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AI 혁명① : AI 드라이브 급가속!
글 : 비즈니스월드 (BusinessWorld) / 인도 경제지 2025-06-27
인도 중부의 농업 도시인 보팔 지역에서는 농부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내일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학생은 언어 학습 앱으로 영어 숙제를 한다. 남부 IT 중심지인 벵갈루루와 하이데라바드 지역에는 테크 전문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많은 엔지니어가 각 지역의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도권인 델리부터 남부 케랄라에 이르기까지, 정부 사무실에서는 정책 입안자가 인공지능 관련 법안을 다듬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인도는 최대 경제 도시 뭄바이의 직장인부터 산간 지역의 농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인디아 AI 미션’
인공지능 기술이 전 세계 사회 및 경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지금, 인도 역시 이러한 혁명적 변화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의 핵심 과제는 자국 고유의 문제에 대응하면서 인도 특유의 강점을 극대화한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담론은 컴퓨팅 자원, 자본 투자, 기술 주권, 지정학적 이해 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비전은 단순히 외국의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의 다양한 언어를 이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국가 발전의 우선 순위를 반영한 인도 자체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창조하는 데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고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4년 3월 ‘인디아 AI 미션’(India AI Mission)을 공식 승인했다. 총 1,037억 루피(약 1조 7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각 분야별로 예산 배정이 이미 완료되었다. 컴퓨팅 시스템 구축, 인디아 AI 혁신센터(IAIC) 설립, 스타트업 지원, 애플리케이션 개발 이니셔티브(Application Development Initiative) 설립,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에 예산이 투입되었다.
‘인디아 AI 미션’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에는 전문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조달하는 정부 입찰에서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 E2E 클라우드(E2E Cloud), 넥스트젠 클라우드 테크놀로지(NxtGen Cloud Technologies), 로쿠즈(Locuz), CtrlS 등이 각각 선정되었다. 현재 인도의 데이터 센터 및 컴퓨팅 인프라 기업들은 ‘인디아 AI 미션’에 필요한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IT 솔루션 개발 회사인 넥스트젠 클라우드 테크놀로지의 AS 라즈고팔 대표이사는 “현재 인도에는 약 2만 4천 개의 GPU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프라를 확대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 정부는 지난 3월 AI 데이터셋 포털인 ‘AI 코시’(AI Kosh)를 공식 출범시켰다. 산업계, 학계, 시민 등 전반을 대상으로 모니터링도 시작했다. ‘AI 코시’ 포털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인도 정부의 관계 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차관보이자 ‘인디아 AI 미션’ 책임자인 아비세크 싱 총괄은 “우리는 이제 막 인공지능 기술을 인도 전역에 확대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인도 고유의 시스템을 완성하기 전까지 이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모든 지역의 인도인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국민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이 확산되고 있지만, 인도의 경우 그 영향은 주로 전문직 종사자 및 기업 부문에 국한되어 있다. 실제로 인도 국민 대다수가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는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2~5년 내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각 분야에 맞게 더욱 정교해지고, 활용도가 구체화되어야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코로버닷에이아이(CoRover. ai)의 안쿠시 사바르왈 최고경영자는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실제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농업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났는가? 시골 지역 주민의 환경이 실질적으로 향상되었는가? 이러한 점에서는 아직까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인공지능 개발 스타트업인 와드와니 AI(Wadhwani AI)는 농업, 의료, 인프라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와드와니 AI는 구글과 협력해 인공지능 기술을 농어촌 지역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 2024년 세계 결핵 보고서(Global TB Report)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약 270만 건의 결핵 사례가 보고되었고 이 중 250만 명이 진단 및 치료를 받았다.
와드와니 AI는 인도 중앙 결핵본부 및 보건부와 협력하여 질병 대응을 위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해 왔다. 와드와니 AI의 성과 중 특히 주목받는 것이 바로 결핵 선별 도구다. 기침 소리와 결핵 증상을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해, 폐결핵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조기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 전역에서 3만 6천 건의 결핵 샘플이 수집되었다. 이는 국가 결핵 퇴치 프로그램(National TB Elimination Programme)의 일환으로 수행된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현재 이 기술은 나가랜드, 펀자브, 카슈미르, 찬디가르, 미조람, 우타라칸드 등 여러 지역에서 활용 중이다.
와드와니 AI는 자사의 인공지능 솔루션이 보건, 교육, 농업 전반 분야에서 인도 전역의 수천만 국민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와드와니 AI는 인도 중앙정부는 물론, 주정부와도 협력하고 있다. 현재 하리야나, 나가랜드, 마디야 프라데시, 카르나타카 주의 농업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와드와니 AI의 세카르 시바수브라마니안 최고경영자는 “인도에서 진정한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수천만 명의 인도인이 인공지능 기술에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현재 1억 인도인이 우리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국민들에게 전파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와드와니 AI는 인공지능 기반인 영어 공부 앱을 개발해 초등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솔루션은 인도 내 여러 지역에도 보급될 예정이다. 모바일 앱으로 사용이 간편하며, 아이들이 글을 소리 내어 읽을 때 읽기 능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누락된 단어, 발음 오류, 읽기 패턴까지 즉시 식별한다.
이 솔루션은 현재 구자라트 주의 교육 평가 시스템에 통합되어 구자라티어 및 영어 교육에 적용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간 약 380만 명의 학생이 사용 중이다. 와드와니 AI의 세카르 시바수브라마니안 최고경영자는 “새롭게 개발한 영어 공부 앱은 읽기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언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자신감 있게 의사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의 교육 성취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하고 있는 인도 기술 생태계
최근 몇 년간, 인도의 기술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혁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IT 전문 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까지도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기술의 허브 역할을 하는 글로벌 역량 센터(GCCs: Global Capability Centres)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이며, 글로벌 역량 센터의 확산은 인도 기술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인도 내에 글로벌 역량 센터를 설립해, 자사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기술 변혁과 함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부상 중이다. 사르밤 AI(Sarvam AI)는 인도 지역 언어와 음성 모델 개발을 선도하며 언어 장벽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카르야(Karya)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소외 계층에게 다국어 언어 학습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러한 스타트업은 인도의 새로운 기술 흐름을 대표한다.
사르밤 AI의 비벡 라가반 공동설립자는 “우리가 이루어낸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확대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비롯해 인도의 많은 기업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IBM이 발표한 ‘2025년 AI 전망’(Al Outlook 2025)에 따르면, 인도 기업은 고객 경험 향상(27%), 기획 및 전략 향상(16%), IT 기능 최적화(16%)를 위해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보고서에서는 데이터 접근성 문제(46%), 전문 인력 부족(42%), 시스템 통합의 어려움(38%) 등 핵심적인 장애 요인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인도는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 환경에 맞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도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트업과 기업들은 인공지능 관련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인도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확산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강국으로 또 한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니스월드 (BusinessWorld) 인도 경제지
1981년 창간된 인도 최대 경제전문 잡지. 미래에셋이 만드는 글로벌 경제잡지 THE SAGE INVESTOR는 2007년, 전신인 ASIA INVESTMENT 시절부터 BusinessWorld 와의 제휴를 통해서 인도 현지의 비즈니스와 산업계 소식을 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