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은행을 옮기면 벌어지는 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주거래은행을 옮기면 벌어지는 일

글 : 강성민 / 재정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5-01-23

지금 입사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마이너스 통장은 그다지 생소한 것이 아니겠지만, 30년전  KBS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필자는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었다.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니즈도 없었는데, 일단 만들어 놓으면 유용할 거라는 창구직원의 말에 혹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게 되었다. 물론 대출을 받아 소비를 한 건 아니었지만 금융지식도 별로 없이  덜컥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IMF가 터지는 바람에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

 



입사 초기 창구 직원의 말해 혹해 만든 마이너스 통장, 그로부터 30년 후


그렇게 마이너스 통장 30년 역사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투자를 잘못해 큰 손해를 봤지만, 일생을 살면서 한 번은 치러야 할 수업료였다고 생각한다. 수업료를 내고 경제관념을 장착한 나는 그동안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집도 사고 공모주 청약도 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월급이 오르니 대출한도도 점점 올라가 퇴직할 즈음에는 꽤 큰 액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영원히 내 것일 것만 것 같았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KBS퇴직과 함께 나에게 안녕을 고했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신념 하에 일부러 마이너스를 일부 남겨 놓고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보내놨는데, 최근에 만기가 되어 은행에서 갚으라는 연락이 왔다. 


물론 퇴직금을 찾아서 갚을 수 있는 대출이지만, 일말의 자비(?)도 없이 상환을 요구하는 주거래은행에 살짝 서운해졌다. 다른 경험자들에게 들어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명예퇴직자가 되면 신용대출 한도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필자는 주거래 은행에서 고객등급도 최상위권이고 30년을 거래하면서 은행에 꽤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해서 예외를 기대했는데, 은행은 이제 내가 언제든 부도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전 직장에서는 퇴직했지만, 새로운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도 근속기간이 몇 달 밖에 안된다는 이유로 마이너스 통장을 갱신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주거래은행을 옮기면 벌어지는 일


그 서운함으로 인해 30년 만에 과감히 주거래은행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은행은 그동안 거래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도 대출한도를 부여해 주었다. 심지어는 마이너스 통장 금리도 이전 은행에 비해 약간 싼 것 같았다. 주거래 은행을 옮기려니 월급계좌도 변경해야 하고 대여섯 종의 카드 결제계좌도, 각종 펀드, 연금 계좌이체도 일일이 바꿔야 해서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주거래 통장에서 한 달에 자동이체 되는 건수가 20건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금융사 별로 일일이 전화할 각오를 하고 마음을 다 잡고 있었는데, 요즘은 금융사마다 모바일앱이 잘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편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주거래은행에서 권유해 가입한 금융상품은 내가 직접 고른 것보다 훨씬 수익률이 떨어졌다. 막상 금융상품에 가입한 후 창구직원이 신경을 써준 적도 없다. 승진을 하고 연봉이 오르면 (대출)금리인하요구권을 쓸 수 있는데, 그런 정보를 창구직원에게 들은 적도 없다.

 

30년간 월급을 이체하고 각종 공과금을 자동이체하는 주거래 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나를 우대해 주는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잡은 토끼”로 생각해 방치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은행도 나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한 은행에 모든 걸 맡기기 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위해 적당한 분산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컨디션에서 새로운 은행과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말은 회계전문가 입장에서 보아도 틀리지 않다. 재무상태표에서 자산은 자본+부채로 이루어지니 자본(순자산) 뿐만 아니라 부채도 자산이 되는 것이다. 새로이 부여된 대출한도를 자산의 일부로 삼아 새로운 주거래은행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잘 설계해 나가겠다는 새해의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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