뮤니티를 모두 한데 모아 검토했다. 우리가 그 검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고, 모든 절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라고 밝혔다.


인도의 양자 연구소인 캡제미니(Capgemini) 뭄바이 혁신 센터의 안슐 판디 이사는 “인도의 ‘국가 양자 미션’은 8년에 걸친 이니셔티브로, 물리적 큐비트(qubits, 양자 컴퓨의 정보 처리 단위)를 50개에서 1천 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우리는 1천 개 큐비트 구현을 목표로, 초전도 및 광자 기반 기술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이러한 계획과 예산 규모는 양자 기술에 대한 인도의 야망을 보여준다. 인도는 양자 기술에 7억 5천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150억 달러, 미국의 50억 달러에 비해서는 적지만 유럽 각국과는 엇비슷한 수준이다. 


도 정부의 싱크탱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에 따르면, 170명이 넘는 교수진이 전국 주요 기관에서 양자 분야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글로벌 양자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기 훨씬 이전부터 진행된 일이었다. 


인도가 일찌감치 양자 기술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인도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이러한 학문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기술의 상용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인도는 양자 연구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와 정부의 지원 덕분에 우수한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 결과를 현실적으로 상용화시키는 데는 여전히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인도의 양자 기술 여정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규제 환경 속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25년 1월 유럽은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해외직접투자(Outward FDI) 검토 절차를 시작했으며, 양자 기술은 가장 면밀하게 검토되고 있는 상위 3대 분야 중 하나로 분류되었다. 한편 임의 파형 발생기, 특수 레이저, 극저온 희석 냉장고 등 주요 양자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분석은 양자 기술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양자 기술은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2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 서비스, 생명과학, 화학, 제약 등 거의 모든 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의료 분야에는 이미 양자 센서 기술이 심장 진단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양자 기술 스타트업의 육성


전 세계 양자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은 2024년 한 해에만 총 50건의 투자 거래를 통해 15억 달러의 벤처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2023년의 7억 8,5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2022년 최고 기록인 9억 6,3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액수이다. 


인도의 양자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기관인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지금까지 3,33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랙슨의 네하 싱 공동창업자는 “인도의 양자 컴퓨팅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현재 인도에는 약 50개의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이 있고, 지금까지 이 분야에 유입된 자금은 3,30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이 자금 대부분은 지난 5년 사이 집중적으로 유입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인도 양자 분야의 스타트업은 2018년에서 2024년 사이에 설립되었으며 투자 활동은 주로 초기 기술 개발의 시드 단계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인도뿐 아니라 해외에서 고르게 투자를 유치했다. 


양자 암호 기술에 특화된 벵갈루루 소재의 스타트업 QNu 랩스(QNu Labs)는 약 4,360만 달러의 기업가치로, 인도 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분야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주요 벤처 캐피털로는 pi 벤처스(pi Ventures), 몬타 비스타 캐피털(Monta Vista Capital), 스페셜 인베스트(Speciale Invest), 수니콘 벤처(Soonicorn Ventures) 등이 있다. 이들은 양자 컴퓨팅, 양자 암호, 시뮬레이션 응용 분야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 분야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국가 양자 미션’을 통해 대대적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인도 ‘국가 양자 미션’의 초드리 운영위원장은 “우리 계획의 두 번째 단계는 스타트업 육성이다. 우리는 초기 단계에 40개의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그 중 12곳과 사전 협력을 진행한 후 대규모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지금까지 인도 정부가 추진한 모든 미션 중 가장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스타트업 한 곳당 최대 3억 루피까지 지원한다. 첫 번째 대상은 8개 스타트업으로 일정 기간에 걸쳐 7억 6천만 루피씩 분할 지급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


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인도 양자 분야의 스타트업은 운영상 여러 장애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핵심 부품의 부족이다. 특히 인도 현지의 공급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핵심 광자 및 전자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문제는 제조 분야의 여러 제약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현지 제조업체들이 기존 고객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양자 기술 학계의 연구자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연구자는 “나사부터 렌즈, 전자 부품까지 모든 것이 수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도는 기존의 산업 기반을 활용해 작은 부품부터 하나씩 자체 생산을 늘려간다면, 그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이러한 해결책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양자 기술 기업의 임원은 인도는 고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소형 부품들은 계속 수입하는 상향식 접근법이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 로봇 공학,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전통적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는 상용화 이전 단계에서 진화 중이며, 인도의 양자 기술 스타트업은 주로 사이버 보안 응용 프로그램, 양자 강화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반 양자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엔지니어 공급 활성화


전 세계 교육 기관이 양자 기술 프로그램을 확장함에 따라, 인도는 양자 관련 분야에서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 인력은 기술 혁신만큼이나 인도의 장기적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숙련된 전문가의 양성은 인도의 양자 기술 발전에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IBM, TCS, 캡제미니와 같은 기업을 비롯해 여러 양자 기술 기업들도 졸업생, 대학원생, 박사들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인도의 디지털 인재 전문 기업인 팀리스 디지털(Teamlease Digital)의 데이터에 따르면, 양자 과학자의 초급 급여는 140만에서 170만 루피로 인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직군에 비해 훨씬 높은 연봉 수준으로, 연구 능력에 따라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간급 직책으로는 양자 연구 과학자가 50만~110만 루피 수준의 급여를 받고, 양자 알고리즘 개발자는 50만~100만 루피, 양자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50만~90만 루피, 양자 응용 엔지니어는 50만~90만 루피 등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급 직책의 경우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40만~80만 루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30만~90만 루피에서부터 급여가 시작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자 기술 분야에 진입하는 신입은 다른 분야의 동급 연차에 비해 두 배의 연봉을 받는다.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


IBM 인도 연구소의 수브라마니암 양자 책임자는 “우리는 인도의 많은 학부생이 프로그래밍과 수학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양자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 조합은 일반적으로 박사 과정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인데, 학부 수준에서도 이런 인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양자 하드웨어는 이제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러한 기술은 양자 기술의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및 응용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양자 기술과 교육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졸업생들과 대학원생들이 적극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기술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M은 2016년 이래로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 컴퓨터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학생들에게 단순 시뮬레이터가 아닌 실제 양자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BM에 따르면, 인도 사용자들이 이 시스템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IBM 퀴스킷(IBM Qiskit: 양자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은 유튜브 동영상 같은 리소스를 학습하는 플랫폼으로 20만 명 이상의 인도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IBM 퀴스킷 인증도 제공하고 있는데, 인도에는 현재 600명 이상의 인증 엔지니어가 있다. 이는 미국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양자 기술 생태계에는 인재가 더욱 많이 필요한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11월 인도 과학기술부는 전국기술교육위원회(AICTE)와 협력하여 양자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화된 학부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이 커리큘럼에서는 양자 기술의 네 가지 핵심 분야를 다루는데, 이는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및 측정법, 양자 재료 및 장치이다. 해당 과정은 최소 18학점으로 구성되며 이론뿐만 아니라 실험실 기반의 실습을 포함한다. 2025년 6월부터 인도 전역 100개 이상의 대학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인도는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과 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학부와 석사 졸업생 중 양자 기술의 핵심적인 분야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 


인도과학원(IISc) 및 인도 푸네 과학교육 연구소(IISER Pune)와 같은 기관들이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소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 졸업생, 특히 대학교육위원회(UGC) 산하의 졸업생을 위한 보다 전문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양자 기술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인도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위해 양자 분야의 투자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재 양성뿐 아니라 스타트업 지원, 정책 입안 등을 통해, 인도의 양자 분야의 미래를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양자 기술은 미래 산업의 원동력으로, 인도는 양자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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