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떨어지면 팔아야 하나
글 : 신파람 / 공학박사, 객원교수 2025-05-27
올해 들어 미국 주식 시장이 매우 안 좋습니다. 폭락 수준으로 연일 주가가 떨어지다가, 또 며칠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종잡을 수 없습니다. 저도 손해가 막심합니다. 작년에는 4.3억원 정도 벌어서 제 계좌의 평가액이 14억을 넘겼는데, 올해는 4월 말 기준으로 -1.4억 정도의 손실이 나서 12.7억 정도로 줄어 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투자자로서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지켜볼 뿐입니다. 솔직히 주가가 매일 내리면 계좌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집니다. 오를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면서 혼자 뿌듯해 하지만, 내릴 때는 쳐다보기도 싫은 것이 주식 계좌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도 요즘은 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면, 다른 분들도 할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통해 짚어보는 투자의 진리
하지만 주식 투자는 장기전입니다. 하다 보면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습니다. 시장이 나쁘고 주가가 내렸다고 투자한 상품을 절대로 팔아서는 안 됩니다. 시장 상황이 좋거나 나쁘거나 투자는 건들면 안 됩니다. 시장은 언젠가 회복되고, 그 전보다 더 오릅니다.
이것은 미국 주식 시장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가 지난 30년의 S&P 500 지수입니다.
그래프에는 2000년~2002년의 닷컴 버블 붕괴, 2007년~2008년의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 사태, 그리고 2022년의 하락장에서 지수가 왕창 떨어졌던 것이 다 보입니다. 주가가 반 토막이 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가지고 있던 투자 상품들을 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그 때가 제일 쌌던 때였습니다. 그 때 안 팔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돈을 벌었습니다. 언제 사야 할 지, 팔아야 할 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비싸든 싸든 아무 때나 사 두고 가만히 기다리면 부자가 됩니다.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말고 타임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유일하게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입니다.
타이밍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통계로 증명됩니다. 24년 동안 투자하면서, 하필 가장 많이 오른 10일만 상품을 팔아 투자를 안 했다면 수익의 절반이 날아갑니다. 다시 말하면, 24년이라는 긴 시간 중에서 딱 10일 동안 총 수익의 절반이 나오는 겁니다. 가장 많이 오른 30일 동안 투자를 안 했다면 수익의 80%가 날아가고, 가장 많이 오른 60일 동안 투자를 안 했다면 수익은커녕 원금의 절반을 잃게 됩니다.
꼭지에 산 줄 알았는데 3년 뒤 알고 보니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항상 시장에 들어가서 투자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투자했던 상품을 팔고 시장에서 빠져 있을 때 하필 주가가 오르면 회복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오른 날의 절반은 하락 기간에 발생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2021년 12월, 한창 시장이 오를 때 어느 한 나스닥 100 ETF를 $60,000 정도 매수하였습니다. 당시 환율로 7천2백만원 정도였습니다.
제가 사자 마자 그 ETF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꼭지에서 산 것입니다. 제 매수 단가가 $390 정도 되는데, 1년도 안 된 2022년 10월에는 주가가 $260까지 하락했습니다. -33% 정도의 원금이 날아간 것입니다.
그 때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묻어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더니 2년이 되던 2023년 12월에 매수 단가인 $390가 회복되었고, 이 후에는 엄청난 상승장이 와서 올해 2월에는 $540 근처까지 올랐습니다. 환율 상승분까지 더하면 원화로는 거의 2배가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후 또 하락하였다가 약간 회복하여 현재는 $488 정도입니다.
저는 꼭지에 샀지만, 3년 반의 기간이 지난 현재에는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물론 이 주식이 더 낮았을 때 샀으면 지금보다 더 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저는 분명히 더 오를 줄 알고 샀는데, 한 달도 안 되어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말, 내년 말에는 지금보다 더 올라 있을 지, 내려 있을 지 모릅니다.
단기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올라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S&P 500의 그래프를 보면 미세하게는 울퉁불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승합니다. 지난 100년 가까이 이렇게 움직였는데, 이것이 어느 순간 방향을 180도 바꿀 확률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그래서 10년 후에는 올라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시장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때 투자를 멈추지 않은 경험
제 또 하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면, 제가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연금계좌에 납입했던 시기는 1997년~2013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총 $120,000을 납입했는데, 이 때 버블붕괴와 금융위기라는 두 번의 주식 시장 붕괴를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당시에 저는 납입금의 대부분을 안전 자산에 투자하여 피해는 적었지만, 그래도 투자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매달 급여의 일부를 연금계좌로 자동이체 하였고,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였습니다.
그 때 꾸준히 납입해서 투자했던 $120,000의 원금이 지금은 $610,000로 불어난 것입니다. 달러 금액으로는 5배, 원화 금액으로는 6.4배가 된 것입니다. 만약 제가 그 당시에 주식 시장이 안 좋다고 납입을 중단했으면, 이 돈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꾸준히 납입하고 계속 시장에 들어가 있다 보니 이렇게 불어난 것입니다.
이제는 제 자산의 30% 정도가 사라진다 해도 저는 크게 불안하지 않습니다. “그 돈은 제 돈이 아니었구나” 라고 마음 편히 먹으면 됩니다. 은퇴 자금으로 15억이 있으나 10억이 있으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S&P 500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채권이나 예금으로 분산하라는 조언이 많은데, 30년 가까이 연금계좌에 투자해 보니 하락장 후에는 반드시 상승장이 따라온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가장 안전한 투자는 자산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축구에서 골을 안 먹기 위해 수비에 치중하는 대신, 골을 먹더라도 내가 골을 더 많이 넣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이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내가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녀야 합니다. 시장에 계속 참여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신파람 공학박사, 객원교수
전자공학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여 초등학교 때 디지털 시계를 제작하였고, 컴퓨터 설계와 기계어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깨우쳤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로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 및 대기업인 마이크론,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국내 대학의 객원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미국과 국내 연금 계좌에 저축하고 투자하여 10억원의 연금을 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직접 체득한 투자, 연금, 세금, 건강보험 관련 노하우와 지식 정보를 “신파람”이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카페에 게재하여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은퇴 준비는 30년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신파람의 은퇴준비 오지랖" 이라는 블로그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