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이 서독보다 연금으로 생활하기 더 좋은 까닭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동독이 서독보다 연금으로 생활하기 더 좋은 까닭

글 : 김수민 2025-04-29

독일 연금보고서(독일 연방 노동사회부, 2024)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연금 총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2023년 말에는 445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금 총액이 상승하고 있는 까닭은 독일로 유입된 노동인구 수 증가에 더해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연금 납입액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서 들어오는 노동자들은 대체로 아랍, 아시아 등 유럽과는 문화적·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차이가 나는 나라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노동시장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경제 상황과 소비 패턴,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환경과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동독과 서독은 통일이 된 지금까지도 대체로 서로 다른 생활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를 유지해 오고 있다. 서독 지역의 소비와 경제는 세계화와 자본주의 흐름에 맞춰서 빠르게 변화해 왔다, 반면 동독 지역은 이에 비해 발전과 변화 속도가 느리고 주민들의 소비 방식도 절제되고 안정된 편에 속한다. 


이러한 차이는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시니어들의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독일에서 발표 된, 은퇴 후 연금생활자들의 생활 유지 능력에 대한 예측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독 지역 시니어들이 서독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서독의 생활물가 비교를 통한 예측조사로, 경제적인 지표만 두고 산출한 것이어서 시니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부적인 영역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독 지역 퇴직자 연금 구매력이 서독보다 높아 


올해 초 독일의 한 조사기관(Prognos-Institut)은 2023년 독일 보험경제연맹(GDV·Gesamtverband der deutschen Versicherungswirtschaft) 의뢰로 독일의 어느 지역 연금생활자들이 돈이 가장 많은지, 어느 지역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지를 예측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경제학자들은 2013~2021년 독일 전역 400여 개의 도시와 소규모 지방을 중심으로 임대 시세를 평균 퇴직연금액(개인적인 투자연금을 제외한 공적 연금)과 관련해 분석했고, 이를 통해 지역별 연금생활자들의 경제력을 예측했다. 연금 수령자들의 구매력(Kaufkraft)에 대한 이 같은 예측 조사에서 동독 연금 수령자의 구매력이 서독 연금 수령자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연금 구매력이란 연금 수령자들이 매달 지급받는 연금액의 실질 가치를 의미한다. 연금액의 실질 가치는 주거비용(월세 등) 지출을 근거로 산출했다. 주거비용을 기준으로 삼은 근거는 가구당 주거비용에 평균적으로 소득의 30%가량을 지출한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지역별로 보유 부동산이나 근로 소득면에서는 차이가 적었지만 주거비용에 있어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점 또한 반영했다.


결과는 명확하게 차이를 보여주었다. 퇴직자들이 연금만 가지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동독 지역이었다. 동독의 퇴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연금이 많았고 물가가 저렴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해당 예측 조사 결과는 대체로 다음의 내용들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도시와 지방은 일반적인 경향에서 차이가 났다. 지방도시에 비해 대도시의 물가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 

둘째, 동독의 물가 수준이 서독에 비해 비교적 낮았다. 이는 동·서독 지역 간 경제 수준의 차이를 반영한다. 

셋째, 동독의 퇴직연금액이 평균적으로 서독보다 높았다.

넷째, 연금 수령자들이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

다섯째, 결과적으로 동독 지역이 서독보다 연금액이 높은데도 생활비가 적게 들었고 이에 따라 연금생활자들의 구매력이 높게 나타났다. 서독 지역에서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은 연금 지급액이 낮은 데다 높은 물가로 인해 구매력이 최저치로 나타났다.


서독 퇴직자들의 낮은 연금 구매력, 개인연금 중요성 커져


이번 조사에 사용된 근거 자료는 2021년 발행된 연금 생활자 구매력 조사 데이터다. 당시 조사된 독일 연금 생활자들의 평균 구매력은 월 1036유로였다. 당시 동부 튀링겐주의 도시 게라(Gera)의 연금생활자 구매력은 가장 높은 수치인 월 1437유로로 나타났다. 켐니츠(Chemnitz), 코트부스(Cottbus), 괴를리츠(Gorlitz), 슈프레-나이세(Spree-Neiße) 주변 등 동독 지역 연금생활자들이 높은 구매력을 보였다.


이에 비해 서독과 독일 남부 지역, 특히 바이에른 지역과 뮌헨 등 몇몇 대도시는 동독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들 지역에서는 독일 전체 연금생활자 구매력의 평균을 밑도는 수치가 나타났다. 조사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낮은 수치는 바이에른의 높은 물가가 평균 연금 수입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에른 남부의 베르히테스가데너(Berchtesgarden) 부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과 레겐스부르크(Regensburg)는 2021년 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곳이며 평균 구매력이 월 800유로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이래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에너지 비용 및 주거비용 상승으로 독일 물가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도시로 갈수록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고, 개인적인 노후 대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공적 연금에 한해서 독일 각 지역의 연금생활자들의 수준을 살펴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퇴직자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연금을 추가로 살펴본다면 퇴직 후 은퇴자들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고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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