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역동적인 국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젊고 역동적인 국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글 : 고영태 / KBS 기자, 연구위원 2024-10-25


생산성의 향상으로 인류가 ‘맬서스의 덫’(인구 증가로 생활 수준이 정체 또는 하락하는 현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이후 인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힘이 됐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202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지르면서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으며, 뉴욕타임스는 2050년이 되면 한국은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구 문제의 해법과 더불어, 투자자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인구·경제의 관계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Human Tide)의 저자이자 영국의 세계적 인구학자 폴 몰런드(Paul Morland)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연구원을 만났다.



당신의 분석에 따르면 인구 증가 공식의 세 가지 구성 요소는 출생률, 사망률, 이주(이민)이다. 이런 요인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가?


전체 인구 집단에 관해 생각해 보라. 출생은 자연적 증가이고 사망은 자연적 감소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사람들이 외부에서 유입되거나 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있다. 국가가 저개발 상태일 때는 출생자와 사망자가 많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면 처음에는 출생자 수가 높게 유지되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면서 인구가 늘어난다. 한국의 인구도 이런 방식을 통해 1950년대초 2천만 명에서 현재 5,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출산율이 하락한다. 그리고 출산율이 오랜 기간 크게 떨어진 상태가 되면 ‘떠나는 사람’(사망자/해외 이주자)이 ‘도착하는 사람’(출생자/국내 유입 인구)보다 많아지고 결국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선진국의 경제력 축적에서 인구는 어떤 역할을 했나?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을 육성하고 강력한 군대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유럽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120년 전에는 유럽이 세계를 지배했다. 예를 들면 영국은 본토에서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동안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스에 이르는 모든 지역에 이주민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이주지역에 영국의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적 관습을 정착시켰다. 반면 벨기에는 초창기에 산업 국가였지만 강대국이 되기에는 너무 작은 나라였다. 룩셈부르크의 1인당 GDP는 미국보다 훨씬 높지만, 인구는 미국의 1%도 되지 않는다. 국제 문제에 있어서 룩셈부르크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자연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 저출산과 연계된 모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1인당 GDP가 최근 매우 빠르게 증가했고, 도시화와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사람들이 매우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소수의 자녀에게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출산 감소를 둔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전통도 거의 없다(국민 가운데 일부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출산율 저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자녀를 기르는 여성에게 더 많은 권리(유연근무, 출산휴가 가족 친화 정책 등)를 부여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하지만 그러려면 사회 전체의 문화가 변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저출산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국민 전체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중국은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정체되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지면서 경제활동 인구에 의존하는 경제 성장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은 어느 정도는 스스로 초래한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생산성이 낮은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여전히 많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말해, 인구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거대한 인구에서 끌어낼 수 있는 성장 여력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더 부유하고 발전된 선진국의 경우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전할 수 있는 노동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가 더 적다. 




일본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재정 압박과 심각한 경제적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GDP는 세계 4위이다. 현재의 고령화 속도로 볼 때 일본 경제 규모가 영국 이나 프랑스보다 더 작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인구는 이미 감소하고 있고 21세기 말에는 정점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동시에 초고령 국가가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의 1인당 GDP는 일부 측정 지표에서 일본보다 높다. 1인당 GDP가 더 높고 인구가 더 많다면 이들 국가는 경제적으로 일본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많은 다른 국가들도 고령화와 곧 닥칠 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하지만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고해도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선진국에서는 PC와 노트북, 인터넷, 그리고 지금의 인공지능 등장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노동 생산성의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우리는 여전히 노동력이 필요하고 영국이나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한 시간의 노동이 생산할 수 있는 GDP가 10년 전보다 그렇게 많아지지 않았다. 기술이 노동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라면 여전히 이주민이 많이 유입되고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는 영국과 같은 곳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도 급속한 고령 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산업 분야나 기업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학교가 비어가면서 노년층을 위한 주택 수요가 많을 것이다. 노인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노동력을 절감할 다양한 장비나 기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노인 돌봄 서비스 기관의) 직원이 차량을 이용해 요양 시설이나 노인 가정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 전기 사용만큼이나 큰 변화이다. 그러나 나이 든 세대를 위한 혁신은 지금까지 그 성공이 제한적이었다. 몇몇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요양원들은 돌봄 로봇이 효용 가치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사용을 포기했다고 한다. 노인을 돌보는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된다면 잠재적 수익 창출력이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금이 이런 분야로 흘러갈 것으로 생각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 압박은 국가의 연금 정책뿐만 아니라 기관과 개인의 연금 운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향후 연금 정책과 연금 운용에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생각하나?


각국 정부는 연금을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고, 이는 큰 국가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는 이미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다. 은퇴 나이를 약간 조정하는 것조차 큰 저항에 부딪힌다. 경제가 쇠퇴하는 고령화 국가에서 개인연금을 운용하는 이들은 젊고 역동적인 인구를 가진 국가에 투자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이런 국가가 ‘투자에 부적합’하다면(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출산율이 높은 국가가 부패하고 불안정하여 투자하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 투자수익률이 낮을 것이다. 정부는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시장이 정부의 재정 신뢰도를 우려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금융 시장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급격한 인구 증가가 실제로 국가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인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출산율은 떨어지지만 20~30대 인구 집단이 많은 경우 국가는 경제적으로 큰 성장 기회를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구배당금(전체 인구에서 경제활동 인구가 늘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효과)이다. 하지만 이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시리아가 좋은 사례이다. 시리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에 적합한 인구 구조를 유지했지만, 정부가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이어서 국민은 파벌주의와 증오에 사로잡혔다. 그 결과는 경제적, 정치적 파멸이었다. (20~30대가 많은) 올바른 인구 구조는 국가가 번영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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