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시아, 일본 반도체 부활의 신호탄?
글 : 마츠자키 다카시 / 경제 저널리스트 2025-03-28
키오시아는 2024년 12월 18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했다. 시초가는 공모가 1,455엔을 밑도는 1,440엔이었지만, 종가는 1,601엔으로 상승 마감했다.
2024년 기준 두 번째 대형 상장
키오시아의 상장일 기준 시가총액은 8,630억 엔(8조 1천억원)으로 2024년의 신규 상장을 기준으로 볼 때, 도쿄 메트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상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도시바에서 독립할 때 키오시아의 시장가치가 4조 엔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키오시아는 당시 가치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다양한 루트로 자금을 조달해서, AI 서버 전용 최첨단 메모리나 차세대 제품을 내놓겠다.”
거래 시간 후 기자회견에 나온 키오시아의 하야사카 노부오(早坂伸夫) 사장은 사업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키오시아의 전신은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이다. 1992년에 도시바는 최첨단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서 미국 웨스턴 디지털 산하의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욧카이치(四日市)에 공장(현 키오시아의 욧카이치 공장)을 건립했다. 공장은 부지면적 62만㎡, 종업원 수 6,200명으로 당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반도체 메모리 공장이었다.
1993년부터 제1 제조동에서 당시 컴퓨터 주메모리로 이용되고 있던 16MB D램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공장의 확장을 계속해, 1995년에는 제2 제조동까지 설비를 늘렸다.
1996년에는 게임기의 그래픽 처리 등에도 이용되는 64MB D램의 생산을 개시하였고, 1997년 6월에는 누적 생산량 1억 개를 달성하였다. 64MB D램의 생산이 대폭 증가하는 가운데 128MB D 램, 256MB 낸드 플래시 메모리, 노어(NOR), SRAM(Static Random Access Memory) 등 차세대 제품의 개발도 착착 진행되어 1998년에는 후공정을 담당하는 자회사 욧카이치 도시바 일렉트로닉스가 설립되었다.
도시바는 일찍부터 낸드 플래시에 강점이 있었다. 욧카이치 공장을 짓기 전인 1980년대에 이미 유명 엔지니어인 마스오카 후지오(舛岡富士夫)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었고, 1987년에 세계 최초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고속의 데이터 입출력이 가능하며, 대용량에다 비휘발성(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유지되기 때문에 장기 보존이 가능)이고, 내구성이 좋다. 그 때문에 SSD나 UBS 메모리, SD카드 등의 스토리지 디바이스 분야에서 큰 수요가 창출되었다. 도시바는 1999년부터 플래시 메모리 개발·제조를 욧카이치 공장에 집중시키며, 생산 규모를 확대했다.
세계 최초 낸드 플래시 개발
도시바는 2002년,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제조하는 미국 샌디스크(SanDisk, 현 웨스턴 디지털)와의 합작회사 플래시 비전(Flash Vision)을 욧카이치 공장으로 이전했다. 낸드 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와 카메라 폰이 보급되면서 낸드 플래시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도시바는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증산이 가능한 체제를 빠르게 구축했고 2003년에는 품질경영 시스템 요구사항을 규정한 국제 표준인 ISO 9001도 취득했다.
2005년에는 당초의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생산 효율이 높은 300mm 웨이퍼를 생산하는 제3 제조동이 조업을 개시했고, 불과 1년 만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 누계 10억 개(64MB 환산)를 달 성했다.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 프로세스의 미세화, 다치화(多値化: 하나의 메모리 셀에 기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기술)를 더욱더 밀고 나갔다. 이렇게 제품 용량을 더욱 늘림으로써 화상이나 음악 등 대용량 처리를 요구하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했다.
도시바는 2006년에 세계 최대급 규모를 자랑하는 제4 제조동 건설을 시작하고, 2007년 6월에는 조업을 개시했다. 또한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3차원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발표했다. 그리고 차세대 메모리 제품의 연구·기술 개발 부문 ‘첨단 메모리 개발 센터’(AMDC)를 욧카이치 공장에 이전하고, 3차원 플래시 메모리 ‘BiCS FLASH™’의 개발에 착수했다.
2011년 4월에는, 대망의 제5 제조동이 완성되었고, 동년 9월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누계 생산 100억 개(1GB 환산)를 달성했다.
