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어떻게 벌고, 굴리고, 관리하고, 멋지게 쓸 것인가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4-12-09
앞으로 10년간의 선택에 따라 부의 크기가 좌우된다. 왜 그럴까.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장은커녕 성장이 멈춘 시대엔 특별한 투자법이 필요하다.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최근 30년 동안 일본 물가는 11% 상승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그칠 줄 모르게 성장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88%에 달했다. 30년 동안 일본 엔화 가치는 87% 떨어졌다. 달러화와 엔화의 가치 그리고 양국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30년 동안의 자산가치를 비교해 보면 미국 자산은 일본에 비해 4배나 늘어났다. 자산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자산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투자시장에서의 수익률은 어떻게 됐을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에서 20년(1995~2015년) 동안 연금투자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 유형에 따라 수익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위험을 완전히 회피하기 위해 정기예금에 저축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은 0.1%정도 된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본 주식과 채권에 절반씩 투자했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1.9%로 다소 높아진다. 반면 해외투자에 눈을 떠 일본·선진국·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에 각각 6분의 1씩을 투자했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4%에 달한다. 주식과 채권을 일본 안에서만 투자했을 때보다 해외에서 투자했을 때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부(富)를 키우는 원리와 방법론 담아
우리 경제가 일본을 따라간다면 해답은 명료해진다. 내 재산을 어떤 상품에 투자할 것인가보다 어디에 묻어두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경제성장이 빠른 나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힘든데, 해외에서 어떻게 투자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걱정하지 마시라. 30여 년 동안 투자 전문가, 경제학자, 은퇴설계 전문가로 활동한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의 최신작 <성장이 멈춘 시대의 투자법>은 부(富)를 키우는 원리와 방법론을 담고 있다. 심리학을 접목한 투자원리에서부터 생애자산관리까지 빈틈없이 우리를 인도한다. 노후 삶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연금을 어떻게 준비하고, 자산배분은 어떻게 하며, 투자 바구니에 어떤 상품을 편입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복리의 힘, 장기투자, 시장 변동성을 이해한다면 자산을 증식시키는 원리를 터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3가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복리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하고, 장기투자를 해야만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우상향 자산에 투자한다면 복리의 힘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경험과 예측에 기반한 단타매매가 아닌 장기투자를 해야만 투자금을 불릴 수 있으며, 시장변동성을 이기기 위해선 적립식 투자를 해야만 투자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해하는 것과 실천은 별개다. 자산 증식의 원리를 깨우쳤다고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당초 생각대로 실천하지 못하게 만드는 훼방꾼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망치는 주범은 마음속에 자리 잡은 두려움이고, 자기과신이며, 탐욕이다. 두려움을 다스리지 못하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없다.
자기과신은 우리를 함정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에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을 노린다. 몇 번의 성공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굳게 믿는다. 확률을 무시하고 자신의 ‘촉’에 의지한다. 결국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고, 그 배후엔 탐욕이 자리한다. 평상시에는 합리적인 사고(思考)를 하면서도 한순간에 엉뚱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마음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저자는 ‘투자의 심리학’을 통해 훼방꾼의 실체를 파헤친다.
돈을 잃지 않고 잘 지키는 것도 중요
자산을 증식시키는 원리를 깨닫고, 투자를 망치는 심리도 이해했다면, 이제는 실전에 들어가보자. 생애자산관리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자산의 축적과 지출에 관한 이야기다. 돈을 어떻게 벌것이며, 어떻게 굴리고, 어떻게 위험관리를 하고, 어떻게 멋지게 쓸 것인지에 대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돈을 버는 단계에선 근로소득·자산소득·사업소득을 이해하고, 무엇보다도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깨우쳐야 한다. 인적자본은 근로소득의 원천이고, 자산소득과 사업소득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소득 가운데 17.3%(국민연금 9%+퇴직연금 8.33%)를 저축하게 된다. 오래 근무할수록 은퇴소득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돈을 굴리는 단계에선 무엇보다도 저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소비와 저축(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도 삶의 지혜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저축에 몰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퇴직 이후 소득이 끊겼을 때 모아둔 돈으로 노후를 살 수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이외에 개인연금(개인연금저축 포함)과 같은 사적연금을 잘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내 집 마련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주택은 소비재이면서 투자재로도 손색이 없다. 주택연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돈을 벌고 돈을 굴리는 것 못지않게 돈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산배분이다. 저자는 ‘삼중분산투자’를 주문한다. 투자상품과 시장의 다변화를 통한 분산투자가 1단계이고, 체계적 위험을 막기 위한 장기투자가 2단계이며, 정액 분할매수의 적립식 투자가 3단계 분산투자라는 것이다.
자산배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내 몸에 맞는 자산배분 전략을 펴야 한다. 나의 위험성향과 투자목적에 따라 자산배분의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위험회피성향이 높다면 당연히 주식보다 채권 비중을 높여야 한다. ‘삼중분산투자’가 복잡해서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고려해볼 만한 간단한 방법이 있다. 생애주기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TDF는 시간 흐름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알아서 자산을 배분해주는 상품이다.
은퇴 이후엔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벌어 놓은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그만큼 생애 전반의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애지출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을 축내는 인출시기에는 축적시기와 달리 많은 리스크가 숨어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리스크, 장수 리스크, 수익률 변화에 따른 인출 리스크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성장이 멈춘 시대의 투자법>으로 부(富)의 불평등 시대에 승자로 우뚝 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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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