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도입, 반드시 해야 하나요?
글 : 김현욱 / 미래에셋증권 상무 2025-06-05

매년 통계청에서는 전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 퇴직연금 통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26.4%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법을 어기고 있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2005년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 이후 회사는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도입(시행)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인사/재무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도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 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아직까지 의무화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퇴직연금 의무화 내용이 포함된 법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입법예고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통과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아직까지는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상태는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입하고 있는 회사와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어떤 이유에서 선택을 달리하고 있는 걸까요?
도입비율 26.4%를 근로자 규모별로 구분해보면 그 이유를 대충은 알 수 있습니다. 근로자수가 3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비율은 80%인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비율은 23%에 불과합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비율은 91.7%에 달합니다.


모든 사업장이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회사들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자금사정이 여유롭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는 회사도 있고,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더라도 차입을 통해 퇴직연금을 도입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입 여부는 회사의 정책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이 의무화 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원인 중 한 가지는 2012년 7월에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조항 중에 “(제5조) 신설 사업장은1년 이내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도입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을 뿐, 위반시 벌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11조)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퇴직금제도를 적용한다”고 하고 있어서 강제성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에서 퇴직연금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설명입니다.

다만, 근로자 입장에서의 의무 가입은 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회사가 퇴직연금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는 상황에 따라서 의무적으로, 더 정확하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퇴직연금에 가입해야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미 퇴직연금제도만을 시행하는 회사에 재직중이거나, 시행 후 입사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회사가 퇴직금제도는 시행하지 않고, 퇴직연금제도(DB제도, DC제도) 중 한 가지 이상의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미 회사와 근로자의 합의로 퇴직연금 규약이 작성되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퇴직연금제도는 정상적으로 효력을 갖게 됩니다. 규약은 취업규칙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근로자와 새롭게 입사한 근로자가 회사 취업규칙에도 없는 퇴직금제도를 요구하거나, 선택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회사의 근로자는 회사가 시행하는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제도가 의무화 되어 있지는 않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그 회사가 퇴직연금제도만 시행하고 있다면 실질적으로는 의무화(강제) 된다는 것입니다.



김현욱 미래에셋증권 상무
퇴직보험 및 퇴직연금 분야에서 27년간 몸담아온 전문가로, 퇴직연금제도의 설계부터 사무처리, 시스템 개발, 마케팅, 영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깊은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퇴직연금 컨설팅과 자문은 물론, 실제 퇴직연금 사무처리 시스템(RK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며 제도 운영의 디테일을 직접 다뤄왔다. 연금계리전문인력과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정 실무작업반과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감독규정 제정' 실무작업반에서 활동하며 제도 기반 마련에도 기여했다. 금융투자교육원의 자문위원 및 강사로도 활동하고, 각종 포럼 세미나 심포지움에 참여 하면서 퇴직연금 관련 전문지식과 현장 경험을 널리 전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