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전 같이읽기⑦] 월가 성인이 말하는 진짜 행복한 인생
글 : 숙향 2025-03-07
아모르-파티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이 80세에 쓴 회고록 형식의 책입니다. 워런 버핏은 인덱스펀드 덕분에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다면서 보글을 우리의 영웅으로 극찬했는데요. 한편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든 돈이 많을수록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월가이지만 그런 월가에서조차 보글은 돈을 넘어 (진짜) 행복한 삶을 추구한 성인으로 치켜 세웠습니다.
시작하는 글에서 자신의 가족사와 지나온 여정을, 후기에서는 투쟁으로 이뤄낸 사업 성과를 정리했습니다. 본문은 돈, 사업, 인생, 만족의 4개 주제로 나눠 묵직한 내용이지만 간결한 표현으로 투자와 삶에 대한 지혜를 들려줍니다.
1. 돈
도박으로 흘러가는 (단기)투기를 해서는 안 되고 대신 (장기)투자를 해야 하며 투자에 있어서는 간과되기 싶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마찰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여럿일 때에는 가장 단순한 해결책을 선택하라’는 14세기 수도사였던 오컴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단순하지만 비용이 가장 적게 들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인덱스펀드의 강점에 대해 설명합니다.
2. 사업
자본주의 개념이 소유주에서 경영자로 이전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와 모든 비용을 차감한 세후순이익이 아닌 (비용을 적게 반영함으로써 이익이 과장되는)영입이익을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을 지적합니다.대리인들은 신중한 관리자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망각하고, 장기가 아닌 단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는 일반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실적보다는 단기 성과(주가 상승)를 선호하는 경향과 맞물리면서 분식회계가 일상화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주식시장의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으로 가정하지만 실제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유일하게 타당한 관점은, 주식 수익의 원천은 배당과 이익 성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많지만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는 드물기 때문에 끈기와 결단력이 있는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하고 경영자에 대한 보상은 주가 대신 본질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3. 인생
인생을 평가할 근거는 쌓아 올린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고 대담성에 있으며 이 대담성으로 결단했을 때 섭리(저는 운명으로 해석)를 불러온다고 하면서, 보글은 자신의 인생이 그 증거라고 말합니다.
4. 무엇이 충분한가
‘성공은 행복의 열쇠가 아니며 행복이 성공의 열쇠’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부와, 보다 중요한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에 대한 생각을 밝힙니다. 부자로 은퇴하기 위한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은, 번 돈보다 적게 지출하는 절약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투기가 아닌 현명한 투자(인덱스 펀드)에 집중하면 됩니다.
평가
책 읽는 내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원서 제목 ‘Enough’에서 드러낸 것처럼, ‘만족’입니다. 워런 버핏이 얘기했듯이 건전한 방법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누구나 (물질적인) 부자가 될 수 있으므로 마음이 부자인, 행복한 삶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거지요.
또한 구체적이면서 유일한 투자 방법은, 과거 통계를 근거로 판단할 때 잉여현금을 제반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인덱스펀드로 운용하는 것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최선의 투자 방식이라면서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 사족
저는 부자가 되려고 하는 이유를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려는 목적은, 각자 생각이 있겠지만, 저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일은 맘껏 할 수 있는 자유 말이죠. 그런 관점에서 제가 원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돈/부를 가진 상태에서는 돈을 더 벌기 위한 활동은-어떤 면에서-무의미 합니다. 돈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존 보글의 삶과 투자에 대한 지혜로운 말씀은 (제가 지향하는 삶이 옳다며)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행여 저로 인해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가 있다면 책을 읽은 다음에는, 아마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숙향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투자 일기>,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주식투자 이야기>의 저자. 40년간 직장인 투자자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재야의 고수'로 불리기도 했다. 중소기업 임원직을 거쳐, 현재는 전업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과 배당금으로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