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늙은 나’를 보면 돈이 모인다!
글 : 김준목 / 재무금융학 박사 2024-09-24
미래 내 모습을 보여주는 앱을 써본 적이 있는가? ‘노인 필터’라고도 불리는 카메라 어플 기능인데, 요즘 대세인 AI 기술을 사용해 노화된 내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너무 현실적인 표현에 놀랄 수도 있다.(궁금하면 ‘페이스앱’이라는 앱을 검색해서 한번 사용해보자.)
재미로만 이용했던 이 카메라 필터에 예상치 못한 순기능(?)이 있다. 자신의 노화된 모습을 보면 저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데, 무슨 이야기인지 같이 한번 살펴보자.
우선, 우리가 충분한 저축을 하는데 실패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의 보상과 미래에 있을 보상 간의 줄다리기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다. 만약 지금 사고 싶은 운동화가 있는데 사지 않으면 그 고통은 바로 느끼지만, 미래의 내가 사지 못하는 것은 바로 느끼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지금 저축을 하게 되면 미래의 내가 고마워할 것을 잘 못 느낀 채—오늘의 나에게 과하게 치중하게 되고, 저축 통장의 잔고는 늘 제자리걸음이 되는 것이다.
미래의 나와 최대한 연결해야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할 허쉬필드 마케팅 교수 등 일곱 명의 연구자들이 재미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미지 처리를 통하여 미래의 내 모습을 와닿게 했을 때, 저축률을 높이게 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상력이나 믿음의 부족으로 미래의 자아를 구체화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구체적인 이미지화를 시킬 경우,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연결’ 짓는 것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이 논문은 마케팅 분야 대표 저널인 저널오브마케팅리서치(JMR)에 2011년 게재됐다.
이 연구의 실험에서 한 참가자 그룹에게는 그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그들의 노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여러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중 한 질문이 저축과 관련된 질문이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당신에게 $1,000(우리 돈 약 130만 원)의 돈이 우연히 주어졌다. 다음 네 가지 카테고리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분배해보라. 1) 중요한 사람에게 특별한 선물하기, 2) 퇴직연금에 저축하기, 3) 재밌고 사치스러운 계획 짜보기, 4) 입출금 통장에 넣기.” 실험 결과,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관찰한 실험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금액을 2번 선택지인 퇴직연금에 할당했다고 한다.
만약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꺼려진다면 다른 도움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종종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일기장이나 SNS 등에 스스로 기록해보는 것이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또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장래에 대한 질문과 답을 나누며 ‘먼 미래의 나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노화된 사진과 같이 가능한 생생한 미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때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의 핵심은 ‘미래의 나와 최대한 가깝게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고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라 당장의 행복을 더 중시한다는 라이프스타일인데, 사실 굉장히 모순적이다. 노후도 한번 뿐인 내 인생의 중요한 일부다. 나의 노후도 한번 뿐이다. 그래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저축 뿐이겠는가. 주름이 자글한 미래의 나에겐 하나의 유대관계가 더 소중할 것이고, 하나의 개선된 건강 지표가 너무나 감사한 존재일 것이다. 저축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주변인들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더 건네고, 헬스장에 한번 더 가면 미래의 자신이 감사하다고 저 멀리서 꾸벅 인사를 할 것이다. 감사한 마음도 잊지 말자. 이 연구가 진행될 당시에는 노인 필터가 대단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만 켜면 된다. 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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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목 재무금융학 박사
연세대에서 산업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재무금융학 석사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올린 경영대학원에서 재무금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IT 골룹 재무정책연구센터(GCFP)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며 미국 공적연금제도 개선 방안 및 주택 연금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행동경제학, 기업지배구조, ESG 등을 연구하며 조선일보에 ‘팝콘 경제학’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배분본부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을 분석하며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