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겪는 질풍노도 시기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나이 들며 겪는 질풍노도 시기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글 : 한소원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4-12-18

하나뿐인 딸이 이번 달에 결혼을 한다. 나이 들어 가면서 겪게 되는 큰 변화 중 하나가 자녀가 성장하고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딸은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좋은 짝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유난히 가깝고 친구 같기도 한 딸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나의 인생도 새로운 단계를 맞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집안의 경사를 앞두고 온갖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하루를 채운다.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남의 결혼식에서도 눈물이 많은 편인데 딸 결혼식에서 울어 분위기 망치면 안되지 하면서 다짐을 하고 있다.


자녀 독립 시기, 우리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그래도 딸이라서 괜찮지 않아요? 교수님은 딸네 집에 가실 수 있잖아요.”


아들만 둘인 동료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와이프는 아들들이 아직 어린데도 나중에 아들이 결혼하면 그 집에 편히 못 갈까봐 걱정한다는 것이다. 아들과 딸이 어떻게 다른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가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모두에게 인생의 큰 변화인 것은 확실하다. 


“이제 곧 할머니도 될 수 있겠어요”라면서 놀리는 동료도 있다.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인생의 새로운 단계가 실감이 난다.



친구들 중에서 아이를 가장 먼저 결혼시키는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는 게 맞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다른 정치·사회적 이슈에서는 진취적인 우리 세대지만 자녀의 결혼에 관해서는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주장도 있고, 반대로 몇 년 동안은 연락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듣다보면 집집마다 얼마나 사는 모습이 다른지 느끼게 된다. 공통적인 것은 자녀가 성장해서 독립하는 것이 나의 정체성과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결혼이 아니라도 자녀가 독립하는 것은 부모의 삶을 매듭짓는 첫 번째 계기가 될 것이다. 독립할 시기가 되었는데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있는 경우도 새로운 단계가 된것 이다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할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전형적인 미국인은 어머니 집에서 겨우 18마일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드넓은 미국 땅을 생각하면 이렇게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자녀가 아이가 생기면 친정 근처에 살면서 육아에 도움을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정반대의 모습도 있다. 몇 년 전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27%의 미국인이 부모와 연락을 끊고 살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조사를 실시한 코넬대학 칼 필레머 교수는 사람들이 인정하기 싫어해서 반응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그 수치는 더 높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체적·사회적·경제적 변화, 인정하고 관리할 필요 있어


나이 들어가면서 겪는 큰 변화는 가족 내에서 나의 역할 뿐이 아니다. 젊어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은 경제적인 면이다. 지금 80대, 90대를 살고 있는 부모님 세대는 긴 인생을 사실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연금과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는 서구 선진국과 비교하면 경제적인 문제가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모님 세대를 본 현재의 중장년층은 경제적인 준비에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는 노년기를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 더구나 경제적인 문제만 준비한다고 나이 들면서 겪는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인 변화가 갑작스럽게 다가오거나 큰 병을 앓게 되면 인생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50대에 들어서면서 고혈압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이 컸던 친구가 있다. 잘 다니던 직장도 짜증이 나고 가족들도 갑자기 못마땅해 보인다고 했다. 그 친구는 이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미술관, 음악회, 뮤지컬 공연 등을 다니기 시작했고 문화예술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40대 중반에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절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까지 받았다. 힘든 치료 과정을 거치면서 노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던 시기였다. 하지만 회복되어가면서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감사하는 계기도 되었다.


은퇴하고 시간이 나면 세계여행을 다니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 중에 정말 세계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여행지에 갔다가 허리를 다쳐서 걷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연로하신 부모님이 병환이 심해져서 등의 이유로 몇 해가 지나면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다. 이런 변화가 꼭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고 어차피 1년 내내 여행을 다닐 수도 없다. 


인생 후반부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은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 일반인이 운동선수만한 체력이 안 된다고 우울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나이 들면서 체력이 떨어 지는 것이나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변하는 것은 인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노년기의 질풍노도, 작더라도 긍정적인 마음 가져야


얼마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머릿속 감정 컨트롤타워에서 주인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감정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1’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가지 감정이 등장해 주인공의 감정을 주도했는데 ‘인사이드 아웃2’에서는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가 되면서 다른 감정들이 주도하게 된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중 불안이가 사춘기의 감정을 주도한다. 최악의 상태를 가정하고 그에 대비하려는 불안이는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상황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기에 관객들에게서 큰 공감을 얻었다. 



사춘기는 감정의 질풍노도 시기라고 한다. 신체적으로도 호르몬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시기이고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다. 사춘기 자녀의 정서적인 문제는 사회적인 이해가 높은 편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TV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또다시 다양한 감정의 질풍노도 시기를 겪는다.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가 생기고 사회적·경제적으로도 격변이 일어난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에서 나이 들면서 겪는 감정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새로운 감정이 등장할까. 노인심리학 연구는 나이 들면서 개인차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복감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고, 외로움과 우울감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뇌는 회로로 구성돼 있고 마음도 회로로 작동한다. 이런 회로 속에서는 부정적인 피드백 하나가 악순환을 만들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작은 변화가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 추락하는 것을 막고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감정적인 문제를 알아서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때뿐 아니라 나이 들어가며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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