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중국 외교 전략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중국 외교 전략

글 : 곤도 다이스케 / 출판업체 고단샤 중국 대표 2025-01-13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취임 후 불과 9일 만인 10월 10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2006년 아베 신조 총리 때의 12일보다 더 빠른 행보다. 리창 총리와 첫 회담에 나선 이시바 총리에게 일본 외무성은 “첫 악수 때 웃지 말고 엄격한 표정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악수한 영상을 보면 미소 짓는 사람은 리창 총리뿐이다. 


이시바 총리가 딱딱한 표정을 유지한 것은 리창 총리에게 피력할 사항의 중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시바 총리가 요구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할 것. 

② 일본산 쇠고기 및 쌀 수출 확대와 관련된 협의를 재개할 것.

③ 8월 중국군 항공기의 영공 침범, 9월 중국 항공모함의 일본 영해 근접 항행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 표명 및 영공 침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

④ 쑤저우(蘇州)와 선전(深圳)의 일본인 학교에 다녔던 일본인 사망 사건에 대한 빠른 해명과 일본인의 안전을 보장할 것.

⑤ 악질적인 반일 SNS 활동 등에 대한 단속 및 중국 내 반(反) 일본 여론 형성 관련 신속한 대응책을 세울 것.

⑥ 구속된 일본인을 조기 석방할 것.

⑦ 남중국해,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의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 표명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강조.


이시바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다. 먼저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 문제는 지난해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ALPS 처리수(트리튬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수용액)을 태평양에 방출하기 시작한 것이 발화점이다. 일본이 원전 처리수를 방출하자 중국은 곧장 일본 수산물 및 수산가공물 수입을 전면 금지 했다. 


이후 두 나라는 지난 9월 20일 합의에 이르렀는데, 양측에서 발표한 합의문이 미묘하게 달랐다. 예를 들면 일본 측이 발표한 합의문에는 ‘수입을 꾸준히 회복시켜 나갈 것’이라고 적혀 있지만, 중국의 합의문에는 ‘(여러 과정을 거친 후) 한 걸음 한 걸음 회복시켜 나갈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또한 일본산 쇠고기 수출 확대 요구는 2001년 일본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중국이 일본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것이 배경이다. 2019년에 이르러 겨우 수입이 재개되었지만, 이듬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 금지됐고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영공 및 해역 침공에 대한 우려와 설명 요구도 일본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이다. 지난해 7월 중국은 센카쿠제도의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 조사용 부표를 마음대로 설치하고 위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또 올해 8월 26일에는 중국군 정보정찰기 Y-9가 나가사키현(長崎県) 단죠군도오키(男女 群島沖) 영해 상공을 처음 침범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사안은 중국 내 일본인 사망 사건이다. 지난 6월 23일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학교 버스에 타려던 일본인 모자를 중국인이 덮쳤고, 이를 말리던 중국인 여성이 칼에 찔린 사건이 있었다. 이어 9월 18일에는 광둥성 선전에서 등교 중이던 10세 일본인 남자아이가 칼에 찔렸다. 이 두 사건은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영향을 미쳐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한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가 이시바 시게루 후보를 꺾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 외에 일본인 석방에 대한 요구는 일본의 대형 제약업체인 아스텔라스제약 간부를 2023년 3월 반간첩죄로 구속한 것을 말한다. 중국은 최소 5명의 일본인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있다.


호혜적 관계라는 기대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심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필자는 9월 8일 기자 회견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위와 같은 문제를 열거한 후 중국이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강대국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 신뢰 관계에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 시진핑 정권의 슬로건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무엇인가를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 인구, 의료 등의 문제를 깊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 회견에서는 조기 방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2003년 9월, 방위청 장관 시절 방중 했을 때 원자바오 총리와 한 시간 반 동안 일대일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정상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과의 사이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다.”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호혜관계에 기초해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호혜적 관계’라는 표현은 2006년 아베 신조 총리가 제안하고 2008년 ‘일중 공동성명’에 명시된 이후 두 나라 외교정책의 근간이 됐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경험적으로 중국은 ‘일본 정권의 지지율이 2할이 안되면 그 정권을 무시하고, 다음 정권의 탄생을 기다린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이시바 총리는 10월 27일 총선에서 대패를 당하면서 입지가 흔들린 바 있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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