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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모는 처음이라 부족하지만 잘 부탁해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4-08-30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는 아이도 없다."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이야기인데요. 자녀에게 좋은 표상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하지만 부모 역시 ‘이번 생(生)이 처음’인 건 마찬가지라 아이들 교육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삶의 여러 난관에도 아들 딸을 잘 키우려 노력하는 영화 속 인물들을 따라 가보겠습니다.






포레스트 검프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아" 아들 과보호하지 않은 홀어머니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는 조금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지능은 평균보다 떨어졌고, 척추 문제 때문에 다리에 보조기를 차야 했죠. 검프가 엄마(샐리 필드)를 따라 초등학교 진학 상담을 받으러 간 날. 교장은 일반학교가 아닌 특수학교에 보낼 것을 제안하는데요. 어머니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검프를 일반학교에 진학시킵니다.




학교에서 검프는 폭력적인 친구들에게 시달립니다. 검프는 그들에게서 달아나는 와중에 달리기 재능을 알게 되고, 이 덕분에 미식 축구 부원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는 데 성공합니다. 어머니는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죠. 

아마 검프의 엄마는 아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 학교에 다니게 한 것은 평생 자신이 함께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었겠죠. 삶이 던지는 어려움을 정면으로 견뎌내며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들이 성장하리라고 봤을 겁니다.


물론 자녀의 어떤 측면에는 더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다만, <포레스트 검프>는 아이가 세상과 맞서 싸울 기회까지 빼앗는 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보면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검프 엄마의 말은 부모 입장에서도 되새길 만합니다. 자녀 대신 초콜릿 껍질을 다 벗겨주는 실수를 범하지 말란 것이죠. 인생의 큰 즐거움은 자신의 선택에 무엇이 따라올지 모른다는 데서 오는 법이니까요.


<포레스트 검프>를 볼 수 있는 OTT: 넷플릭스






와일드라이프

자녀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는 건 무책임한 행위일 수도 있다


아버지(제이크 질렌할)는 어느 날 조금 더 그럴싸해 보이는 직업을 찾겠다고 마음먹습니다. TV를 보던 도중 산불 진화 작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갑자기 화재 현장으로 떠나게 되죠. 




그런 아빠를 보고 엄마(캐리 멀리건)는 혼란스러워합니다. 아들에게 “아빠는 날 떠나려는 거겠지"라고 물으며 불안감을 드러내는데요. 급기야는 아들과 함께 사는 집에 외간 남자를 초대하죠. 

부모가 사춘기를 겪는 듯한 이 집에서 정작 아들(에드 옥슨볼드)이 가장처럼 행동합니다. 부품을 사와서 집을 수리하고, 사진관에 가서 일자리를 구합니다. 부모가 서로 화합 할 수 있는 자리까지 준비하죠. 

아들의 품성이 모나지 않아 비극으로 치닫지는 않았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너무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부모가 아이 앞에서 자기 속을 전부 드러내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부모 또한 방황할 수 있겠지만, 성장기 자녀에게 이를 모두 드러내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단 이야기죠. 부모에게 기댈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자녀는 야생동물(wildlife)처럼 제 살 길을 찾을 테니까요. 


<와일드라이프>를 볼 수 있는 OTT: 넷플릭스, U+모바일tv






애프터썬

왜 나는 부모의 사랑이 당연하다고 느꼈을까


30대가 된 주인공 소피는 캠코더에 찍어둔 영상을 돌려봅니다. 20여 년 전 아빠와 둘이 떠난 여행의 추억이 담겨 있는데요. 큰 기대를 품고 떠난 여행은 처음부터 삐꺼덕댑니다. 예약한 방보다 훨씬 못한 방을 받게 된 것이죠. 아빠는 호텔의 열악한 환경이 못내 미안했지만, 딸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저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즐거울 뿐이죠. 

 



여기까지 보면 영화는 부녀의 평범한 여행기인데요. 20년 후 당시의 아버지만큼 커버린 딸이 그 시간을 회상하면서 조금 다른 결의 여행기가 됩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줄곧 상냥했던 아버지가  한 번씩 다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던 것이죠. 차가운 반응을 보이거나 딸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는데요. 딸은 아버지의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조합하는 동안 부친 삶의 진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때 아버지는 인생의 위기를 지나는 도중이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은 ‘왜 그때 나는 아버지 삶의 진실을 몰랐을까’로 요약할 수 있을 텐데요. 아마도 그건 아버지가 철저히 감췄기 때문이 아닐까요. 딸에게 완벽한 여행, 더 나아가 완벽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이죠. 그 선물엔 ‘아버지가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됐을 것입니다.

그건 어쩌면 자녀를 사랑하는 모든 부모에게 통용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 까지가 그들 사랑의 일부분인 것이죠.


<애프터썬>을 볼 수 있는 OTT: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U+모바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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