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의 노후, 이렇게 살면 두렵지 않다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5-06-10
1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기 만화가로 잘 알려진 오리하라 미토 씨. 21세에 만화가로 데뷔해 평생을 쉼 없이 살아온 그녀는 어느덧 61세. “정신 차려보니 환갑이 지나 있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녀는 1985년 소녀 만화가로 데뷔했으며, 1987년에는 소설가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10대 소녀들을 위한 순정 만화와 소설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달콤하면서도 애절한 사랑 이야기와 병, 생사(生死)를 둘러싼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어 1990년대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리하라 미토의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죽음’이나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었다는 독자도 많다.
간호사가 되기를 꿈꾸는 소녀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소년의 순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그린 소설이자 만화 『시간의 빛남(時の輝き)』(1991)은 110만 부 이상을 판매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그녀의 작품 중 한국어로 번역된 책으로는 『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永遠の夏休み)가 있다.
“왜 결혼하지 않으셨어요?” 그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는 사람
요즘 일본에서는 50~60대 평생 미혼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국제조사에 따르면 생애 미혼율은 남성 28.3%, 여성 17.8%. 남성은 세 명 중 한 명, 여성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결혼을 하지 않는 시대다.
오리하라 씨 주변에도 일에 열정을 쏟으며 인생을 즐기는 50대 미혼 여성이 많다. 이들은 종종 같은 질문을 받는다. “왜 아직 결혼하지 않으셨어요?”
그녀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우열을 가리려는 심리가 있어요. 심리학에서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이라고 하죠. 예를 들면, 기혼이 미혼보다, 자녀가 있는 여성이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심지어 자녀가 둘인 여성이 하나인 여성보다 낫다고 여기는 그런 사고방식이죠.”
이런 고정관념 속에서, 평생 독신 여성들이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거나 삶이 힘겹다고 느끼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군가와 비교하며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그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써서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잖아요.”
그녀는 아마도 싱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20년 전 자신의 도전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반려견 동반 카페 운영 도전과 실패
40대 초반, 나가노현 야쓰가타케(長野県八ヶ岳) 기슭에 별장을 지은 그녀는 그곳에서 알게 된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한 제안을 받는다.
“근처에 비어 있는 로그하우스가 있는데, 가게를 해보지 않겠어요?”
건물은 2층짜리 통나무집. 바닥 면적 50평에 데크 공간 30평, 게다가 주차장 150평과 정원까지 갖춘 이 매물의 월세는 고작 10만 엔이었다. 당시 그녀는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었고, “가족이나 다름 없는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2004년, 그녀는 직접 반려견 동반 카페를 오픈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적은 수요였다.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았고, 90만 엔에 달하는 월 운영비는 매출과 상관없이 매달 꾸준히 지출됐다. 겨울엔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카페가 있는 곳은 해발 약 1,200미터라 12월부터 4월까지는 추워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어요.”
매출이 거의 없는 시즌에도 직원 월급과 고정비는 빠져나갔고, 5년간의 점포 임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결국 폐업을 결정한다. 총손실은 초기 투자금과 적자 보전분을 합쳐 약 2천만 엔.
“은행 대출까지 받았더라면 정말 지옥을 봤을 거예요.”
그럼에도 그녀는 이 경험을 **‘절대 헛된 게 아니었다’**고 말한다.
“수업료는 비쌌지만,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단연 ‘사람 관리’였어요.”
혼자 사는 인생, 어떻게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오리하라 씨는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팁을 전한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마치 내 일처럼 기뻐하는 마음이 중요해요.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친구가 결혼해서 행복해 보이면, 나도 기쁘다고 느끼면 돼요. 자녀가 없더라도 친구나 친척에게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의 성장을 함께 기뻐하는 거죠. 그렇게 타인의 행복을 내 행복처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꼭 내 삶 안에서만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웃음과 기쁜 속에서도 우리는 위로와 따뜻함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다 보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삶이 가능해진다.
결혼은 ‘안심’의 보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노후의 외로움이나 경제적 불안을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했다고 평생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혼이나 사별 등 예기치 못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죠.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거예요.”
건강과 최소한의 경제력, 그리고 위급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특히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그녀는 그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연금, 건강보험, 요양보험, 입원·암보험 등 꽤 많이 들어놨어요. 정말 급하면 집을 팔아서 충당할 생각도 있죠(웃음).”
30대에 가나가와현 즈시시(神奈川県逗子市)에 단독 주택을 구입한 그녀는 지금도 나가노현 야쓰가타케와 이바라키의 별장을 오가며, 반려견 HARU와 함께 자연 속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완전히 혼자인 사람은 없어요”
그녀는 말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히 혼자’인 사람은 없어요. 독신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일이에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이웃은 물론 취미 모임, 수업, 덕질(팬 활동)도 좋다. 다양한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많은 사람과 신뢰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녀의 SNS에는 친구와의 여행, 조카와의 공원 산책, 독자와의 만남, 이웃과의 식사 장면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그 모든 교류가 어쩌면 다음 작품의 영감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꿈은? “시니어 인플루언서!”
“앞으로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해보고 싶어요 (웃음)! 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니어, 예비 시니어, 독신 여성에게 용기와 활력을 전하고 싶어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소개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여성들을 위한 힐링과 응원의 계정입니다.
오직 행복과 긍정적인 이야기만 전합니다.
61세, 이혼 경험 없는 미혼,
대형견의 엄마, 만화가이자 소설가입니다.
@60life_mito
“질투도 있지만, 자유도 있어요”
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함께 그녀가 올린 글에는 이런 문장이 담겨 있었다.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질문>
‘파트너가 있는 사람을 보면 질투를 느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
'저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정말 멋진 부부를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독신에게는 독신만의 편안함과 자유, 그리고 즐거움이 있답니다.
언제든 연애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 어쩌면 앞으로 멋진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멋진 남성을 만나더라도, 결혼한 사람은 연애를 하면 곧바로 불륜이 되어버리잖아요? (웃음)
우리는 ‘자유’와 연애하는 싱글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삶도 설레지 않나요?
남과 비교하거나 부러워하지 말고, 내 삶 속에서 진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봐요💕"
#시니어해방구 #혼자여도괜찮아라이프”
그녀의 솔직하고 멋진 답변에, 댓글에는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혼자가 되었을 땐 외로웠지만,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덕분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며, 많은 인연과 연결되고 있어요.”
오리하라 씨는 말한다.
“60대, 혼자이고 자녀도 없는 제가 마음껏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SNS로 보여줌으로써 세상의 고정관념이 단 1밀리미터라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자연 속 별장에서 해맑은 미소로 글을 쓰고,직접 요리해 먹는 그녀의 모습은 자녀와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녀의 자유롭고 긍정적인 삶은 많은 이들이 오늘도 '좋아요'를 누르게 만든다.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1986년 4월,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으로 히토쓰바시 대학원에 유학한 후,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거쳐 게이오 대학원에서 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이바라키 기독교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시니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지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하며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