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해 얼마를 모으느냐 보다 중요한 것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5-05-21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웰빙’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미국 갤럽은 다음의 다섯 가지 영역을 추가했다.
• 직업적 웰빙 (Career Well-Being)
• 사회적 웰빙 (Social Well-Being)
• 금융적 웰빙 (Financial Well-Being)
• 신체적 웰빙 (Physical Well-Being)
• 공동체적 웰빙 (Community Well-Being)
요코타 켄이치(48) 씨는 이 가운데 ‘금융 웰빙(Financial Well-Being)’이라는 개념을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린 금융 설계 전문가이다.
그는 ‘금융 웰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매달 지출을 통제하고, 미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며, 인생의 선택지를 넓혀나가는 상태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산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설정하고, 삶과 연결된 머니 플랜을 수립하는 일입니다.”
안정적인 회사 등지고 금융교육 회사 창업한 이유
'100세 시대, 어떻게 자산을 만들고 어떻게 써야 행복할까?'
이 화두에 평생을 걸기까지, 그는 다양한 길을 거쳤다.
그의 전공은 물리학이었다. 도쿄대학교 물리학과 및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지만 커리어는 금융으로 이어졌다.
“물리학과에서 금융공학을 접하며 증권업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보수면에서도 매력적이었고요.”
노무라증권에서 17년간 트레이딩, 경영기획, 핀테크 전략 등 다양한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재직 중 그는 연금, 펀드, 주식 등을 스스로 운용해왔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조차 금융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당시 동료들 중에도 자신의 자산 형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연금, 보험, NISA(소액 투자 비과세제도, 한국의 ISA와 유사) 등 기본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했지요. 학교 교육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았고요. 그렇다면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년 “보통 사람에게 보통의 자산 형성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무 설계사 업무와 금융 교육을 기반으로 한 회사를 직접 창업하게 되었다. 그가 설립한 회사 ‘웰스펜트(WELL SPENT)’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여 각자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연 100만 페이지 조회수를 기록하는 금융정보 사이트 ‘자산형성 핸드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가계 상담과 라이프플랜 시뮬레이션도 병행하며, 기업과 대학 등을 대상으로 ‘금융 웰빙’을 주제로 한 교육 활동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후 자금에 대한 불안, 그 실체
2025년 1월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노후 자금’이었다. 심지어 20대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노후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에 요코타 씨는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자산형성 핸드북’을 배포하고 있다. 이 책자는 생애 주기별 지출 예측, 월급명세서 이해, 세금·보험·연금·투자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다.
2024년 9월, 요코타 씨가 전면적으로 감수를 맡은 일본 최초의 ‘금융 웰빙 검정시험’이 시행되었다. ‘자산형성 핸드북’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금융, 세금, 생애 설계를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부자되기’보다 중요한 삶의 비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 수준(미국 기준 약 7만5천 달러)을 넘어서면 행복 곡선은 더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다. 또한 MUFG자산형성연구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같더라도 금융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더 큰 경제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요코타 씨가 단순히 돈만 많이 모으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다.
“수입을 늘리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돈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끝없는 비교와 불만족에 빠지게 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을 통해 어떤 삶을 실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갖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을 계속할지, 독립할지, 결혼·출산·주택 마련 등 계획에 따라 필요한 자금이 달라집니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재무 계획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라이프 플랜을 점검해야 합니다.”
그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 형성 수단으로 ‘신(新) NISA’를 추천한다. 특히 글로벌 인덱스 펀드에 장기 투자할 경우, 연 평균 3-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월 2만 엔씩 20년간 꾸준히 투자했을 때 아래와 같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 연 3% 수익률 가정 시:
약 655만 엔 (총 원금 480만 엔 + 수익 약 175만 엔)
* 연 7% 수익률 가정 시:
약 1,021만 엔 (수익 약 541만 엔)
이처럼 복리의 힘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 NISA는 장기 자산 형성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수입 줄어든 60대, 연금 인출과 지출 전략을 세우자
최근 그는 ‘60歳からの賢い「お金の回し方’(60세부터 돈을 똑똑하게 굴리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수입이 줄어드는 60대 이후에는 단순한 저축이 아닌 ‘어떻게 쓸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축과 투자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돈을 현명하게 쓰는 법이나 자산을 계획적으로 인출하는 방법, 연금 수령 방식 등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책은 퇴직 후에도 자산을 지혜롭게 유지하며 웰빙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가이드북이다.
금융 이해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족연금, 고액의료비제도(한국의 경우 본인부담상한제) 등 기본적인 제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금융 이해력은 인생 후반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입니다.”
그는 금융 웰빙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 자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제한다.
• 불안보다 기대를 갖고 미래를 설계한다.
• 돈을 경험과 의미 있는 소비에 아낌없이 쓴다.
삶을 충분히 살기 위한 자산 설계
우리는 종종 삶의 기쁨을 뒤로 미루며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참으며 돈을 모으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인생의 황혼이 너무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실제로 평생 모은 돈을 다 쓰고 떠나는 이는 많지 않다.
진정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삶 자체가 풍요로운 인생’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알고, 그 경험에 아낌없이 돈을 쓰며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삶이 아닐까.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1986년 4월,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으로 히토쓰바시 대학원에 유학한 후,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거쳐 게이오 대학원에서 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시니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지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하며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