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 내 친구들 어디에 재취업 했나 살펴보니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4-11-13
산골 마을은 보통 11월부터 겨울이 시작된다. 새벽엔 기온이 마이너스로 뚝 떨어지고, 오후 5시가 되면 서산(西山)에서 해가 진다. 다음 해 4월까지 차가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니, 산골에선 겨울이 6개월이나 되는 셈이다. 시골살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겨울을 이용해 살집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전원주택의 단점이 샅샅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단열(斷熱)이 나쁜 집은 차가운 얼음집과 비슷하고, 겨울 난방비는 ‘폭탄’처럼 들어간다. 전원의 경관이 아름다워도, 긴긴 겨울을 떨면서 지내는 것은 무척 힘들다.
은퇴 후, 필자의 시골살이는 9개월째 접어들었다. 해가 뜬 다음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논밭 길을 강아지와 산책하고, 동네 헬스클럽을 다니고, 시골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생활은 아직 질리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전지용(剪枝用) 대형 가위를 구입, 정원수(庭園樹) 가지치기 작업을 벌였다. 폭설에 대비하여 집 안팎의 취약한 곳들도 손봤다. 올겨울은 작년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서 미리 준비작업을 마친 것이다.
필자는 ‘혼자 노는 일’이 재미없어지면, 서울로 올라가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세상 얘기를 나눈다. 65~66세에 들어선 필자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 생활에 들어가 있다. 다만, 늦게 결혼하여 학생 아이가 있는 친구, 은퇴생활비가 부족한 친구, 집안 생활을 답답해하는 친구들은 현역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친구들에게 들은 재취업 성공담은 재미도 있지만, 때때로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게 만든다. 필자 친구들은 주로 건물관리(주차관리), 경비직, 소기업 창업, 강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재취업을 시도할 때 중요한 것은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다. 관리자들의 ‘갑질’에 분노하여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다 보면 ‘해고장’이 날아드는 것이 부지기수다. 아직 잘 버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을 내려놓는 인내력이 대단하거나 전문기술로 현장에서 인정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자분들이 참고할만한 필자 친구들의 재취업 스토리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건물관리(주차관리) 취업
고령 근로자를 찾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설령 있다고해도 임금 수준이 낮아 취업 만족도도 높은 편이 아니다. 그래도 몇 개 추천하라고 한다면, 건물관리(주차관리) 일자리는 꽤 괜찮은 편에 속한다. 업무 강도(强度)가 강하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서 상당히 자유스럽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원하면, 먼저 이력서를 작성하여 구직 포털(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 노동부 워크넷 등)이나 개별기업 인력채용 사이트로 서류를 보내야 한다. 채용 공고를 낸 회사들은 이력서와 지원서를 검토한 다음,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력서를 띄우고 보름 또는 한 달 이상 기다리는 게 보통이나, 인연이 닿으면 2~3일 만에 인터뷰 답신이 오기도 한다.
건물관리인의 월 급여는 220~250만 원 수준이며, 대략 두 가지 방법으로 취업이 이뤄진다.
첫 번째는 인력파견 회사가 고령자를 채용해 근무처(특정 빌딩 또는 쇼핑센터)로 파견하는 형태이고, 두 번째 취업 루트는 회사가 자체 건물관리인을 뽑는 형태이다.
첫 번째의 경우, 인력파견회사가 4대 사회보험(건강, 연금, 고용, 산재보험)을 들어주되 업무지시는 근무처에서 받는다. 근무처 회사가 사회보험 가입비를 인력회사에 떠넘기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경우, 근무하는 회사와 ‘고용계약서’를 쓰고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에 따라 고용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사회보험 가입도 해주지 않는 곳도 많다. 고용계약서가 없으면 ‘유령 취업자’가 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운이 나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은퇴자들이 속해 있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보험료가 비싸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직장가입자’ 혜택을 받는 게 유리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고령 취업자는, 나중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8개월간 월 150~180만 원 내외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회사 측과 잘 협상하여 사회보험 가입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 건물관리(주차관리)는 주간업무, 야간업무, 주야간업무 등 다양한 업무 형태가 있으므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잘 골라야 한다. 야간근무를 많이 하다가 몸이 망가지면 노년이 힘들어진다.
