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문제로 가족끼리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재산 문제로 가족끼리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글 : 박한슬 / 약사, 작가 2025-06-19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죠. 우리 모두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 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 갑자기 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예고 없이 심장이 멈추거나,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은 뉴스에서만 벌어지는 일인 줄 알죠. 하지만 통계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급성 심정지로 119에 실려 간 사람은 하 루 평균 90명이 넘습니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고요.


사망 자체도 애달픈 일이지만, 문제는 그날 이후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망 직후, 고인의 명의 로 된 모든 금융계좌는 즉시 동결됩니다. 가족이 남겨둔 통장을 찾아가도, 예금은 손댈 수 없어요. 상속인 금융조회 신청부터 처리까지 평균 2주에서 4주. 그 사이 장례는 치러야 하고, 보험료를 비롯해 구독료나 다양한 정기 결제 금액은 계속 빠져나갑니다. 남겨진 사람 입장에선, 감정을 추스르는 것에 더해 돈까지도 고민해야만 하죠.



내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 가족들에게 생기는 일 


사망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사망보다 훨씬 자주 벌어지면서도, 더 까다로운 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일입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나 뇌졸중 같은 질환은 즉시 생명을 잃진 않아도 몇 주에서 몇 달간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있게 만듭니다. 문제는 그 상태에서도 의료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며, 누군가는 병원비를 내고 생활비를 꺼내 써야만 한단 겁니다.


연명의료를 어느 수준까지 진행할지의 여부, 어떤 요양시설에 입소할지에 관한 결정, 보험금은 누가 수령하며, 보유 중인 부동산은 어디에 어떻게 매각할지 등. 정말 어느 하나도 가족이 '그냥'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에 손을 대기 위해선 법적 절차를 밟아야만 합니다. 과거에는 ‘금치산자’라고 불리기도 했던, 성년후견 제도죠.


가족이 회복이 어려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 보호자는 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해 야 하고, 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몸져누운 가족의 재산 변동 아무것도 관여할 수가 없습니다. 보유 중인 부동산 임대차 계약의 갱신이나, 만료된 적금의 처리 같은 것도 모두 성년후견이 개시되어야만 가능한 일들입니다.


후견 심문과 판결까지는 평균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병원비와 간병비는 고스란히 가족이 떠안아야 하죠. 게다가 후견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개시 신청, 감독, 후견인 보 수까지 연간 500만 원이 들었다는 사례도 있어요. 그런데도 후견 청구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3년에만 해도 1만 1,900건이 넘었는데, 지난 5년 새 40%나 증가했죠.



후견 절차를 밟아 재산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가족 사이의 감정이에요. 누가 보호자인지, 누가 비용을 댈 건지,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선 해묵은 갈등이 증폭되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여기에 최종 ‘상속’ 문제까지 겹치면, 형제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을 맞는 경우도 생각보다 잦죠.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3가지 


결국 중요한 건 사망이나 질병이 닥치기 전,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에서 저런 일들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부터 관련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꽤 중요한 항목들이 담겨있습니다. 연명치료를 받을지 말지, 호스피스를 선택할지, 장례 방식은 어떻게 할지 같은 것들이죠. 2025년 상반기 기준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300만 명을 넘었고, 70대 이상이 40%나 됩니다. 국립연명의료 관리기관 웹페이지에서 가까운 등록 기관을 확인할 수 있어요.

(국립연명의료 관리기관 바로가기 : www.lst.go.kr)



두 번째로 준비해야 할 건 위임장입니다. 위임장은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법률행위나 행정절차, 금융거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등에서 제3자(대리인)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기 위해 작 성하는 공식 문서입니다. 쉽게 말해, 통장이나 보험을 다른 사람이 대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권한을 정리하는 문서예요.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위임장을 작성해 공증받으면, 수수료도 대략 10 만 원 안팎으로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큰 금액의 병원비 이체, 간병비 이체 같은 게 필요할 때 굳이 성년후견청구를 기다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유언장과 신탁, 보험수익자 지정 같은 공식 문서들이에요. 이 세 가지는 따로따로 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행하면 더 큰 효과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제한적입니다. 가족에게 균등한 상속을 우선하기에, 덜 상속받은 자녀들이 유류분 청구 소송을 낼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생전에 고인의 뜻이 담긴 문서다 보니 가족 간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 다. 아예 신탁하는 경우엔, 원하는 형태로 재산을 처분할 수도 있죠. 또한 보험금은 상속 개시 전에도 바로 수령이 가능하니, 수익자 지정만 잘 해둬도 남겨진 가족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의식 손상이 발생하면, 가족은 본인의 뜻을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나에게도 혹시나 불운한 사고 혹은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미리 준비해두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조금 겸연쩍거나 어색해도, 살아 있을 때 미리 가족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 사후 갈등이 줍니다. 지금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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