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이동 4가지 시나리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구 대이동 4가지 시나리오

글 : 고영태 / KBS 기자, 연구위원 2025-01-13


올해 출범한 두 번째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대대적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민을 엄격히 통제하고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세계 각국의 이민 정책은 물론 기후 변화 대응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앞으로 5년 동안 지구 기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도 80%에 달한다. 이처럼 온난화가 지속되면 해안의 도시가 사라지고 광활한 북반구의 동토가 새로운 거주지로 바뀌면서 거대한 이주의 물결이 지구를 뒤덮을 수도 있다.


이런 인구 대이동이 초래할 국제 갈등과 변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에 관해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대이동의 시대” 저자인 파라그 카나(Parag Khanna) 박사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당신은 이주와 지속 가능성을 근거로 미래를 4가지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4가지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가?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


시나리오 계획에서는 모든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모두 똑같지는 않다. 지금은 4개 시나리오가 모두 동시에 펼쳐지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디에서 전개될 것인가이다. 예를 들면 ‘지역 요새’(Regional fortress) 시나리오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민을 줄이고 자신들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높이려고 한다. 그리고 ‘문 앞의 야만인’ (Barbarians at the gate)과 ‘신중세’( New middle age) 시나리오도 있다. 식민시대 이후 세계의 많은 지역이 안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의 결과로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살아갈 곳을 찾기 위해 이주해야 한다. 아프리카와 아랍 같은 곳에서 유럽으로 많은 사람이 이주하고 있다. 새로운 이민자들에게 매우 효율적으로 시민권을 발급해 주는 캐나다와 같은 국가에서는 ‘북부의 빛’ (Northern lights)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 현재는 모든 시나리오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후 변화, 인구 불균형 그리고 경제적 이동성을 대규모 이주의 주요 요인으로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런 요인들이 인구 이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기후가 가장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기후 변화로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다. 그리고 연쇄 이민이라는 요인도 있다. 연쇄 이민은 친척들이 거주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살고자 무리가 이주할 때 발생한다. 다른 곳에 거주하는 가족의 수가 증가할수록 해당 국가로의 이주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이것이 미국에 라틴계와 인도계 미국인이 많은 이유이다. 또 한가지 요인으로 오늘날 노동력 부족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 때문에 간병, 기술 그리고 다른 많은 분야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숫자상으로 보면 노동력 부족이 가장 두드러진 인구 이동 요인일 것이다. 가령 독일은 1년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0만 명의 인도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하지만 노동력은 더 부족해지고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노동력의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고령 사회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있다.



당신은 이동성이 인간의 기본 속성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인류는 이동에서 정착으로 변화했다. 오늘날에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같은 갈등은 사람들이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영토를 확보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착 욕구와 끊임없는 이동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이 두 가지는 상대적으로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공동체는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스스로 통치하기를 원한다. 팔레스타인과 쿠르드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또한 인간의 기본 속성이다. 하지만 이동하거나 친척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인간의 내재적 속성이다. 따라서 나는 이 두 가지가 서로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속성 모두 인간의 기본적 조건이다. 사람들은 거주하는 곳에서 안정을 원하지만 동시에 다른 곳에 연결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해안에서 내륙으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에서 어떤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가?


아시아에는 자카르타와 마닐라 또는 다른 거대 도시들처럼 기후 위험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도시가 많다. 어느 곳을 버리고 떠날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도시의 적응력에 달려 있다. 자카르타가 방파제와 홍수 통제에 투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떠날 것이다. 자카르타는 지반 침하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에도 투자해야만 할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면 떠날 수 밖에 없다. 결국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이 가장 중요한 차별 요인이다. 베트남의 호치민시도 이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그리고 동남 아시아의 몇몇 중요한 국가들은 기후 변화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북반구의 동토를 녹이면 러시아와 캐나다가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수에즈 운하에 필적하는 새로운 항로가 개방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가 북극 시대의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확실히 북극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해마다 북극해의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 테러 때문에 홍해와 수에즈 운하가 막혀 있을 때 북극 항로는 국제 무역이 복원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기후 변화 때문에 북극 항로가 열리는 것은 비극적이지만 글로벌 교역 시스템에서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 많은 항로가 열릴수록 더 좋은 것이다.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일대일로 계획도 또 다른 대체 교역로 개척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역시 중요하다.


한국은 기후 변화에 잘 대비하고 있나?


한국은 충분히 잘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부유한 국가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한국이 기후 변화 적응에 필수적인 매우 강력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녹색 경제와 수소 경제를 향해 발전하고 있다. 사회 기반 시설, 에너지, 교통, 담수화 기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 농업, 공업, 서비스업 등 다각화된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기후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당신은 기후 변화가 초래한 여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정부와 민간이 어떤 산업이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나?


원자력, 태양광 발전, 담수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경 재배 농업에도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가능한 소비 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식량, 물 그리고 에너지 시스템 분야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런 분야의 발전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선진국은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는 젊은 노동력이 넘쳐나면서 대규모 이주를 유발하고 있다. 앞으로 젊은 인구의 이동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국가는 어디인가?


고령화 국가들은 납세자, 간병인, 기업가 그리고 집을 구매하고 임대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고령화 국가는 젊은 세대가 필요하다. 현재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국가가 미래의 승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이주나 낮은 출산율로 젊은 세대를 잃고 있는 나라는 미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깨닫게 되었을 때쯤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초기부터 이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점점 더 많은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불법 이주자와 범죄자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저항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동남아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줄이려면 이들을 동화시켜야 한다. 동남아 노동자들은 한국어를 배우거나 영어를 배우거나 아니면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용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들은 법치주의, 현지의 문화 그리고 규범에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주민의 사회적 동화를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투자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주민들은 사회에 더 잘 동화될수록, 경제에 부담이 되기보다 긍정적으로 기여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그리고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의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과 기후 변화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트럼프 행정부는 합법적인 고급 인재의 이민은 환영한다. 능력주의에 초점을 맞춰 관료주의적 절차를 간소화하고 싶어 하는 보수층도 많다. 그래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전체 순 이민은 감소할지 모르지만, 이민자 비율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이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무관하게 미국이 가진 막강한 경제력에 기반한 흐름이다. 기후 변화 측면에서는 분명히 규제가 완화되고 석유와 가스 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풍력 및 태양 에너지 비용 하락과 같은 획기적이고 중대한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전력망과 데이터 센터 강화를 위한 원자력 투자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 방안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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