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일할 사람!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4-10-14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4 노인복지 시설 현황 자료를 공표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실버타운에 속하는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40개, 입소정원은 9,006명이다. 우리나라 노인인구(994만 명)의 0.1%에 해당한다. 물론 이 통계에 유료양로시설에 해당하는 더클래식500 이나 천안실버타운, 미리내실버타운 등은 빠져있으니 전국에 40개보다는 실버타운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연일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노인인구 대비 노인 주거시설이 부족하다고 얘기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규제를 완화하여 실버타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VL 르웨스트 810세대, VL 라우어 574세대, 위례 심포니아 115세대, 더위너스김포 218세대,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536세대, LH 화성 동탄 2,550세대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향후 실버타운이 늘어날 것은 저명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만들어진 실버타운에서 일할 ‘사람’이다.
실버타운의 법적 인력기준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유료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의 법적 인력기준을 <표 1>에 정리하였다.
법적인 기준만 충족하면 끝?
법적인 인력기준만 충족하면 정말 실버타운 운영이 가능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실버타운에는 다양한 부대시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대시설에 따라서 필요한 인력이 상이해질 것이고, 거기에 더해서 운동처방사, 프런트 안내 직원, 청소인력이나 주방보조인력, 경비인력, 프로그램 운영 강사 등 시설에 따라 반드시 추가 인력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면서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인력)에 대한 문제는 고민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유능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아 양성하는 것이 포인트!
“이 시설을 00년간 운영하였습니다”, “이 시설에서 00년간 근무하였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 시설은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유료 노인홈에서는 마케팅 포인트로 인력을 많이 어필하고 있다. 일본 유료 노인홈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유유노사토(ゆうゆうの里) 교토에서는 간호인력이 모두 이 시설에서만 근무한지 10년 이상 된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일본의 유료 노인홈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는 SOMPO 케어에서는 업계 최초로 직원 교육 연수시설인 SOMPO 케어 유니버시티를 설립하였다. 2017년 도쿄, 2018년 오사카에 설립하여 현재 2개소를 운영 중이다. 신입사원의 경우 7~9일 SOMPO 케어 유니버시티에서 연수 및 교육을 받은 후에 현장에 투입된다. 교육에는 기본적인 노인의 특징부터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방법까지 체계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침대, 부엌, 욕실, 화장실 등 개호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및 서비스를 실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교육하고 있다.
일본은 고등학교 때부터 복지를 가르친다?
필자는 일본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후쿠오카에 있는 중증심신장애아 시설에서 시설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이용자 110명, 직원 120명 규모의 큰 시설이었다. 그때도 외부의 저명한 강사분들을 시설로 많이 초청하여 직원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시설 옆에는 기숙사가 있었는데 복지 고등학교에서 실습을 나온 실습생들이 실제로 실습을 하면서 묵고 있었다. ‘복지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있다니!’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벌써 15년도 더 전의 일이다. 복지 고등학교는 개호복지사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교과과정, 교원, 시설·설비, 훈련시설 등 개호복지사 육성과정의 기준을 충족하는 학교로서 지정을 받아야 하며, 복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개호복지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실제로 복지 고등학교, 개호 전문대학을 졸업한 젊은 친구들이 시설에 직원으로 많이 채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사가 대부분 50~60대인 것과 비교된다.
시설에 투입되기 전 현장 경험은 매우 중요
필자가 후쿠오카에 있을 때 겪었던 또 다른 에피소드이다. 교토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사장님의 아들과 며느리가 필자가 있던 후쿠오카 시설에서 시설 연수를 1년 이상 받고 돌아갔다. 며느리와는 지역복지부라는 부서에서 함께 일했다. 그때 필자는 ‘본인들이 사회복지시설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왜 굳이 다른 지역의 시설에 와서 연수를 받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궁금해서 물어보니 현장 경험을 쌓아야 본인들이 운영할 시설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그 두 부부는 지금 교토에서 본인들의 법인 산하의 시설을 잘 운영 중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실버타운 업계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유능한 직원이 얼마나 배치되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 시설에서 근무하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실버타운의 특성상 오래된 직원을 입주자가 신뢰하는 경우가 많으며 직원이 자주 바뀌면 입주자에게 시설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실버타운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실버타운이 다른 아파트나 주거시설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며 그 서비스는 모두 ’사람‘이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사람‘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또한 시설 입장에서도 유능한 직원들이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급여일 수도 있고, 이 시설에 근무하고 있다는 프라이드가 될 수도 있다. 정부, 업계, 학계 모두가 이제부터라도 관련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500세대, 800세대, 2,500세대 상당의 실버타운을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서비스를 받게 될 ’사람‘과 제공하게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일본 오카야마현립대학원에서 보건복지학 박사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겸임교수,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국의 대표적인 시니어타운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사무국장직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