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적성을 맞추는 '존버 정신', 가지고 있습니까
글 : 버들치 / 작가 2024-11-13
청년 실업이 문제라고 한다. 기성세대가 보는 청년들은 위태롭다. 편한 것만 찾고, 도전 정신은 전무하고,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젊은이라고 다들 걱정이다.
하지만 그런 청년 중에서도 스스로 활로를 모색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과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좁은 문을 고집하지 않고 땀 흘리고 근육을 써서 일하는 소위 블루칼라 일자리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진취적인 젊은이들 말이다.
청년 정신은 무엇일까? 도전? 열정? 자립? 불굴의 의지? 나는 이 모두를 포함하는 '행동하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기성세대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만든 토대 위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있는 것이니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수 없다.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지원해 주고, 격려해 줘야 한다. 또 모범을 보여야 함은 당연하다.
또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문제라고 한다. 이제 곧 60대에 진입하는 장년층의 퇴장은 준비된 은퇴가 아닌 비자발적 실업이기 때문에 문제다. 준비된 은퇴자에겐 여가 활용의 문제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실업자에겐 생존의 문제다.
여러 통계를 보면 은퇴자의 대부분이 생활비 걱정 없이 여유로운 말년을 보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말년의 여유로움은 마음보다도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한 노인 회장께서도 노인의 나이를 65세에서 75세까지 높이자고 한다. 75세가 다소 높다는 저항은 있지만 이래저래 더 일하라는 시대의 요청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소 70세까지는 일하라는 게 사회 분위기다.
5060,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존버정신'이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신청자가 얼마나 마음이 복잡할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특히 회사를 나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켜본 바로는 평소 깨끗한 사무실에서 몸이 편한 일을 해온 사람들의 경우, 일하려 해도 일이 없다거나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례가 많았다.
5060세대의 장년층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궂은 일 쪽팔린 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존버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즉,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게 아니라 일에 적성을 맞추어야 한다.
필자도 한때는 사무직으로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능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회사를 나오기 5년 전부터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기능을 배웠다. 기능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50대 이후에는 머리 쓰는 일보다 몸 쓰는 일이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 나이엔(?) 사무직으로 갈 수 있는 직장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이 이유도 한몫 했다. 필자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게 아니라 일에 적성을 맞춘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내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놀란 건 우리나라 기능공의 대부분이 5060이고 2030의 청년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젊은이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였다. 처음엔 젊은이들이 쉽고 편한 것만 찾는다고 오해했는데 여러 일과 직업을 경험해 보니까 청년들이 건축 관련 일을 기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건설 관련 일을 싫어하는 건 단순히 힘들고 더럽고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파트를 짓고 빌딩을 올리고 공장을 짓는 곳은 대부분 도시를 떠나 교외에 작업장이 있고 일반 대중교통이 접근할 수 없는 한적한 곳이 많다. 장거리 출. 퇴근을 해야 하고, 오고 가는 비용과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단체 합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하는 곳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점심 한 끼의 호사도 누릴 수 없다. 애인과 데이트도 해야 하고 친구들과 교류도 해야 하는 한창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겐 그런 외로움과 밋밋한 일상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도시화 친화형 기능직
그에 반해 도배, 타일(미장), 목공 등과 같은 도시 친화형(?) 인테리어 기능은 도시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이런 일은 5~10년을 주기로 꾸준히 반복해서 일이 생긴다. 한 번 자리가 잡히고 기반이 다져지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일거리를 조절하면서 계획적으로 일해 나갈 수 있다. 도시는 앞으로 더욱 확장되고 발전될 것이다. 도시 안에서 인테리어 기능으로 일거리를 찾고 창업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타일 학원을 다닐 때, 한 젊은이의 말이 생각난다. "기능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겁니다" 그렇다. 남이 가르쳐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배워선 앞서갈 수 없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과 스승을 뛰어넘겠다는 청출어람의 자세를 가질 때 달인과 고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4년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0%가 넘는다. 일부에서는 90%가 넘었다고 한다. 인간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의식주라고 볼 때 인테리어 기능은 도시와 집에 필요한 기능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다.
또 재택근무와 주 4일제 근무의 확산도 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인테리어 기능은 음식점과 카페처럼 점포를 얻을 필요가 없고 재고가 남지도 않는다. 즉, 고정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자산 형성이 안 된 청년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상가를 임차하고 부대시설을 갖추어 음식료업과 같은 사업을 하는 것은 최악이다. 사장님 소릴 듣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단 실리를 택해야 한다.
시설관리가 장년층에게 적합한 이유
도시화율과 아파트를 생각해 볼 때 시설관리 기능은 5060의 장년층에게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하지 않던가? 서울의 주거 형태 중 아파트 비율이 60%가 넘는다. 80%가 넘는 지방 도시와 비교해 보면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 향후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고 공용부(조경 및 커뮤니티)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아파트를 관리하는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의 책 '버들치의 인생2막'에 나온) 직장 후배 한 명도 필자의 그동안의 경험을 직접 보고 또 조언을 받아들여 지금 오피스텔 시설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몇 년의 경력이 쌓이면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아파트의 시설 직원으로 전업을 계획하고 있다. 후배 본인과 아내 모두 만족하고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시설관리직의 장점은 노동 강도가 적당하고, 업무의 난이도 적당하고, 급여도 적당하다. 또 근무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50대가 제법 많아 소외감이 적다. 아직 젊은 나이(60세 전후)임에도 불구하고 경비나 미화(청소) 업무를 하는 분들이 있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젊은 분들이 하기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 아직 사무직에 계시는 분이라면 펜대 굴리는 시간을 아껴 시설 관리할 수 있는 자격증 몇 개 정도는 따놓고 나오면 좋겠다.
생계로서의 일, 직업으로서의 일을 택할 때 편한 것, 남들이 선망하는 일자리만 찾는 것은 청년 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은퇴를 앞둔 장년의 마음가짐도 아니다. 힘들고 거친 환경이라도 국가와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사회 통념에서 보면 좋은 일자리는 월급 많고 편한 직업이지만 청년들과 장년의 생각은 달라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것도 좋은 일자리다.
남들이 꺼리는 직업과 힘든 일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더욱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직업의 귀천은 귀천을 구분 짓는 삐뚤어진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일하는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버들치 작가
증권회사에서 33년 근무 후 퇴직하여 현재 기능인으로 인생 2 막을 살고 있다. 1965년에 태어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이 세 가지 운으로 위태롭게 살아왔다. 첫 번째 운은 짧은 학력으로 증권회사에 입사한 것이고, 두 번째 운은 33년간 한 회사를 다닌 것이고, 세 번째 운은 퇴직 후에도 소일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퇴직을 앞두고 주경야독으로 기술을 배웠으며 그 경험에 대해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서 버들치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썼다. 그 결과물로 '버들치의 인생2막'(2023)이라는 책을 발간 했다. 단순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해 왔으며 앞으로 그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