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책 저자 vs 경제학자’,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나?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재테크 책 저자 vs 경제학자’,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나?

글 : 김준목 / 재무금융학 박사 2024-08-28



재테크 대중서 저자 vs 경제학자 


재테크 대중서 저자와 경제학자. 둘 중 한 명을 골라 재테크 조언을 들어야 한다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예를 들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재테크 책을 쓴 로버트 기요사키. 군사학교 출신에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인 그는 사업을 두 번이나 말아먹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너도나도 가난한 아빠(엄마) 보다는 부자 아빠(엄마)가 되기 위해 그의 책을 집어 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4천만부 이상을 팔아 재테크 분야 스타가 됐다.


미국 유명 라디오 호스트 데이브 램지 역시 비슷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를 위해 동네 교회에서부터 시작한 재테크 조언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본업이 되었다. 그는 본인이 쓴 재테크 책 ‘돈의 속성’(원서명은 Total Money Makeover)을 150만 부 이상 팔아 치웠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항상 높은 저축률을 강조하는 데이브 램지의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가계지출을 최소 5.4% 이상 줄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분야를 한평생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기요사키나 램지와 같은 대중적인 영향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이 둘은 엄두도 못 내는 어려운 수학을 사용하여 최적의 소비, 저축률을 계산하고 어떻게 투자를 하면 좋을지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분석한다.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2022년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의 재무금융 교수 제임스 최가 이와 관련하여 재밌는 논문을 썼다. 가장 권위있는 경제학술지 중 하나인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JEP)에 게재했다.(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이기도 한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고 있다.) 인기있는 재테크 도서 저자들과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재테크 책을 자그마치 50권의 직접 사서 읽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의 재테크 조언에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축부터 살펴보자. 우선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소득이 적은 젊을 때는 저축을 적게 하거나 거의 하지 않고 중년기에 많은 저축을 하라고 한다. 각 나이에 지출하는 금액이 평생에 걸쳐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크게 들쭉날쭉하는 소비행태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는 개인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반해, 유명 저자들의 조언은 인정사정없다. 우리가 일정하게 해야 할 것은 소비 금액이 아니라 저축률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번역서가 없는 ‘The Wealthy Barber Returns(돌아온 부유한 이발사)’의 저자 데이비드 칠튼은 경제학자들의 그런 조언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고 대놓고 이야기 한다. 사람이란 저축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스위치 켜지듯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게 아니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저축보다는 지출을 일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재테크 저자들은 (어쩌면 경제학자들이 부족한) 단순함을 강조한다. 50권 중 21권의 책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일정한 저축률’을 추천한다. 소득의 10에서 1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저축하라고 권하며 몇 권의 책에서는 20퍼센트 이상을 조언하기도 한다.




행동경제학과 관련한 내용도 함께 살펴보자. 경제학자들에게 A 계좌의 10만원과 B계좌의 10만원은 같다. 서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17권의 저자들 생각은 다르다. 각각의 특정한 목적을 지닌 ‘심리적 계좌’(Mental Accounts)에 돈을 나누어 저축하라는 것이다. 심리적 계좌 또는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탈러가 고안한 개념인데,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돈이라도 지출 목적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상이하게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휴가를 가려고 아끼고 아껴 모아놓은 200만 원이 수시입출금 통장의 200만 원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기존 경제학 시선에서는 비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심리적 계좌에는 응급상황 시의 비상금, 노후준비자금, 집이나 자동차 마련을 위한 저축금, 자녀의 대학등록금 저축금 등이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딘 칼런 등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심리적 계좌는 ‘오늘의 저축이 미래 정확히 어디 쓰일지 연결시킴’으로써 저축 동기부여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금융회사에 따라 통장 이름을 내 맘대로 정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어디에 지출될 돈인지를 통장 이름으로 정하여 저축하는 것도 좋은 활용 방안일 것이다. 한 마디로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저축이나 투자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부채 눈덩이(Debt Snowball)' 전략


마지막으로, 부채 관리에 대한 부분도 매우 흥미롭다. 경제학자를 포함하여 경제학의 기초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대출을 갚을 때 가장 높은 이율을 부과하는 빚부터 갚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10개의 책에서는 그렇게 우선순위 하지 ‘않길’ 권한다. 설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했다. 이른바 ‘부채 눈덩이(Debt Snowball)’라는 방법인데, 위에서 언급한 데이브 램지 때문에 유명해졌다. 가장 금액이 작은 빚부터 갚아 나가는 방법이다. 가장 작은 빚을 갚은 후에는 그 다음 작은 빚을 갚고, 모든 빚을 갚을 때까지 반복한다. 카드대출과 같이 매우 높은 이율의 대출은 예외이겠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의 대출 이율은 크게 보았을 때 고만고만하다. 갚아야 할 대출들을 빨리빨리 하나씩 갚아 나가는 것이 더 힘이 나고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2권의 책에서는 이율에 상관없이 ‘가장 거슬리는’ 빚부터 갚아 나가라고 조언한다. 우리의 기분 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은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조언을 따르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끌림이 있고, 이것이 동기부여도 된다. 그래서 좀 더 주목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실제로 50권의 대중서 내용에는 사실과는 다른, 추측에 불과한 주장들이 꽤나 존재한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틀린 내용은 이야기 하지 않지만 일반인 기준에서는 해결책이 복잡하거나 직관적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조언들이니 본인에게 가장 와닿고 도움이 될 조언을 취사선택하여 꼭 실행에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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