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서비스부터 자아실현까지 커뮤니티서 노후의 삶 풍요롭다
글 : 이경원 /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2024-12-18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은퇴자들이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은퇴 커뮤니티는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후에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 안에서 노인들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 뿐만 아니라 운동, 의료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컨대 2019년 개봉한 ‘치어리딩 클럽(원제: Poms)’이라는 영화에서 미국 내 은퇴 커뮤니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여자 주인공 마샤 (Martha)가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은퇴 커뮤니티에 들어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샤는 그곳에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이웃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그중 적극적이고 활발한 한 친구의 격려와 설득으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시니어 치어리더 팀을 결성하고 오디션을 보며 꿈을 좇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의 마지막을 혼자 쓸쓸히 보낼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마샤의 예상과 달리 사회적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며 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은퇴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보편화된 은퇴 커뮤니티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변화하고 가족 내 기대 혹은 역할이 변화됨에 따라 노인들이 노후의 대체 생활 방식을 탐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실버타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 내 대다수 실버타운은 크게 도심형 실버타운과 휴양형 실버타운으로 분류되는데 두 형태 모두 부담스러운 관리 비용과 고액의 보증금으로 인해 일부 상류층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나마 근래 들어 레지던스식으로 실버타운을 보편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해지는 중이다.
반면 미국의 은퇴 커뮤니티는 보편화되어 있으며, 다른 커뮤니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커뮤니티를 한국의 아파트 단지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 커뮤니티 안에 일반적으로 55세 이상 사람들이 개인 아파트 혹은 주택에 월세로 혹은 자택 구입 후 거주하면서 자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은퇴 커뮤니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안전 및 보안이다.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 출입구, 긴급 대응 시스템, 24시간 직원 대기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장점은 바로 사회화 기회다. 많은 노인들은 외로움과 고립을 경험하며,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은퇴 커뮤니티 안에서는 주민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고, 친구를 사귀며, 동아리나 행사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특히 은퇴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집 관리나 정원 가꾸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취미나 관심사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더욱 만족스럽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위에 소개된 영화 내용처럼 커뮤니티 안 다양한 시설 등이 없다고 해도 건강검진, 물리치료, 약물 관리와 같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기업이 커뮤니티 안에서 편하게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뮤니티 안에서 일부러 자신이 먼저 시설을 찾고 방문하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도 보안·안전·건강·사회화 등 장점 많아
은퇴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이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즐겁고 기쁜 일 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평생을 살았던 익숙한 환경을 떠나 가족 관계와 멀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은퇴 커뮤니티는 노인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고 사회성에 관한 혜택 뿐만 아니라 안전·의료 접근성을 함께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단점보다 장점들이 부각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노인들은 건강과 안전 조치를 중시하며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살고 있는 주거 형태보다는, 이러한 공동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로 인해 은퇴 공동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노인들이 은퇴 커뮤니티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은퇴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점차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와도 그곳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생활 서비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예컨대 목욕이나 24시간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도 은퇴 커뮤니티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독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 더 나아가 요양 간호로 자연스럽게 전환해 사람들이 평생 같은 공동체 안에서 머물수 있게 그 목표와 서비스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부부 중 한 사람의 건강이 다른 한 사람보다 현저히 안 좋을 경우 큰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의 은퇴 커뮤니티는 활발한 생활환경을 찾는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공동체의 유형, 장점, 문화적 고려 사항을 이해하는 것은 가족들이 노인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철저한 조사와 여러 커뮤니티 방문을 통해 가족들은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적의 공동체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는 노년기를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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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오하이오 주립대학 에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는 알링튼에 위치한 택사스 주립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치매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평가 및 개발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 노인들의 보다 독립적이고 안전한 삶을 위한 정책 개발 및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년학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 사회공헌실과 미래에셋증권 상품개발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