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머스크의 2조 달러 판타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일론머스크의 2조 달러 판타지

글 : 제프리 프랭클 (Jeffrey Frankel) /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 2025-01-10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3%에서 4.4%, 30년물 수익률은 4.5%에서 4.6%로 상승했으며 이후 열흘간 이 상태가 유지됐다. 이렇게 채권시장이 하락하면서(채권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탔다. 이를 보면 투자자들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재정적자를 더 늘리고 국가 부채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음이 확실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이전 정부가 쌓아놓은 20조 달러의 국가 부채에 8조 달러를 더 보탰던 기록이 있다. 자기가 집권하면 너무나 큰 재정흑자를 낼 것이기 때문에 2번째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국가 부채를 모두 청산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친 결과가 그랬다.


선거 운동 당시 트럼프는 자기 마음에 드는 어떤 집단에게든 감세를 약속했다. ‘책임 있는 연방재정 위원회’ (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의 평가에 의하면 트럼프의 감세안을 모두 합하면 향후 10년간 10조 달러의 세수가 감소한다. 거기에다 국가 부채 증가분에 대한 추가 이자 1조 달러를 더하면 세수 손실은 트럼프가 공약한, 급격한 관세 증가분 3조 달러를 훨씬 넘어선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더 많 은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인데, 이는 결국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수 손실은 지출 삭감에 의해 상쇄된다는 것이 공화당의 기본 입장인데 이것은 이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다. 사실 트럼프는 45년간 계속된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의 공허한 약속을 되풀이하고 있음에 불과하다. 정부 지출을 삭감함으로써 감세로 인한 세수 손실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약속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부터 조지 W. 부시, 그리고 당연히 트럼프까지 이 약속을 내건 이들은 모두 명백히 실패했다.


여기에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흔히 하던 또 다른 행태도 답습하고 있다. 사업가들을 모아서 실권 없는 자문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것은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대표를 맡은 행정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는 신설 조직으로서 이 조직은 앞으로 연방 예산에서 낭비, 사기, 남용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과감히 도려낼 것이라고 한다. 머스크는 행정효율부가 매년 연방 예산에 서 “최소한 2조 달러”를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액수는 연간 정부 지출의 31%, 미국 GDP의 7%에 달하는데, 이런 목표는 한마디로 완전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과 목표의 괴리


행정효율부가 마치 정부 부처처럼 보이는 데 속아서는 안 된다. 이 조직은 정부 부처가 아니라 자문위원회다. 그리고 비록 공화당이 모든 정부 부처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이 위원회의 권고가 그대로 실행될 것 같지는 않다. 실행 가능한 정책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지 도 않다. 향후 행정효율부가 정책을 제안함에 있어 세계 제1부자인 머스크의 사업적 이익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나 위원회에 실권이 없다는 점을 제쳐 놓는다고 하더라도 2조 달러 감축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황당하다.


정부 지출을 삭감한다고 할 때 공화당은 보통 의무적 지출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사회복지, 메디케어, 헬스케어 등 의무적 지출의 주요 프로그램만 봐도 지난해 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였다. 여기에다 농가보조금과 여타 소득 보조금을 합하면 61%에 달한다. 은퇴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부분 예산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정부 지출 가운데 13%를 차지하는 국채 이자 지급액도 미국이 부도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은 깎을 수 없다. 트럼프는 사업을 하면서 여섯 번이나 부도를 낸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은 미국 정부가 그러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채는 5년 혹은 15년 전의 저금리에서 현재의 고금리로 계속 롤오버될 것인데 그러면 이자 지급액도 앞으로 역시 증가할 것이다.


의무적 지출과 국채 이자를 빼면 전체 지출 가운데 25%를 차지하는 재량 지출이 남는다. 하지만 공화당이 보통 삭감 예외라고 생각하는 국방 예산을 빼면, 실제 남는 금액은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하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이걸로 자기들이 생각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교육부를 통째로 폐지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전체 지출 가운데 4%를 삭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뭔가? 아마도 해외 원조가 괜찮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선입견과는 반대로 실제 해외 원조는 전체 지출 가운데 1%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인데 이것은 또 공화당이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 항목 중의 하나다. 아마도 트럼프는 가뭄 지원 같은 인도적 지원을 삭감하려고 하겠지만 이것은 전체 원조액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지출 가운데 2%를 차지하는 연방교 통청이나 기타 연방 수송기관 등을 없애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럴 수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국립공 원관리청 등을 관장하는 내무부나 기상청 등을 관장하는 상무부도 없앤다고 하자. 더 나아가 아예 국방예산을 제외한 전체 재량지출을 없앤다고 하자. 그래도 정부지출 2조 달러 삭감은 언감생심이다. 트럼프의 감세 부족분을 메꾸고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에 부족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이야기는 현재 GD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1981년 이후부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꾸준히 상승했다(1994 ~2000년과 2021~2022년 사이의 몇 년은 예외다). 국가 부채가 이대로 계속 증가할 수는 없다. 2023년에는 재정 적자 비율이 2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6년의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으며 재정적자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감세안을 실행함으로써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현재 낙관적이지만 결국 아마도 멀지 않은 시기에 미국의 부채가 지속불가능한 상태라는 사실을 인식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회복지예산을 지금 삭감하거나 그냥 감세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삭감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흔히 트럼프나 머스크 같은 사업가가 미국의 재정 상태를 정상화하는 재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권 시장 동향을 볼 때, 현명한 투자자들은 트럼프나 머스크가 뭘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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