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사가 중국의 의료산업을 바꿀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AI의사가 중국의 의료산업을 바꿀까?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25-01-13


‘AI 에이전트’(AI Agent)는 환경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능형 개체로 정의된다. 이런 AI 에이전트는 1980년대에 처음 주목받은 후 지금까지 3세대가 출현했다. 간단히 말하면 이전의 인공지능은 입력에 의존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피드백을 형성할 수 없었다. 반면 지금의 AI 에이전트는 감지 능력을 갖추고,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를 통합하여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취한다. 이는 문제 해결과 후속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형언어 모델과 AI 에이전트는 AI 세계에서 각각 ‘두뇌’와 ‘행동하는 주체’에 비유된다. 이런 AI 에이전트가 의료계에 적용되면서 등장한 것이 ‘AI 의사’이다. 


‘AI 의사’ 경쟁 돌입


AI 의사의 출시는 우수한 의료 자원 부족이라는 문제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95% 이상이 1차 의료기관이고, 상급 종합병원인 3차 의료기관은 0.25%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기를 원한다. 1차 의료기관에는 환자가 없고, 환자에게는 상급 의료기관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 IT 기업이다. 


사실 IT 기업이 AI 의료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이미 이전에 수많은 AI 영상 판독 제품 등이 임상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챗GPT의 등장은 AI 기술의 혁신을 가져왔고, 엄격했던 병원 시스템에 파고들어 대중과 직접 마주하는 ‘AI 의사’와 ‘AI 병원’을 만들어냈다. 


2024년 5월, 칭화대학교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전체 진료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가상 병원인 ‘에이전트 병원’(Agent Hospital)을 구축했다. 일주일간 14명의 AI 의사와 4명의 AI 간호사가 가상의 환자에게 발병부터 치료, 퇴원 후 다음 방문까지 전 과정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에이전트 병원은 며칠 만에 수만 건의 사례에 대한 진단 서비스를 수행하며 의사가 현실에서 2년이 걸리는 업무량을 단기간에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칭화대학의 에이전트 병원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적용 단계에 들어간 곳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지난 9월 5일 ‘2024 인클루전(Inclusion)·와이탄(外灘)대회’에서 알리페이(支拂寶)가 공식 출시한 ‘AI 헬스매니저’(健康管家) 플랫폼이 AI 의료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유명 의료 기관 및 업계 전문가와 연계하여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환자에게 적합한 ‘인간 의사’를 정확도 95% 이상으로 추천해 연결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명의 에이전트’와 ‘전문의 에이전트’를 구분해서 알려준다. 또한 진료 전과 후 및 후속 방문 등의 전체 과정을 통솔하며 개인별 건강 파일을 구축해 주는 기능도 포함됐다. 



알리페이 부사장이자 디지털 의료건강 사업부 총괄 장쥔제(張俊傑)에 따르면, AI 헬스매니저는 진료 전체 과정에 개입해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플랫폼이다. 의사 찾기, 동행 진료, 진단 해석, 의료 보험 지급 등 30개 이상의 서비스 항목이 포함되어 있고 일반적인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AI 헬스매니저는 현재 상하이 런지병원(仁濟醫院), 저장성 런민병원(人民醫院), 푸단대학 중산병원(中山醫院) 등과 같은 유명 병원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심혈관, 수면, 비뇨기과 등과 같이 환자가 많은 학과의 여러 의사들이 중복 협력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AI 헬스매니저에 가입한 에이전트는 20여 곳이나 된다. 


알리페이뿐 아니라 훠샨인칭(火山引擎), 바이두, 텐센트 등과 같은 IT 대기업과 AI 스타트업도 수직 통합된 자체 대형언어모델을 바탕으로 의료 관련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AI 유니콘 기업인 바이촨즈넝(百川智能)은 8월 28일 베이징아동병원(北京兒童醫院)과 소아과 진료 시나리오에 관한 앱 출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AI 아동 의료 모델 공동 개발 및 아동 건강 디지털 컨설턴트 모델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학습하며 발전하는 AI 의사


앞서 말한 칭화대학의 에이전트 병원 실험에서 AI 의사의 성과는 진료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좋아지고 있다. 연구원들은 훈련을 통해 AI 의사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 의사가 수만 명의 환자를 진료한 뒤에 경험이 풍부해지는 것과 같고, 인간 의사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인간 의사는 2년 이상이 걸리지만, AI 의사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분한 임상 경험과 기회만 주어지면 AI 의사가 인간 의사를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AI 업계는 기술이 인류 건강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전망한다. 예를 들어 AI 의사가 이상적인 수준에 이를 경우,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하면 건강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심근경색, 뇌경색 등과 같은 치사율과 장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조기에 경고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 대상의 AI 도구는 1차 의료기관 의사와 3차 의료기관 의사간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한다.


AI는 사람들이 고품질의 의료 자원을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향한다. 현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적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의료 업계와 AI 업계를 아우르는 핵심 리더가 필요하다. 


통합형 리더를 찾는 게 핵심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AI 의료 산업은 한편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AI 업계에 종사하는 메이저 기업과 투자자가 의료업계의 ‘규칙’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3차 의료기관에 환자가 가득한 것은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치병과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여러 대형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IT 기업은 해당 분야의 사업을 운영할 새로운 기관에 투자하고, 사업이 성숙한 후 기존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현재 AI 의사의 수준은 종합 진단과 치료 역량을 고려할 때 1차 의료기관 의사에 미치지 못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GPT 기반의 진료나 임상 문제 처리 정확도는 인턴 수준이고, 일반 전문의나 임상의와는 더 큰 격차가 있다고 한다. AI가 인류의 모든 의학 지식을 학습한다 해도 아직은 실제 의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상하이교통대학의학원 부속 런지병원의 판자화 비뇨기과 전문의는 “8년 동안 공부한 의대생들도 임상 경험이 부족해서 체계적인 임상 훈련을 장기간 거쳐야 스스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하며 “환자에게 합병증이 있는지, 가족력은 어떤지, 병력은 무엇인지, 규칙적인 추적 관찰이 가능한지, 고품질의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이 치료 계획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현재 AI는 대량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지만 질병에 따른 후속 진단과 치료 경로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증상에 따라 병을 진단하거나, 전문 지식을 통합하여 임상 지침과 실제 임상 조치를 연계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이는 인공지능이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실습이 필요하고, 알고리즘과 컴퓨팅 능력의 지속적인 향상도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런 이유로 AI 의료 기업들은 의료 분야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의료 업계를 경시하며 무모하게 도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IT 대기업들은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장쥔제는 ‘AI 헬스매니저’ 출시 행사에서 “이 일을 1~2년 만에 잘 해보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낫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병원 접수부터 전자 사회보장 카드, 전자 의료보험 카드까지, 각 단계마다 어려웠고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알리페이는 ‘AI 헬스매니저’ 출시와 함께 에이전트를 도입하려는 의료 기관을 위해 기술 및 재정적 자원을 지원하는 전문 에이전트 협력 플랫폼을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촨즈넝(百川智能) 등의 스타트업 기업도 AI 의료 제품을 개발할 때 대형 3차 의료기관과 심도 깊은 협력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AI가 ‘진료 비용이 비싸고 진료받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의료 업계에 대한 이해로 받아 들일 수 있다. 


IT 기업이건 외부 자본이건 AI 의료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업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규칙도 존중해야 한다. 메이저 IT 기업들은 이를 위한 통합형 리더를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통합형 리더는 이종 산업 간의 이해와 소통을 통해 사업적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 간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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