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운용 특화펀드 TDF vs 디딤펀드 비교해보니
글 : 오현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2024-10-17
내 퇴직연금, 어떻게 굴려야 좋을까?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DC형 퇴직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가입자들에게 상품 선택은 큰 숙제거리다. 장기적으로 투자했을 때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러 고민할 필요 없이, 평생 상품 하나만 운용해도 충분한 투자방법은 없을까? 연금운용에 특화된 펀드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로 탄생했다.
생애주기에 따른 자동 자산배분이 매력, TDF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TDF(Target Date Fund)이다. TDF는 은퇴예상 시점(타깃데이트)에 맞추어 펀드 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자산배분형 펀드이다.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투자하다가 은퇴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추구한다. 각 회사별로 고유의 ‘글라이드패스’라고 불리우는 자산배분 곡선에 따라서 자산군의 비중을 조절한다.
가입자가 TDF를 고를 때는 펀드 이름에 기입된 2045, 2055 등 목표 연도를 확인하여 본인이 예상하는 은퇴시점에 맞는 펀드를 고르면 된다. TDF는 지난 8년간 163배 성장해 10조를 달성하며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위험수준 '이븐(even)하게' 유지, 디딤펀드
그런데 지난 9월 연금운용에 특화된 또 하나의 펀드가 출시됐다. ‘디딤펀드’의 등장이다. 디딤펀드는 주식,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 펀드라는 면에서 TDF와 동일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100% 전액 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역시 같다.
차이는 뭘까. TDF가 운용기간이 흐름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데에 반해, 디딤펀드의 경우는 위험자산 비중을 비교적 일정한 범위로 유지하면서 시장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자산배분을 조정해 나간다. 최근 유행하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유행어를 차용하자면 디딤펀드는 펀드의 위험수준이 운용기간 동안 ‘이븐(even)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이렇게 주식 채권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배분을 수행하는 펀드를 ‘밸런스드 펀드(Balanced Fund)’라고 부른다.
‘디딤’이라는 명칭은 25개 자산운용사가 공유하는 공동브랜드이다. 하지만 각 운용사가 디딤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목표 위험관리에 집중하는 펀드도 있고, 빅테크 기업 투자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TF로 하는 자산배분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펀드도 있다. 또한 펀드 별로 50% 한도 내에서 위험자산 목표치를 설정하는 만큼, 관심 있는 디딤펀드가 정확히 어떤 컨셉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 수준으로 운용되는지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TDF vs 디딤펀드, 선택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TDF와 디딤펀드 중 하나만 고른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우열은 없다.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과의 존 쇼븐, 다니엘 월튼 교수가 2020년 전미경제연구소의 연구자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밸런스드 펀드는 투자자의 위험선호도를 나이만 가지고 규정하는 TDF의 아쉬운 점을 보완할 수 있다. 반드시 젊다고 해서 높은 위험을 선호하고, 나이가 많다고 낮은 위험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운용기간 내내 50% 이내로 꾸준히 위험자산 비중을 유지하고 싶다면 디딤펀드를, 위험자산 비중을 70~80%에서 시작해 은퇴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30~40%대로 자동 조정하고 싶다면 TDF를 고려해볼 수 있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