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잘 하는 직장인이 되려면? 경험자에게 물어보니
글 : 버들치 / 작가 2024-10-22
신입 사원 시절에 상사가 야근하고 있는 내게 물었다.
"월급 많이 받지 않나?"
본인이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웬 생색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 월급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네... 많이 받습니다."
"월급 많이 받는 건 참는 대가야..."
모든 회사가 넉넉한 돈을 주는 건 아니지만 돈을 주는 목적은 재미없음, 힘듦, 피곤함 등을 보상하기 위함이 아닌가? 당장 때려치우고 뛰쳐나오기 싶어도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런데 실제 스트레스 받는 직장을 빨리 떠나 자유로운(?) 전업투자자가로 성공한 이들도 있긴 하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내가 간간히 만나고 있는 (흙수저?) 주식 고수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는 나와 같은 증권회사에서 근무했던 직장 후배다.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평범함과 밋밋함이다. 별로 드러나지 않는 스타일이다. 음주 가무 별로, 사람 많은 곳 별로, 수다 별로, 잡기 별로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맡은 바 소임을 다 할 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화를 내는 걸 본 일이 없다. 또 누굴 비난하는 것도 못 봤다. 그는 혼자 있어도 별로 외롭지 않아 보였다.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부끄러움과 수줍음을 타고난 것 같다. 그래서 그와 알고 지낸 지가 오래됐지만 나는 그에 대해 너무(?) 몰랐다. 그가 100억 넘는 자산을 가진 대한민국 0.1% 부자인 줄도 말이다.
일 년에 그와 몇 번 만난다.
이번 만남에서는 방관자에서 관찰자로 전환하여 그가 투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Q1.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투자자로 전향한 계기는?
A 어느 날 갑자기 전업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주식 투자가 좋았다. 주식을 분석하고 좋은 주식을 발굴하고 매수해서 적정 가치를 받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어렸을 때 하던 보물 찾기와 같았다. 마침내 보물을 찾았을 때의 흥분과 희열이 주식을 탐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주식을 분석하고 세상의 변화를 공부하고,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탐구하다 보니 어느새 자산이 늘어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산가가 되어 있었다.
퇴직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주식으로 번 돈이 연봉보다 더 많아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즉, 회사를 나가도 상당 기간 먹고 살 정도가 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42살 퇴직할 때 벌써 16억 이상의 주식 잔고를 가지고 있었다.
Q2. 일찍 은퇴해서 퇴직금으로 전업투자를 하고 싶다는 분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싶은지?
A 퇴직금을 마중물로 이용해서 자산을 불려보겠다는 생각으로 퇴직하는 파이어족이 있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말리고 싶다. 또 주식 투자를 하면서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전업투자자가 되면 안 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뛰쳐나오면 안 된다. 직장을 다닐 때 그러니까 현금 흐름이 있을 때 투자를 해서 더 벌어놓아야 한다. 파이어족이 된 후 투자한 돈을 헐어 생활비를 쓰게 되면 충분한 복리 효과(눈덩이 효과)를 못 본다. 회사에 있는 동안 충분히 테스트를 해보고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다음에 나와야 후회가 없다. 빠듯한 돈으로 나오면 투자도, 생각도, 생활도 빠듯해진다. 확신이 들 때, 돈이 두둑이 모였을 때 그리고 마음이 여유로워질 때 나와야 한다. 서두를 것 없다.
주식은 호기심이 많고 위험을 잘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1-2년 반짝 잘한다고 파이어족이 되면 안 된다. 특히 우연히 산 종목이 대박이 난 경우가 오히려 가장 위험하다. 최소 5-6년 이상 꾸준히 자산을 불려야 소질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Q3. 주식 투자는 어떤 사람이 성공하고 어떤 사람이 실패하나?
A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이다. 유명세를 탄다고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이 꽤 있는 것 같지만 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성공은 어려운 것이다.
워런 버핏이 애플과 코카콜라 몇 종목에 꽂혀있고 그 종목들만 편애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버핏은 매일 읽고 생각하고 또 읽고 생각하는 게 하루 일과다. 가지고 있는 종목의 리포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목을 리포트를 읽는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종목의 비교 우위를 가늠하기 위함이다. 하나만 아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불광 불급. 미쳐야 미친다고 했다. 주식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과 주식에 중독된 사람은 다르다. 호기심과 지적 욕구 없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하는 사람은 한계에 부딪힌다. 실패를 통해 배우지도 못하고 또 자잘한 성공에도 성장하지 못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에 대한 복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성공 사례의 복기는 비교적 쉽지만 실패 사례의 복기는 고통스럽기 때문이 잘 안 한다. 그러나 이를 피해가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성공 사례를 복기할 때도 자아도취에 빠지면 안 된다. 한 번의 성공이 두 번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맹신하지 말고 참고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Q4. 주식투자를 하는 직장인에게 조언이 있다면?
A 직장에 다닐 때가 가장 중요하다. 소홀하게 보내면 안 된다. 돈을 많이 모아야 하고 투자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투자분석도 중요하지만 투자론과 같은 거시적 안목도 중요하다. 자본주의 작동원리에 대해 탐구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철학 공부도 필요하다. 공부는 끝도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느 정도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편안함 속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 돈을 벌었다고 앞으로도 벌 거란 생각은 금물이다. 투자의 세계는 늘 긴장하고 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 책은 참고만 할 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받아들이면 된다. 투자론이든 투자분석이든 모든 것의 기초는 주식 시장이 우상향 할 거라는 믿음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얘기. 자기가 하는 투자 행위가 어느정도 위험한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투자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고 무모한 투자가 아닌 계획된 투자를 할 수 있다.
버들치 작가
증권회사에서 33년 근무 후 퇴직하여 현재 기능인으로 인생 2 막을 살고 있다. 1965년에 태어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이 세 가지 운으로 위태롭게 살아왔다. 첫 번째 운은 짧은 학력으로 증권회사에 입사한 것이고, 두 번째 운은 33년간 한 회사를 다닌 것이고, 세 번째 운은 퇴직 후에도 소일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퇴직을 앞두고 주경야독으로 기술을 배웠으며 그 경험에 대해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서 버들치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썼다. 그 결과물로 '버들치의 인생2막'(2023)이라는 책을 발간 했다. 단순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해 왔으며 앞으로 그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