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어디서 살까, 내 몸에 맞는 실버타운은?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5-04-30
“은퇴 후 어디서 살까.” 거주지 선택은 은퇴자들의 여러 고민 가운데 하나다. 은퇴자들이 노후에 어디에서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생활비 때문일 것이다. 주택 크기를 줄이거나 거주지를 도심에서 교외로 옮기면 거주 비용뿐 아니라 생활비도 줄일 수 있어서다. 생활비를 고려해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어디로 갈 것인지를 놓고는 부부가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거주지 이전의 목적이 생활비 절감이 아니라 식사 문제 해결에 있다면 의견차는 크지 않을 것 같다. 70대에 접어들면 식사 해결이 머리 무거운 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커뮤니티형 아파트’가 부쩍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고가다. 중산층이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가격대다. 반면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커뮤니티 아파트의 장점을 두루 갖춘 곳이 ‘실버타운’이다.
1988년 첫 등장한 실버타운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그룹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졌고, 도심지나 교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근접성도 뛰어나다. 특히 2024년부터 실버타운에 입주하면서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고 살다가 실버타운으로 이주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경험담 통해 전국 34곳 실버타운 상세분석
실버타운을 노후 거주지로 고려했다면, 다음 차례는 내 몸에 맞는 곳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입주보증금과 월비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입주보증금을 안전하게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편의시설과 의료서비스 등도 관심사다. 실버타운과 관련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다면 <실버 타운 사용 설명서> 한 권이면 충분할 것 같다.
저자인 이한세 스파이어 리서치&컨설팅 한국지사 대표는 ‘실버타운 100문 100답’을 통해 전국 34곳의 실버타운을 상세분석했다. 10년 전에도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 를 펴낸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34곳의 실버타운 방문을 통해 얻은 경험담을 담은 ‘저자 리뷰’는 이 책의 백미(白眉)다. 현장 탐방을 하지 않고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에 대한 저자 리뷰는 이렇다.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이용하기에 좋다. 게르마늄 온천욕을 즐길 수 있고, 맨발 황톳길과 파크골프장은 물론이고 지척에 18홀 골프장이 있어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적합하다”는 알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는 “아쿠아로빅과 같은 수중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가 있어 관절이 걱정되는 시니어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KB골든라이프케어평창카운티에 대해서는 저자 리뷰에 “바닥 난방과 발코니를 갖추고 있다. 바닥 난방은 겨울에 공기를 건조하지 않게 해 열풍기를 이용한 간접난방보다 시니어들의 호흡기 건강에 좋다. 또한 발코니는 화초를 키우거나 세탁기와 티 테이블을 놓는 공간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올해 입주자를 모집하는 4곳의 실버타운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백운호수푸르지오숲속의아침스위트(의왕시 학의동), 라우어(부산시 기장군), 라티브(부산시 기장군), VL 르웨스트(서울시 강서구)에 대해 생활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어떤 업체가 식당을 운영할 예정인지도 알려준다. 역시 이들 4곳에 대해서도 저자 리뷰가 실려 있다.
‘실버타운 100문 100답’을 통해 실버타운 관련 많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내 몸에 맞는 실버타운을 선택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예컨대 수영장·파크골프장·케이트볼장·종교시설을 갖춘 곳이 어디이며, 실버타운 내부에 주간보호센터·요양원·요양병원이 있는지 여부까지도 알려 준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아도 입주할 수 있는 곳도 알 수 있다. 대부부의 실버타운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고령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유익한 정보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이며, 24세 이상 자녀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실버타운도 알려준다.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24세 이상의 자녀와 동반 거주할 수 없다.
눈에 띄는 대목 하나. 실버타운 입주자가 사망했을 경우 입주 보증금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저자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입주보증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입주할 때 입주보증금의 수취인 지정에 신중하라고 당부한다. 실제로 입주 보증금을 놓고 상속인끼리 법적 다툼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입주보증금은 상속재산이 아니기에 당초 지정된 수취인이 입주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기업 소유거나 오래 운영되는 곳 선택
분양형 실버타운은 입주보증금이 없지만, 대부분의 임대형 실버 타운은 입주보증금이 있다. 입주보증금이 많을수록 입주비용은 줄어든다. 입주보증금은 최고 10억원(더클래식500)에서 아예 없는 곳(일붕실버랜드)까지 다양하다. 입주보증금을 안전하게 되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잘 따져야 한다. 주요 안전장치로는 확정일자, 전세권·근저당 설정, 입주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등이 있다. 입주보증금 반환을 걱정하지 않으려면 대기업 소유의 실버타운 이거나 서울시니어스타운 (가양·강남·강서·고창·분당·서울)처럼 10여 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실버타운은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로 구분된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담보 설정을 통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세대별 구분등기가 가능하고 세대 내 취사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반면 유료양로시설은 세대 구분등기가 불가능하고 임대형만 존재하기 때문에 주택연금 담보 대상이 아니다. 유료양로시설 가운데 고급시설을 자랑하는 곳은 더클래식500·미리내실버타운·일붕실버랜드 등이다. ‘내 몸에 맞는 실버타운’을 고르는 지침서로 손색없는 귀중한 책이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