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동남아 전략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중국 기업의 동남아 전략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25-01-13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가면 크고 작은 중국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마치 중국의 어느 남쪽 도시를 거니는 느낌이 든다. 랜드마크 건물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근처에는 미쉐빙청(蜜雪氷城: MIXUE IceCream & Tea)의 레모네이드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고, 말라카의 존커 스트리트 모퉁이에는 쿠디카페(庫適咖啡: COTTI COFFEE), 쿠알라룸푸르의 쇼핑 상권인 부킷 빈탕에는 농겅지(農耕記, 후난 식당), 바왕차지(覇王茶姬, 차음료), 샤오룽캉(小龍 坎, 쓰촨 훠궈) 등과 같은 중국 외식 브랜드가 가득하다. 동남아시아 정복을 꿈꾸는 중국 소비재 브랜드의 열풍이 거세다. 


중국 브랜드의 거점


모멘텀 웍스(Momentum Works)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의 외식 서비스 매출액은 약 1,237억 달러로, 2019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힘입어 동남아시아에서 중식 식당도 상당한 규모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화푸증권(華福證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본토 외식 기업의 신규 설립 등록 건수는 318만 6,900건으로 전년대비 24.24% 증가하여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 가보면 훠궈와 마라탕을 판매하는 식당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쓰촨(四川), 후난(湖南), 푸젠(福建) 요리로 대표되는 중국 지역 음식도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매장 운영자는 대부분 중국인 개인 사업가이며, 아직 유명한 체인 브랜드는 등장하지 않았다. 


입지 선정이 중요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의 도심을 보면 중국 브랜드가 현지의 고급 쇼핑몰에서 자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이미 300여 개의 매장을 연 중국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미니소(名創優品)가 대표적이다. 미니소는 지난 8월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총 면적 3천㎡에 달하는 센트럴파크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개업 당일, 118만 위안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며 미니소의 전 세계 매장 중 하루 최고 매출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미니소의 CMO 류샤오빈(劉曉彬)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쇼핑몰 내에 개점하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가격이 저렴한 생활용품도 고급 쇼핑몰 안에 매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계획이었다. 중국 본토에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일부 화교들이 같은 전략으로 미니소를 동남아시아 시장에 도입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소비 체험에 중점을 두고 있는 외식 브랜드의 경우 입지 선정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차 음료 브랜드인 미쉐빙청을 예로 들면, 현재 미쉐빙청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 가맹 사업을 중단했지만, 태국 시장에서는 급속히 확장 중이다. 태국에서 이미 오픈한 매장과 가맹 계약을 체결한 매장이 500여 곳에 이른다. 3년 내 태국 매장 수를 2천 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태국 로컬 브랜드인 카페 아마존(Café Amazon)은 태국 전역에 3,900개 이상의 매장이 있고, 코끼리 모양의 로고가 특징인 커피 체인점 푼타이 커피(Punthai Coffee)도 최근 매장 수가 1천 개를 넘었다. 이 두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미쉐빙청이 2천 개 이상의 매장을 돌파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중국에서 차 음료 분야에 오랜 경력을 쌓은 사업가인 윌(Will)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태국에서 미쉐빙청 체인점을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입지 선정을 위한 시장조사를 마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차 음료 브랜드가 동남아에서 입지를 선정할 때, 먼저 쇼핑몰을 고려해야 한다. 동남아는 5~8월이 우기이고 더운 날씨 탓에 많은 사람들이 쇼핑몰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학가 주변이다. 기숙사가 거의 없는 동남아 대학의 특성상 학생 대부분은 학교 근처에 방을 임대해 거주한다. 


셋째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리와 야시장이다. 


동남아 사람들이 온라인 주문과 배달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쉐빙청의 아이스크림은 태국 전체 매출액(GMV)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태국의 저가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DQ(Dairy Queen)를 제외하면 사실상 미쉐빙청뿐이다. 미쉐빙청은 그랩(Grab), 고쿠(Gokoo) 등 태국의 외식 배달 플랫폼에도 입점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가 주력이다. 아이스크림이 쉽게 녹기 때문에 배달에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사람들의 90%가 아직 배달 음식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중국 본토 매장처럼 줄을 서는 사람이 거의 없고 배달 주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합리적인 추측인 셈이다. 


