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학위 하나 더 따볼까?
글 : 강성민 / 재정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5-04-07
최근에 다시 읽게 된 고전,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Wilhelm Meisters Lehrjahre)>에 인상적인 문구가 있어서 옮겨보았다. 내가 가진 재능을 처음부터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 시간과 정력을 쏟아보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후회를 할 만큼 올인하지만 않는다면 재능을 찾기 위햔 시행착오법은 인생에서 꼭 지불해야 할 비용인 것 같다.
결국 인생은 개개인이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빨리 찾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실패한 인생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고, 그 과정들이 모여 삶을 구성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독학학위제'를 통한 새로운 분야의 공부
아무튼 화학(학사)에서 음악(석사, 음악PD)으로, 음악에서 경영학(경제전문 PD, 공인회계사)으로 전문분야를 드라마틱하게 바꾼 필자는 특이한 케이스에 속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 안에서 최소한 미세조정을 통해 자신의 전문분야를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꼭 학위과정을 다시 해야 전공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긴 직장인들에게 오늘은 “독학학위제”를 소개하고 싶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려면 비용이 들게 마련인데, 이것은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평생학습시대 자아실현을 위한 제도
대학에서 화학을, 대학원에서 음악이론을 전공한 필자는 2005년 독학학위제를 통해 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다. 2004년 공인회계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수험기간을 길게 잡진 않았지만, 2007년부터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려면 경제, 경영, 회계관련 과목을 일정 학점 이수해야 하는 것으로 제도변경이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대학에 다니지 않고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피치 못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제도라고 생각했지 내가 이 시험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독학학위제는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국가에서 실시하는 학위취득시험에 합격한 독학자(獨學者)에게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제도이다.
현재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이 기관은 국민의 평생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평생교육정책 실행의 총괄기구이다. 독학학위제는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어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언제나,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한 평생학습시대의 자아실현을 위한 제도이다.
효율적인 학위 취득 과정
학위취득시험은 4개의 과정(교양과정, 전공기초과정, 전공심화과정, 학위취득 종합시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과정별 시험을 모두 거쳐 학위취득 종합시험에 합격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1과정 교양과정 인정시험과목당 4학점, 최대 20학점
2과정 전공기초과정 인정시험과목당 5학점, 최대 30학점
3과정 전공심화과정 인정시험과목당 5학점, 최대 30학점
4과정 학위취득 종합시험과목당 5학점, 최대 30학점
총 4단계를 거쳐야 하는 시험인데, 매년 1,2,3,4단계의 시험이 차례로 치러지고 있다. 필자가 시험을 본 2005년 당시에는 1단계를 통과해야만 2단계를, 2단계를 통과해야만 3단계를 볼 수 있는 시험이어서 각 단계에서 한과목이라도 60점이 넘지 못하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시험이었다.
그런데, 2016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이나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과정별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1~3과정(교양, 전공기초, 전공심화 과정) 인정시험에 자유롭게 응시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1단계는 교양과정이라 학사학위가 있는 경우에는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된다. 4과정(학위취득 종합시험)만 1~3과정 시험에 모두 합격(면제)하는 등 일정 응시자격을 충족해야만 응시할 수 있다.
경영학 독학사 학위를 딴 나의 경험
예전에 시험을 본 필자의 경우, 공인회계사 시험과 병행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이 과정을 1년안에 모두 통과해 효율적으로 “경영학 독학사 학위”를 이력에 보탰다. 참고로 현재 독학학위제에서 전과정이 온전히 실시되는 전공은 국어국문학, 영어영문학, 심리학, 경영학, 법학, 행정학, 가정학, 컴퓨터공학 8개이며, 정보통신학(폐지예정)과 유아교육학은 전공심화과정 인정시험과 학위취득 종합시험, 간호학은 학위취득종합시험만 실시되고 있다.
KBS를 명퇴하고 공인회계사 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 필자는 법을 해석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직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법학전공 독학사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주위에서 보면 회사에 다니면서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직장인이 꽤 많다 물론 인적 네트워킹을 넓히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경영학에 대한 니즈 때문이라면 독학학위제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강성민 재정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4년 초 30년 재직했던 KBS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대학원에서는 클래식을 공부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따 놓은 한 동안 장롱 면허 같았던 공인회계사 자격증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은퇴와 연금에 관심이 많아 KBS 라디오 PD시절, 은퇴 팟캐스트를 제작했고, <연금 부자 습관>이란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전파하는 것을 자신의 인생 2막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