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의 현주소와 변화의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퇴직연금 총적립금이 431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불과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기업의 제도 도입 확산과 운용 수익률의 개선이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끌었죠.

여전히 많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예금에 두고 있는 현실은 아쉬운 지점이에요. 하지만 변화의 흐름이 보입니다. 바로 저축에서 투자로의 트렌드입니다. 

현재 전체 적립금의 82.6%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돼 있지만, 이는 2년 전 88.7%에 비해 6%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그만큼 실적배당형 상품, 즉 펀드나 ETF에 투자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뜻이죠.

공격적인 DC, IRP 투자자가 늘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는 수익률에서도 확인됩니다. 2023년 기준 전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4.8%였지만, 제도 유형에 따라 편차가 있어요. 

회사가 운용을 맡는 DB형은 4.04%였던 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은 5.18%로 더 높았습니다. 평균의 차이는 1%포인트 정도지만, 수익률 분포를 보면 DC형에서는 6% 이상 수익률을 거둔 가입자가 8%에 달했고, 일부는 10~20% 이상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DB형에서는 6% 이상 수익률을 올린 가입자가 1%도 되지 않습니다.

퇴직금 수령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익률. 하지만 제도 자체는 개인이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죠. 회사가 DC형을 추가 도입하지 않는 한 DB형 가입자는 운용에 개입할 여지가 적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대안이 바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입니다. IRP는 퇴직금을 받는 계좌이면서 또한 셀프 적립금으로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절세 계좌이죠. 

IRP 계좌의 수익률 분포는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IRP 적립금은 2년 연속 30% 이상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5.86%에 달했어요. 특히 IRP 가입자 중 30%가 6%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가입자의 13%는 10%를 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DC형보다도 더 공격적인 운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죠. 

아래는 DC형과 IRP 분위수별 수익률 현황 그래프입니다. 내 수익률이 전체에서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나의 IRP 연간수익률이 18.2%라면, 100명 중 5등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 어떤 상품에 투자되고 있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퇴직연금계좌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해서 투자하고 있을까요? 

백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선택된 공모형 펀드 유형은 타깃데이트펀드(TDF)였습니다. 

TDF는 은퇴 시점을 목표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이죠. 생애주기에 맞춘 투자에 적합한 특성을 갖췄습니다. 

이번 랭킹에서는 2025, 2030, 2045를 목표로 하는 TDF들이 적립금 상위에 랭크됐습니다. 참고로 올해가 목표 시점인 2025 TDF는 올해가 2025년이니 환매해야 하는 것인가,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예금처럼 만기 시점에 환매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주식비중 40% 이하로 줄여 지속 운용된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TDF 외에도 글로벌 빅테크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 국내채권형, 배당주 펀드도 상위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ETF는 S&P500, 나스닥100, 미국 반도체지수, 미국 장기국채 등 해외형 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해외형 상품은 일반계좌가 아닌 퇴직연금계좌에서 투자할 경우 절세 효과가 있어요.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발생하지 않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 시 3.3~5.5% 낮은 세율로 과세되는 점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굴린 만큼 받는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퇴직금 수령 방식이 아닙니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노후 자산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죠. ‘퇴직금은 회사가 정한 만큼 받는다’에서 ‘내가 굴린 만큼 받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 계좌의 수익률은 얼마인지, 이번 백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해보고, 퇴직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작은 실천이 10년, 20년 뒤 노후 경제적 삶의 격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그래프와 표의 출처는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