제품 현지화에서 공급망 현지화까지 동남아시아는 중국 외식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하는 첫 번째 거점이지만 현지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바삭한 돼지고기 튀김 등과 같은 돼지 고기 메뉴는 69.4%에 달하는 현지 무슬림 인구가 먹을 수 없고, 우지(소기름) 훠궈도 일부 종교적 신앙을 가진 인도계 인구가 먹을 수 없다. 즉, 중식의 주요 소비층은 현지 중국 화교와 말레이계 사람들, 그리고 관광객들이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말레이계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하이디라오는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 친화적인 훠궈 브랜드 좀 아미고(Jom Amigo)를 출시했고, 베이스 국물 맛을 현지에 맞게 개량해서 그린 카레, 사테(Satay), 똠양꿍 등의 다양한 메뉴를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 음식과 달리 차와 커피는 동남아시아에서 문화적, 종교적인 제약이 적다. 중국풍으로 디자인한 바 왕차지(覇王茶姬)의 인기가 그 예다. 


다른 한편으로, 무더운 기후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동남아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밀크티 브랜드에게 중요한 건 현지화 전략이다. 미쉐빙청은 복숭아 맛을 개발해서 기본 맛에 당도를 추가하는 전략을 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문화가 통일된 시장은 아니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취향과 선호도가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의 유명 커피 체인점인 코피 케낭간(Kopi Kenangan)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3개국에서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서로 다른 메뉴를 출시했다. 당도와 결제방식을 현지에 맞게 조정해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테이크아웃 커피 체인점이 되고 있다.


또한 태국의 핵심 상권인 시암스퀘어에 동남아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 몰리 티(Molly Tea)는 현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된 우유를 사용하고, 중국의 4대 백화(白花)인 자스민, 백련, 치자, 계화를 블렌딩해서 현지화된 차 음료를 기획했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에 300개 매장을 오픈한 미니소는 현지화가 시장점유율을 높인 비결로 꼽힌다. 특히 미니소의 향수와 아로마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미니소의 CMO 류샤오빈은 “동남아는 향수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으로 향이 진한 향수를 선호한다. 그에 맞추어 블렌딩에 변화를 주었다. 중국 본사의 향수 공급업체는 향수원료 생산공장이자, 다수의 글로벌 향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다양한 블렌딩 향수의 판매 데이터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동남아 화장품 개발 시, 긴 우기와 무슬림의 청결 습관을 위해 방수 기능을 특별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소비재 브랜드의 동남아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원자재 수급과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의 현지화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ATM 캐피털(ATM Capital)은 “소비재 브랜드 공급망이 동남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런 브랜드의 발전은 현지 경제를 발전시키고,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미쉐빙청도 공급망 현지화에 적극적이다. 미쉐빙청의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미쉐빙청은 동남아에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11개의 창고를 포함하여 약 6만 6천㎡에 달하는 현지 창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공급망 배송 주기를 단축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콘 공급업체 거룬(歌潤)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건설했고, 이를 통해 동남아 2만 개 점포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켰다. 


가맹점 밀집도 증가 추세


동남아에서 가성비를 내세우는 차음료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동남아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관계로 저가 시장의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열되고 있는 경쟁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지하철 입구에 미쉐빙청이 매장을 열 경우, 그 근처에 위드링크(WEDRINK) 또는 모모요(MOMOYO)와 같은 유사한 브랜드가 동시에 오픈하는 것이 뚜렷한 예이다. 중국의 차음료 브랜드들이 동남아에서 경쟁하는 것 외에, 동남아의 로컬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견제 요인이다. 모멘텀 웍스(Momentum Works)의 ‘동남아 커피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6개 주요 시장 중 가장 작은 시장에 속하는 싱가포르에만 30여 개 커피 체인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체인점은 경영 철학과 매장 분위기, 메뉴와 음식의 조합이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유사한 점이 더 많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해외에 진출한 중국 브랜드를 모방한 현지 업체가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동남아에 진출한 중국 브랜드가 겪는 어려움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루이싱(瑞幸) 커피는 태국에서 명칭과 로고를 모두 따라한 이른바 짝퉁인 ‘태국 루이싱’에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했고, 바왕차지(CHAGEE)도 싱가포르 현지 체인점에 의해 외면당하며 이름을 ‘Amps Tea & Tea’로 변경했다. 이와 비슷하게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야오야오(llaollao)가 욜레 (Yolé)로 바뀐 사례도 있다. 


아직은 블루오션


ATM 캐피털의 량민쥔 CEO는 동남아 소비시장은 아직 공급이 늘어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소비재 시장을 보면 보통 1~2개의 글로벌 브랜드와 1~2개의 로컬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브랜드 종류와 상품 수가 부족하고 제품 교체 주기도 상대적으로 느리다.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상품은 부모 세대가 사용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동남아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필요하지 않다. 기존의 성숙한 산업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고, 5~6급 도시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상품도 구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재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상품의 종류를 풍부하게 구성하고 더 나은 디자인과 좀 더 저렴한 가격, 보다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유통과 구매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면 동남아시아의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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