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라이프스타일 ‘두 지역 거주’, 도시와 지방 왕래하며 산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요즘 뜨는 라이프스타일 ‘두 지역 거주’, 도시와 지방 왕래하며 산다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5-04-29

도시와 지방에 생활 거점(거처)을 두고 양쪽을 왕래하면서 생활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요즘 일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두 지역 거주(二地域居住)’라고 부른다. 2024년 11월 두 지역 거주를 활성화하는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평소 지방 생활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 지역 거주라는 새로운 생활방식이 도쿄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5월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 시행된 관련 법의 이름은 ‘광역적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반 정비에 관한 법률’. 법의 골자는 ‘두 지역 거주’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 ‘주거’ ‘일자리(소득)’ ‘커뮤니티’ 등 3가지 부문에서 생활 인프라와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두 지역 거주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기초자치단체도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주체에 포함됐으며, 민관 협력체계를 만들 때 지원 법인과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지역 거주에 관한 법 규정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회사 등 기업이나 NPO 등 시민단체를 ‘특정 지역거주 지원 법인’으로 지정하고, 이 지원 법인을 통해 지방의 주거나 일자리 확보, 정보 제공 등 수용환경이 정비될 수 있도록 행정과 재정적 뒷받침을 한다는 것이다.


지원 법인으로 선정된 기업이나 단체는 두 지역 거주 희망자들과 지방이 원활히 연결될 수 있도록 거주 및 생활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임대주택 활용과 빈 집 개보수로 지방의 거처를 확보하고, 지방에서 일할 수 있는 공유 업무 공간 등 생활 거점을 마련하는 일을 맡는다. 또 지방에서의 취업과 취농(就農) 기회를 제공하고 두 지역 거주에 대한 지역의 이해를 높이는 다양한 이벤트도 실시한다.


두 지역 거주를 촉진하는 태스크포스(TF) 조직이 발족하는 등 일본의 ‘두 지역 거주’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10월 지자체, 기업 등으로 구성된 ‘전국 두 지역 거주 촉진 관민 제휴 플랫폼’이 출범했다. 교통이나 교육, 부동산 관련 기업·단체는 물론 국토교통성 등 국가기관도 참여한다. 민관이 함께 나서 ‘국민적인 운동’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제휴 플랫폼은 두 지역 거주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교통, 교육 등 생활 서비스가 잘 제공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두 지역 간 교통비 할인제도나 지방 거주처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두 지역 거주 희망자 모집에 먼저 시동 건 지자체


몇몇 지자체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두 지역 거주를 희망하는 도심 거주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나가노(長野)현 사쿠(佐久)시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10분 거리라는 입지를 홍보하면서 지난 4월부터 신칸센으로 왕래할 때의 교통비를 월 2만 엔까지 보조해 주는 제도를 시작했다. 사쿠시의 생활 거처를 주민표 주소로 기재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쿠시는 또 두 지역 거주민이 현지 주민과 교류하기 쉽고 원격·재택 근무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정비했는데, 이주자와 주민이 아이디어를 내 ‘크래프트(수제) 콜라’를 상품화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쿠시 이주교류추진과 이와시타 과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택 근무가 보편화하는 가운데, 자연의 풍요로움과 여유로운 일상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이고 빠르게 수용해 인구 감소를 막고 싶다”고 말했다.


오이타(大分)현의 관광지 구스초(玖珠町)는 두 지역 거주 희망자에게 항공기 4회 왕복 운임에 상당하는 마일리지를 부여하거나 빈집을 리모델링한 ‘체험 생활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해 장래 이주 및 정착을 독려하고 있다. 유치 사업에는 취지에 공감한 일본항공(JAL)과 현지 신용조합이 협력하고 있다. 민간의 빈집을 수리해 월 3만 엔(수도·전기·가스비 포함)의 저렴한 집세로 거처를 제공하거나 JAL의 마일리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마일리지 부여에 드는 비용을 마을이 부담한다. 



도심의 육아세대 중에는 아이를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느긋하게 기르고 싶다는 이유로 두 지역 거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때 고민스러운 것이 학교 문제다. 현지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여건은 조금씩 조성됐지만 초·중학교는 아직 여의찮은 상황이다.


이에 도쿠시마(徳島)현은 지방과 도시의 두 학교가 하나의 학교처럼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 형태의 ‘듀얼 스쿨’을 전개해 주목받고 있다. 듀얼 스쿨은 다른 지역 아이들이 짧은 기간 동안 도쿠시마현의 소도시로 이주해 그곳의 학교에 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도쿠시마현으로 이주해 2주에서 한 달간 해당 지역에 거주한다. 


듀얼 스쿨 참가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교로 단기간 전학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본에 ‘관할 외 입학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도입한 이 제도는 전입신고 없이도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부적응이나 왕따 등의 문제로 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부모가 다른 지역으로 이직하는 경우 자녀도 해당 지역에서 등교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활용 되고 있다.


기업도 맛보기 체험, 교통비 할인 등 맞춤형 서비스 지원


민간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쿄 소재 구독형 숙박 스타트업 사누(Sanu)는 월 5만5000엔으로 인기 관광지의 별장에 머물 수 있는 ‘관광 이상, 이주 미만의 체재(滯在) 체험’을 제공하고 나섰다. 연간 30박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 체험 상품 덕분에 그 지역을 좋아하게 돼 두 거점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2024년 말 기준 22개 거점을 2025년 안에 30개 거점까지 늘릴 예정이다.


철도회사 JR 서일본은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지방으로 생활 터전을 옮긴 오사카나 교토 등의 거주자에게 통근비를 포인트로 환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항공권 이용에 대해서도 두 지역 거주자 전용 월정액이나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항공사와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두 지역 거주 정착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


국토교통성이 2022년 18세 이상 1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8000명이 ‘주된 생활 거점 이외의 곳에서 체류하는 지역이 있다’고 답했다. 총인구 규모로 환산하면 18세 이상의 약 6.7%(약 701만 명)가 두 지역 거주를 체험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보다 장벽이 낮아 현재 두 지역 거주를 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도 약 30%가 관심을 보인다. 두 지역 거주라고 하면 옛날에는 별장을 갖고 있는 부유층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중산층이고 20대의 절반가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 이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두 지역 거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가장 먼저 ‘무임승차’ 문제가 있다. 도쿄에 주민등록을 남긴 채 제2의 거점에서 생활하는 경우, 두 지역 거주자는 해당 지역의 주민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주자들의 쓰레기 처리 비용 등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고향 납세를 활용해 두 지역 거주자가 자발적으로 해당 자치단체에 납세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의제도라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지역 거주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주자들도 합리적인 선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납세의 의무를 지도록 하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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