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돌봄의 골든 타임은 언제인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부모 돌봄의 골든 타임은 언제인가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5-01-14

2024년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돌봄의 과정을 쓴 책 『돌봄의 온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방에서 강의가 30회 정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부모 돌봄을 십여 년씩 해온 분들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엄마도 돌보고 틈틈이 강연도 다니고 책도 썼다는 사실에 부모 돌봄으로 고립된 감정을 느껴본 분들이 내 일처럼 기뻐해주셨다. 



실은 우리 안에 모두 글쓰기의 영혼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신 분들께 돌봄의 기록을 남길 것을 권하고는 했다. 강의를 통해 많은 분들과 만나며 나의 돌봄의 기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해 감사했다. 


나는 어떤 돌봄을 하는 자식인가 


치매가 걸린 친할머니를 십 년 넘게 돌보는 '시골 청년'이라는 유튜브 라이브에 초대된 적이 있다. 댓글 창에 나의 첫 번째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패러디해서 ‘작가님은 신들린 요양보호사, 신들린 돌봄’을 하고 있다는 댓글들이 올라온 후 나는 신들린 요양보호사라 불린 적이 있었다.


출처 : <시골청년> 유튜브 채널


나는 과연 ‘신들린’ 요양보호사였을까, ‘신들의’ 요양보호사로 불려도 괜찮을까? 


돌봄에서 이런 성찰은 꼭 필요하다. 단순한 일의 반복과 힘겹고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된다. 늘 자신을 검열해야 하고, 안전 사고에 대비하며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자기 성찰은 내가 어떤 자식인지 고민하는 속에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 속에서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뮤즈와 제우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 아빠였고, 삶의 전쟁터에서 혼신을 다해 살았던 그들에게 특별한 명칭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러다 하늘 정원에서 잠시 쉬다 가는 신화 속 존재로 상상해본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뮤즈 님, 제우스 님 하고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글을 쓸 때 그들은 나의 뮤즈로, 제우스로 불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익명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청장, 의사, 교수 같은 좋은 직업을 갖추었으나 한 달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바쁜 자녀를 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일용직 노동자이지만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것을 송구하게 여기며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들을 둔 어르신도 있었다. 그 아들은 요양원의 다른 여덟 분의 어르신들에게까지 아이스크림을 돌리고 창을 노래하며 어머니를 기쁘게 하다 가고 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른 자식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싶었다.


 

‘볍씨가 될 줄 알고 기른 자식이 쭉쟁이인 경우도 있고, 훌륭한 말인 줄 알았던 사람이 별 볼일 없는 말인 경우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글을 일본의 근대 문학 작가 히구치 이치요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요양원에 계신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다양한 자식들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잘나가는 자식이라도 부모를 찾지 않는 자식은 부모 입장에서는 쭉쟁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를 돌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하루 종일 아무도 말 한마디 걸지 않는 세상, 자신의 몸을 누인 좁은 침대 안의 세상, 목이 말라도 누군가 물을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세상 속에서 노년을 보낼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 교육을 받는 것처럼 우리는 서툰 부모 돌봄을 해야 하고,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엔 학습을 해야 한다. 아이들은 기저귀가 젖으면 울기라도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은 척척한 것도 모르고 누워있다가 욕창에 걸릴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히 요양보호사와 시스템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주 방문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돌봄 시스템을 요구하는 속에 더 발전할 수 있다.



부모 돌봄의 각오


어느 날 엄마의 약통에 작년 약과 올해의 약이 뒤섞여서 언제 무슨 약을 드셨는지 통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당뇨약을 드시는데 식사를 하시지 않아 저혈당 쇼크가 왔다. 나는 엄마의 엄마가 될 결심을 했다. 그날이 내가 돌봄의 각오를 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돌봄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부모님을 한 달에 몇 번 찾아뵐지 스케줄에 적어 놓고 일하듯이 찾아 뵈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 돌봄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다. 잘 돌보면 건강해진다. 돌봄에도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돌보기 전에는 두렵고 피하고 싶지만, 막상 돌봄에 들어서면 기꺼이 돌볼 수 있는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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