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인도
글 : 박덕건 / THE SAGE INVESTOR 편집장 2025-01-13
이 책은 독립 이후 인도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죽 돌아본 책이다. 주로 정치 경제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왜 인도가 그 긴 시간동안 침체에 빠져 있었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지은이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국제경제정책학과 교수로 국제통화기금의 유럽국 부국장을 지냈고, 다양한 국제기구와 학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사실 인도 현대사에 대해 잘 몰랐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인디라 간디가 마하트마 간디의 딸이나 며느리인 줄 알았다. 나만큼 무식한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인디라 간디는 네루의 딸이다. 그녀가 간디가 된 것은 마하트마 간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피로즈 간디라는 정치가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피로즈 간디도 원래는 Ghandy였는데, 마하트마 간디를 존경해서 이름을 Gandhi로 바꾸었다고 한다.
인도에 관한 통념 중에 인도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고, 중국과 달리 효율은 떨어지지만 민주주의의 이점을 살려서 결국은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다. 인도와 중국, 효율과 민주주의 등의 선명한 비교 때문에 얼핏 그럴 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왜 그렇게 효율이 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점도 있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런 주장의 어디가 틀렸는지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인도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아니다. 선거를 꼬박꼬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민의가 충분히 반영되는가 하는 점에서 인도의 민주주의는 사실 함량 미달이고, 선출된 정치가들이 일반 시민을 위한 정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게 오랜 인도 경제 부진의 참된 이유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인도는 매우 크고 복잡한 나라이지 만 20세기 후반 인도의 정치사는 거의 네루 집안의 정치적 흥망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왜냐하면 독립 이후 2000년까지의 55년 동안 네루가 17년, 딸 인디라 간디가 18년, 외손자 라지브 간디가 6년 동안 총리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네루 집안의 통치 성적이 매우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집안에 대한 지은이의 비판은 통렬하다. 우선 자와할랄 네루를 그는 그저 고상한 이야기하는 것만 좋아하고 실제 복잡하고 끈질긴 노력을 요구하는 문제는 등한시한 정치가로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네루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거나, 학교를 세워서 인적 자본을 개발하거나, 공중 보건을 개선하거나, 영세 제조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정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 대신 중화학 공업 시설 건설, 첨단 연구소 설립 등의 폼나는 일을 벌이느라고 바빴다. 그는 어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직 공장과 이런 종류의 산업은 현대 세계에서는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며 유감스럽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의 전기를 쓴 고팔이라는 작가는 네루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소질이 없었다고 썼다.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일했지만 ‘하찮은 일’에 ‘무한한 관심’을 쏟았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은 그가 ‘겉으로 드러나는 과시’를 선호하는 반면, ‘불쾌하지만 필수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고상하게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정책을 그는 사회주의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당시 사회주의 국가들이 의료, 교육, 사회보장에서는 그래도 열심이었던데 비추어 본다면 네루의 사회주의는 속빈 강정에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이미지와 브랜딩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를 이은 인디라 간디도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경제 정책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간디가 인도의 문맹률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는 부분이다. “글을 깨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그것이 서구에 무엇을 해주었나?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나, 문제에 더 민감해졌나? 오히려 그들이 더 피상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간디는 오래 집권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가히 선거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메시지를 어필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그녀의 전기 작가는 그녀가 ‘귀족적 세련됨’과 ‘평범한 주부도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하고 모성적인 상식’을 같이 갖추었다고 했다. 이 기품과 소박함의 조합은 그녀를 경외와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경제를 망치는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그녀는 그것을 평범한 사람을 지키고, 부자들에게 맞서는 투쟁으로 둔갑시켰다. 지은이에 의하면 사실 그녀가 집권기간 내내 가장 관심을 쏟은 것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종교 폭동이 격화되자 그것을 빌미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년간 진짜로 독재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더 말하자면 끝이 없다. 그렇게 민주주의가 헤매는 사이에 인도는 점점 낙후되어 갔다. 처음에는 일본, 그 이후에는 한국, 대만, 최근에는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과 비교하며 인도가 점점 뒤처지는 상황을 지은이는 암울하게 묘사한다. 네루 집안의 통치는 20년 전에 끝났다. 그러나 그 파장은 아직도 인도 사회에 진하게 남아 있다. 민주주의 전통을 가지고도 왜 그렇게 인도가 낙후 되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의사이면서 경제학자인 지은이 두 명이 쓴 책.
의료계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단순히 좋은 병원을 찾아 실력 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알지 못하는 다른 많은 요인이 진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1등 기업 TSMC의 설립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책.
지은이는 기자가 된 첫해에 창업자 모리스 창을 인터뷰한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테크산업을 취재해 온 명실공히 TSMC 전문가다.
그동안 TSMC가 맞닥뜨렸던 여러 문제 의 상세한 내막이 담겨 있다.
박덕건 THE SAGE INVESTOR 편집장
<월간중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