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자를 잘 할 수 있는 성격일까?
글 : 오현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2025-02-06
“진짜 계획적으로 사시네요. 혹시 J 이신가요?”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아니요 저 P인데요” 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MBTI 고수.
“그게 무슨 말이에요?”라고 되묻는다면 2030 세대와의 MBTI 대화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
MBTI 열풍이 시작된 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성격 유형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특성을 빠르게 범주화 하여 가늠하는 데에 MBTI처럼 손쉬운 도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키우는 전략을 세워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에 대한 이해는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성격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내가 가진 성격을 잘 이해하면 투자도 잘 할 수 있을까? 호기심 많은 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시키고자 한 행동경제학자들은 개인의 성격유형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를 했다.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심리적 오류, 감정적인 흔들림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중에 많이 활용된 성격 이론 중 하나가 바로 심리학에서 널리 쓰이는 빅5 성격 모델(Big Five Personality Traits)이다.
이 모델은 활발함 및 사교성 뜻하는 ‘외향성(Extraversion)’,
타인에 대한 공감과 협력 능력을 말하는 ‘친화성(Agreeableness)’,
목표지향적이고 책임감이 있는지를 뜻하는 성실성(Conscientiousness),
감정적으로 불안한 정도를 측정하는 ‘신경성(Neuroticism)’,
새로운 경험과 창의성을 추구하는지를 보는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이라는
다섯 가지 주요 특성으로 성격을 설명한다.
빅5 성격 테스트 해보기 클릭 (카카오같이가치 X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지난해 발간된 저널 오브 파이낸셜 이코노믹스에서 소개된 노스웨스턴대학의 정양 지앙, 런던정경대학의 카메론 펑 등의 연구는 바로 이 모델을 기반으로 성격적 특성이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폈다. 이 연구는 3,000명의 미국 개인투자자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신경성과 개방성이 투자자의 시장에 대한 관점 및 주식 매수 가능성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성이 높은, 즉, 감정적 불안정성이 높은 사람은 시장을 더 부정적으로 볼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개방성이 높은 투자자는 시장 붕괴나 폭락 같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고 보았고,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높았다.
관련하여 2008년에 나온 휴스턴 대학의 클리프 메이필드 교수의 연구도 참고해볼 만하다. 그에 따르면, 외향성이 높은 개인은 단기 투자에 대한 의향이 높았으며, 개방성이 높은 개인은 장기투자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내 포트폴리오 = 내 성격, 보완 방법은?
위의 연구 결과는 내 포트폴리오는 상당부분 내 성격을 그대로 반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어떻게 자신의 타고난 약점을 포트폴리오에서 보완하느냐이다. 성격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난 약점은 내가 아닌 제3자의 손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경성이 높아서 투자에 너무 소극적이거나, 개방성이 높아서 위험 앞에서도 무모하게 베팅하는 스타일이라면 포트폴리오의 일부는 AI가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자동 운용 시스템에 맡긴다거나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매수 매도에 자신을 덜 개입시키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습관의 노예이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성격은 바꿀 수 없어도 내 포트폴리오는 바꿀 수 있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