아파트·주한미군 경비직
금융기관, 학교, 공장, 빌딩 등을 지키는 전문경비직은 대체로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이 맡고 있다. 에스원, 에스텍시스템, 조은시스템 같은 경비용역회사가 금융기관 또는 법인들과 계약을 맺고 경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고령자들이 이런 경비전문회사에 취업하기는 매우 힘들다.
고령자가 하는 경비직은 ‘아파트 경비’가 가장 흔하다. 아파트 경비는 건물관리와 임금 수준은 비슷하나,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상대적으로 힘들다. 또 언론에 자주 보도되듯이, 교양 없는 입주민들로부터 당하는 ‘갑질’도 고령 경비직들을 힘들게 한다. 거의 매일 주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필자가 고령자에게 추천하는 일자리는 ‘미군 부대 경비직’이다. 주한미군 경비직은 미군과 국내 경비업체 간의 용역계약에 근거하여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괜찮은 일자리’다. 이 때문에 신분이 보장되고, 업무도 상당히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신사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여건상, 일정 점수 이상의 영어구사 능력(TOEIC)을 갖춰야 한다. 미군 경비업체들이 요구하는 최소 영어구사 능력은 TOEIC 기준으로 리스닝(listening) 250점, 스피킹(speaking) 120점이다.
주한미군은 평택에 가장 많이 주둔해 있고, 서울(용산) 대구 부산 군산 의정부 용인에도 부대가 있다. 미군 경비직의 근로시간은 월 240시간 이내에서 현장에 맞게 조정되고 있으며, 연봉은 아파트 경비보다 훨씬 많은 3200~3600만 원 내외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 정년은 60세로 되어 있으나, 주한미군 경비직은 70세까지 근무 가능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미군 경비직에 재취업한 필자 친구들은 10여 명이 넘는데, 동창회 모임에서 가장 많이 추천받는 일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소기업 창업과 강사 취업
은퇴한 친구 가운데 식당, 맥주집, 편의점 등 일반적인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도 힘들고, 자칫하다간 망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체로 국내상품을 해외 판매하는 소기업을 창업하거나, 외국 물건을 수입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업자가 소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시절에 다루던 무역, 생산, 마케팅업무가 연결되어, 60대 경제활동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돈을 많이 번다기보다, 소일거리가 되고 그런대로 재미가 있어서 한다는 설명이다.
수입으로 따지면 가장 재미없는 일자리가 강사직이다.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필자의 한 친구는, 한 달에 2~3회 정도 기업들에서 ‘노후설계 강연’을 한다. 1~2시간 특강을 하면 대략 10~30만 원의 사례비를 받아, 밥값과 교통비 정도를 버는 심심풀이 이벤트인 셈이다. 그런데도 열정이 대단해서 최근엔 유튜브 제작에도 나서고, 은퇴 관련 책자도 쓰면서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은퇴 후 일자리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 상태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찾기는 더욱 힘들다. 이런 점에서 노후생활비를 재취업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노후생활비는 젊었을 때 미리미리 연금 가입으로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생활비가 약간 부족하다면 5년 정도 재취업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분위기로 볼 때, 70세가 넘어가면 사실상 근로가 어렵다고 판단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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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민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후, 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보건대학원장, 특수치료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24년 2월 퇴직했다. 관심 연구분야는 인구고령화, 보건정책, 경제교육 등이며, 보건ㆍ복지ㆍ노동ㆍ연금분야 연합학술단체인 사회보장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기사는 돈이다』,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 『밥 돈 자유』, 『100세시대 은퇴대사전』, 『ESG 경영과 자본주의 혁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