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온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온다

글 : 김인순 / 인사이트아웃 대표 2025-06-27


2025년 5월, 중국 베이징 시내에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로봇은 하프 마라톤 출발선에 서 있었다. 영화 촬영 현장이 아니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하프 마라톤에서 얼마나 잘 뛰는가를 보여주는 행사였다. 이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로봇 기술력 과시의 장이기도 했다. 완주한 우승 로봇은 2시간 40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몇몇 로봇은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했지만, 일부는 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어떤 로봇은 휘청거리다 울타리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기도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

 

5월 26일에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 토너먼트까지 열렸다.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를 비롯해 다양한 전투 기술을 장착한 로봇들이 참가해 실시간 생중계 속에서 대결을 펼쳤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술 발전으로 기존의 한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로봇 하드웨어 가격은 낮아졌고, 소프트웨어는 직관적이고 쓰기 쉬워졌다. 고성능 센서와 정밀한 제어 시스템 덕분에 로봇은 더 복잡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은 로봇을 다시 ‘사이언스 픽션(SF)의 세계’로 돌려보내고 있다. 인간처럼 생기고, 걷고, 말하고, 주변 사물을 조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HTF 마켓 인텔리전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3년 24억 달러에서 2033년에는 약 1,14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성장률(CAGR)은 40% 이상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특히 의료, 돌봄,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에 힘입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흥미로운 변화는 이족보행(bipedal) 로봇의 빠른 성장이다. 현재는 바퀴 달린 로봇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사람처럼 걷는 이 로봇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54% 이상의 속도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 비용 하락, AI 기술 발전, 실제 적용 사례 증가로 인해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실제 매출이 나오는 시장으로 떠올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말 그대로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다. 외형만 비슷한 게 아니라, 사람처럼 걷고, 손을 움직이고, 표정을 짓기도 한다. 로봇팔이나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인간의 움직임과 상호작용 방식을 흉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과 함께 일하거나, 사람을 대신해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데 유리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인공지능(AI), 센서 기술, 모터 제어, 소재공학,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복합체다. 이 로봇은 인간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보조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고령화 시대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0년대 중반 이후,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나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 등의 기업이 양산형 휴머노이드로 각광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센서, 액추에이터, AI시스템, 재질과 프레임 등으로 구성된다. 센서는 사람의 눈, 귀, 피부에 해당하는 역할이다. 카메라, 마이크, 촉각 센서, 자이로 센서, 라이다(LiDAR) 등을 포함한다. 액추에이터는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으로 볼 수 있다. 모터, 서보, 유압장치 등을 통해 로봇의 팔, 다리, 목 등 다양한 부위를 움직인다. AI 시스템은 사람의 뇌에 해당한다. 로봇이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으로 연결한다. 영상 인식, 자연어 처리, 행동 계획 등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한다. 로봇의 재질과 프레임은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카본, 알루미늄 합금, 고강도 플라스틱 등)를 사용해 안정성과 민첩성을 확보한다. 휴머노이드는 AI와 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의 융합학문)의 극한 융합 사례이다. 


최근 로봇 기술의 흐름은 ‘물리적 AI’ (Physical AI)와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융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리적 AI는 로봇의 움직임과 환경 반응을 담당한다. 생성형 AI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거나 창의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 옵티머스는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행동을 계획하는 물리적 AI 기반에,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탑재해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AI와 로봇의 결합은 엄청난 가능성을 열었다. 앞으로 로봇 회사들은 반도체, AI 모델, 학습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 똑똑하고 유연한 로봇을 개발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AI가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몸체’가 되는 것이다.



사람 없는 곳에 로봇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지금 이 시점에 딱 맞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시장이 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50년까지 60세 이상 인구가 세계 인구의 약 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80세 이상 인구는 지금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현재도 부족한 노동력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로봇이 제조업 등 자동화가 쉬운 분야에만 쓰였다면, 앞으로는 의료나 돌봄처럼 자동화가 어려운 분야에서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인간형 로봇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그럼 과연 로봇이 정말 사람처럼 일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움직임’이다. 팔과 손을 이용해 섬세한 작업도 할 수 있고, 다리로 공간을 이동하거나 물건을 옮긴다. 최근 일부 로봇은 블루베리를 집거나 체스 말을 옮기는 등의 정밀한 손 움직임을 실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재 더욱 주목받는 건 생성형 AI를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갖춰가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나, 사람의 행동을 학습한 대규모 행동 모델(LBM)까지 활용된다. 로봇은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지시를 이해하고 행동한다. 


지금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많은 로봇은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 로봇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산업 현장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쓰이는 ‘스폿 용접 로봇’ 같은 것을 생각하면 쉽다. 이런 로봇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용도에 쓰인다. 이런 로봇은 예측 가능하고 통제가 잘 되는 환경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이제는 외형이 사람과 비슷하게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확대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을 기준으로 설계된 공간에 그대로 들어올 수 있다. 특수한 공장 환경이 아니라 집, 사무실, 병원에 쉽게 투입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장 잘 활용될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이 가능한 산업은 다음과 같다. 


① 제조업

제조업은 비교적 구조화된 환경이기 때문에 로봇이 일하기 좋은 장소다. 로봇은 사람이 들기 무거운 기계 부품을 들어올리고 재고를 정리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산재 사고 등의 위험도 줄인다. 


② 건설업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건설업 현장에서도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거나, 높은 곳에서 일하는 등 위험한 작업이 많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건설 현장에서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③ 공급망 및 물류

대형 창고에서 물건 분류, 포장, 운반, 재고 정리는 체력 부담이 크고 반복적인 일이다. 현재도 일부 바퀴 달린 로봇이 고객 문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역할을 시작했는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다.


④ 필드 서비스(현장 운영)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력, 수도, 통신처럼 광범위하게 분산된 인프라를 관리하며 고장 감지나 유지보수 같은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특히 위험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원전 시설 등 환경에서 사람 대신 투입할 수 있다. 


⑤ 보건 및 복지 분야

로봇은 노인 요양시설, 병원, 가정 간호 등에서 환자를 옮기거나 보행을 돕고, 의료기기를 나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복적인 신체 노동을 로봇이 대신하면 간호사나 요양보호사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⑥ 소매, 접객, 고객 서비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매장에서 진열대를 정리하거나,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비소에서 청소나 유지보수를 하는 등 고객 접점에서 활약할 수 있다. 식당에서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바퀴 달린 형태의 음식 서빙 로봇이 활용되는데 이것도 휴머노이드로 전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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