기술·코스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2014년에는 제5동(제2기), 2016년에는 제2동의 재건축, 2018년에는 제6동과 개발 센터, 새로운 제조동의 건설에 들어갔다. 각 동은 동간 반송 시스템으로 접속되어 제조 장치의 능력을 보완하는 통합 생산을 확립했다. 나아가 시장에서 요구되는 미세화·대용량화·소형화·저비용화에 대해 개발 부문과 양산 부문이 같은 장소에서 긴밀히 연계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바로부터 분리 독립한 키오시아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도시바에 결정타를 먹인 것은 2006년 54억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인수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 하우스의 파산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2010년대 내내 세계 발전업계에서는 탈원전 바람이 거셌고, 웨스팅하우스는 결국 2017년 4월 파산을 신청했다. 그 결과 모기업인 도시바가 7천억 엔의 손실을 떠안는 바람에 도시바까지 우량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도시바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의 투자 및 개발 파트너였던 웨스턴 디지털이 사업 매각에 반대하면서 분쟁이 생겼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자가 도시바를 차지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또 일본 회사 중에서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일본 정부의 희망과는 다르게 일본에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의 상징적 사업인 반도체가 완전히 외국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워낙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매각은 성사되었다.
미국의 베인 캐피털이 중심이 된 판게아 컨소시엄이 인수 주체가 되었다. 이 컨소시엄은 2조 엔을 들여 도시바 메모리 지분 49.9%를 인수했다. 나머지는 도시바가 40.2%, 일본의 광학기업인 호야가 9.9%를 인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 경영권은 여전히 일본 측에 남게 되었다. 베인 캐피털의 컨소시엄에는 베인 캐피털 외에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킹스턴 테크놀로지와 일본의 일본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베인을 제외한 다른 투자자는 모두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 외에 사업적 의미는 없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총 4조원의 투자 중 1조 3천억원을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하여 향후 15%의 주식을 확보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새롭게 출범한 도시바 메모리는 이후 꾸준히 생산 능력을 확장했다.
2017년 12월에는 욧카이치 공장에 이은 제2 거점으로서 도시바 메모리 이와테(2019년에 키오시아 이와테로 사명을 변경)를 설립했다. 건물 면적은 약 4만㎡, 건물 구조는 철골 5층 건물이다. 내진 설계를 채용했으며, AI를 활용한 생산 시스템, 에너지 절약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이와테의 제1 제조동은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해서 3차원 플래시 메모리 BiCS FLASH™의 생산을 개시했다.
이후 도시바 메모리는 2019년 도시바 간판을 떼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키오시아로 사명을 바꾸었다. 일본어 ‘키오쿠’(記憶)와 그리스어로 가치를 뜻하는 ‘axia’를 합친 말이다.
2022년에는 이와테의 제2 제조동 건설공사에 착공하여 2024년에 준공했다.
키오시아 이와테는 열처리, 피막 형성, 리소그래피, 에칭, 세정, 불순물 주입, 평탄화, 전극 형성, 검사 등의 전(前) 공정(웨이퍼 프로세스)을 실행한다. 3차원 플래시 메모리 BiCS FLASH™를 생산하기 위해 차세대 리소그래피와 에칭 등 첨단 프로세스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이와테 공장의 특징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발·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한 제품 개발 및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한다. 품질관리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통계 기법과 AI, 최첨단 장치를 활용해 이전에 발견할 수 없었던 불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신제품, 양산품의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키오시아는 한편으로 욧카이치 공장의 쇄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2년에 는 제7 제조동을 준공하였다. 투자 총액은 1조엔으로 욧카이치 공장 전체의 생산능력은 이전보다 30% 증가했다.
차세대 반도체 투자
그럼 앞으로 제8 공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12월 18일 상장 후의 기자회견에서 재무담당 하나자와 히데키 전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달한 자금은 설비 투자에 충당하고 싶지만, 추가 공장에의 자금 투입은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최첨단 8세대 낸드 플래시의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수요를 봐가며 확실하게 계산이 설 때 설비 투자를 하고 싶다.”
그럼 앞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하야사카 사장은 이렇게 밝혔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대용량이고 싸지만, 처리 스피드가 부족하다. 반면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기억하는) D램은 스피드가 좋지만, 소비 전력이나 높은 가격이 문제이기 때문에 양자의 중간쯤 되는 디바이스를 바라는 고객 요구가 많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MRAM(Magnetoresistive RAM: 전력 소모가 적은 차세대 반도체)이라고 불리는 제품 등의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과연 키오시아의 도전이 어디까지 성과를 거둘지 주목하고 싶다.
마츠자키 다카시 경제 저널리스트
기업경영이나 M&A, 고용, 사업승계, 비즈니스모델, 경제사건 등을 취 재. 현재 니케이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프레 지던트 등의 경제지나 종합지, 산케이비즈니 스아이, 일간 겐다이 등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