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비보다 무서운 '이 비용', 준비되셨나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후 생활비보다 무서운 '이 비용', 준비되셨나요?

글 : 박한슬 / 약사, 작가 2025-06-19

나이 들수록 병원에 더 자주 가게 된다는 건 누구나 짐작합니다. 그런데 숫자로 보면, 그 변화 의 폭이 꽤 가파릅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걸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 여파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 중 하나가 노인 의료비 영역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7.9%에 불과하지만, 이들 이 쓴 의료비는 전체의 44%에 달합니다. 노인 한 명이 젊은이의 2.5배 정도로 의료 이용을 많이 하는 거죠.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덴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처럼 평생 달고 사는 만성질환이 나이를 먹으며 하나씩 늘기 때문인데요. 가령 고혈압 환자에 들어간 연간 진료비는 약 4조 6천억 원, 당뇨병은 약 3조 6천억 원이나 됩니다. 이러니 노인 세대의 연평균 진료비는 544만 원에 달합니다. 


그래도 건강보험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 전 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4.9%에 불과해서, 나머지 35% 정도는 본인이 부담해야만 합니다. OECD 평균인 74%보다도 10%포인트 낮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미용시술 같은 것들이 끼어들어서가 아니라 흔히 ‘비급여’라고 불리는 의료시술들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진 않지만, 반쯤은 필수적인 의료행위들이죠. 이 차이 를 가장 확실하게 체감하실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치과입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치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충치 치료 시 가 장 저렴한 ‘아말감’ 정도뿐입니다. 물론 기능적으로야 시커먼 색깔의 아말감으로 충치 부위를 때워도 되지만, 보통은 치아 색과 유사한 재료 혹은 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죠? 이런 것들이 보험은 안 되지만 반쯤은 필수적인 비급여 치료의 대표적 예입니다. 



나는 노후 의료비를 얼마나 쓰게 될까? 


문제는 비급여 진료가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단 겁니다. 상시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에 세무조사를 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건강보험 적용도 받지 않는, 개인 돈 내고 받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자료를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추정’하기로 연간 22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요. 


연간 건강보험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에 쓰는 돈이 100조원 가량이니,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이렇게 봐도 큰 수치지만, 이를 개인 차원으로 바꾸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겁니다. 


한 번 가정해볼까요? 68세 A씨는 고혈압, 당뇨, 관절염을 모두 앓고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동갑내기 아내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혼자 외출이 어렵습니다. 간병은 주로 남편이 직접 맡지만, 하루 2~3시간씩 방문요양 서비스를 함께 받고 있다고 할게요. 


이 부부가 지금처럼 80세 까지 12년을 지낸다고 하면, 두 사람이 쓰게 될 의료비와 돌봄비용은 평균적으로 2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병원비 외 지출이예요. 단순히 진료비만 따지는 계 획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간병비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재정적 지출을 벌충하기 위해 실손보험이 출시되어 운영 중이지만, 실손보험도 점차 보장 해주는 범위를 줄여가는 추세입니다. 과거 출시된 구세대 실손보험은 좀 나은 편이지만, 최근 출 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오히려 보장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긴 하지만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죠. 사고가 많이 날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자동차보험을 닮았습니다. 이러니 노인들은 보험료가 치료비 수준이라는 말도 나와요. 


결국 노후의 의료비 폭탄을 대비하기 위해선, 나름의 재무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실손보험 외에도 진단비 특약, 간병비 특약 같은 상품은 공적 보장이 비어 있는 구간을 메워줄 수 있습니다. 특히 노후 의료비에서 자주 빠뜨리는 게 간병비인데, 실제로 간병 비용이 병원비보다 더 나 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간병 보험을 별도로 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정 필요한 경우엔 퇴직연금과 IRP에서 의료비를 중도인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인출 조건은 꽤 까다로워요. 연 급여의 12.5%를 초과하는 의료비가 발생했을 경우에 만 인출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연금 수령 시점을 미리 조정해두거나, 의료비 목적의 자금 흐름 을 별도로 설계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동시에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도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건강보험은 매년 ‘본인부담 상한제’라는 제도를 통해 고액 진료비 중 일부를 환급해 줍니다. 2024년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는 연간 87만 원까지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돌려받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소득 10분위 이상 은 상한액이 800만원으로 잡혀 있어, 본인부담금으로 이 금액을 넘기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의료비를 줄이는 법, 덜 아프려면 


막대하게 늘어날 지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의료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덜 아프는 것’입니다.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만큼 확실한 의료비 재무계획도 없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사에 따르면, 체력인증에서 1등급을 받은 사람은 ‘참가 수준’ 체력인 사람보다 연간 의료비가 평균 50만 원 이상 적게 든다고 합니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최대 3배 이상 차이 나고요. 하루 30분 걷기, 체중 관리, 금연만으로도 의료비 지출이 줄 수 있는 겁니다. 


100세 시대의 의료비는 단발성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비 지출이 해마다 쌓이고 또 쌓이는, 의료비와의 끝없는 전쟁이죠. 예방과 재정적 대비라는 두 개의 대응책을 잘만 준비하면, 늦게까지 아프지 않고, 오래 살면서도 지갑을 지킬 수 있습니다. 노년기의 건강과 좋은 생활습관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최선의 방도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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