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모터쇼 참관기① : 화웨이, “나를 더는 핸드폰 회사라고 부르지 마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하이 모터쇼 참관기① : 화웨이, “나를 더는 핸드폰 회사라고 부르지 마라”

글 : 한우덕 / 중앙일보 차이나랩 2025-05-27

지난 4월 말, ‘상하이 모터쇼’에 다녀왔다. 방대했다. 전시장 면적 36만㎡, 삼성동 COEX 전시장의 딱 10배 크기다. 전시장을 채운 다양한 종류의 전시품들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놀라운 게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전시물 하나가 있었다. 화웨이가 만든 ‘MAESTRO S800’이 주인공. 엄밀하게 말하면, 화웨이가 만든 건 아니다. 자동차 회사인 장화이(江淮)가 제작했고, 화웨이는 디자인 및 내부 운영 시스템을 맡았다. 그래도 중국 미디어는 이를 ‘화웨이 차’라고 말한다. 화웨이가 기획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차다.

 


이달(5월) 말 시판된다. 그래서 가격은 얼마? 매장 관계자는 ‘100만~150만 위안에 책정됐다’고 말한다. 우리 돈으로 치면 최고 약 3억 원짜리 럭셔리 자동차가 중국에서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비싸다. 대체 어떤 기능이 담겼기에…



화웨이의 무서운 활약


화웨이는 자사 최첨단 스마트 기술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인 ‘첸쿤(乾崑)’을 깔았다. L3레벨 기능을 넣었고, 전방위 충돌방지 시스템도 담았다. 스마트폰 조작으로 주차하고, 충전할 수도 있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화웨이의 스마트 운영체제(OS)인 훙멍(鴻蒙·HarmonyOS)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배터리는 CATL과 협력해 특별 제작했다.


순전히 중국 기술로 만든 자동차라는 얘기다. 화웨이는 ‘애국 부자가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벌써부터 중국 ‘졸부’들의 관심이 뜨겁다.


화웨이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시장 여기저기에 화웨이 기술은 드러나지 않게, 스며들고 있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자인 둥펑(東風) 자동차 부스. 이 회사가 만든 오프로드 지프 모델인 ‘M817’은 군 작전에 사용해도 손색없을 듯한 탄탄한 외형을 가졌다. 

 


M817은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스타였다. 화웨이 자율주행시스템의 최신 버전인 ‘첸쿤(乾崑)4.0’을 처음 채택했기 때문이다. 

“첸쿤4.0은 화웨이가 그간 개발해 온 자율주행 시스템의 최상급 기술입니다. 중국 최고의 군용 지프 생산회사인 둥펑과 화웨이의 기술이 만나 완성한 작품이지요.” 


부스에서 만난 허방촨(賀邦川)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는 화웨이 전장(차량 전자·전기 장비) 시스템을 쓴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둥펑뿐만 아니다. 화웨이는 창안(長安)자동차와 아바타(阿維塔) 7.0을 만들었고, 베이징자동차와는 헝제(享界)S9를, BYD와는 ‘레퍼드(豹)8’을 합작 생산해 이번 전시장에 출품했다. 화웨이는 그렇게 공장 하나 없이 메이저 자동차 회사로 커가고 있다. 라우터, 휴대전화를 팔던 그 화웨이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스마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세대의 스마트 단말기(新一代智能終端)’.

중국 리창(李强) 총리가 지난 3월 5일 전인대(의회)에서 낭독한 ‘2025 정부 업무 보고’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동차를 ‘IT 단말기’로 정의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성격의 기기라는 뜻이다. 화웨이는 그렇게 자동차를 스마트 단말기로 바꾸고 있었다. ‘나를 더 이상 핸드폰 업체라고 부르지 마라.’ 화웨이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혁신이 불붙은 현장


중국의 자동차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함께 전시장을 돈 이근 중앙대 교수는 이 질문에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때 후발자의 추격은 갑자기 빨라진다”고 답했다. 자동차 산업이 가솔린 기술에 머물렀다면 중국은 영원한 추격자(Follower)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마트 전기차’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틈타 빠르게 추격했고, 이제 선도자(First mover)로 달리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 말대로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금 혁신 중이다. 혁신은 시장의 피드백(feedback)을 먹고 자란다. 시장의 요구를 가장 낮은 비용으로 충족해줄 수 있는 기업이 결국 승리하게 되어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지금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를 맞아 그걸 해내고 있다. 그들만의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이를 통해 기술 혁신을 이룬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컸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대륙 전역에 전기차 충전 플러그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를 깔았다. 주요 도시의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도 전기차에는 특혜를 베푼다. 중국이 세계 전기차 생산과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패러다임은 다시 한번 바뀔 조짐이다. 전시장 곳곳에서 ‘스마트 전기차’ 흐름을 읽을 수 있다.



AI와 합체된 자동차가 몰려 온다 


안후이(安徽)성의 음성인식 분야 AI 전문 회사인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와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이 회사는 차내 음성인식 자동 제어시스템을 들고 모터쇼 문을 두드렸다. “자동차 전장에서도 AI가 필요하고, 음성인식은 필수잖아요. 당연히 AI 회사가 나와야지요. 자동차 운전의 모든 것을 음성으로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부스에서 만난 장순보(張順派) 경리의 설명이다. 


자율주행 회사 포니AI는 운전자 없이도 달리는 L4레벨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올해 말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란다. 그런가 하면 BMW는 딥시크(Deepseek)의 언어생성모델을 채택한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AI 패러다임’ 전환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 추격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전기차 혁신에 성공한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는 거대한 축제 파티!’


그게 이번 상하이 자동차 모터쇼의 모습이었다. ‘가솔린 엔진에서는 서방에 뒤졌지만, 전기차는 중국이 가장 앞서 달리겠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 있다. 그 선도에 화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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