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가 직원들 저축률을 4배로 끌어올린 방법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벨상 수상자가 직원들 저축률을 4배로 끌어올린 방법은?

글 : 김준목 / 재무금융학 박사 2024-08-28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실험 제목은 ‘내일 더 저축하자’이다.


1998년, 미국에 있는 한 중소 제조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평소 그들은 저축을 거의 하지 않다시피 했고 이에 대해 회사 경영진은 걱정이 많았다. 그들의 퇴직 후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두 명의 경제학자가 새로운 저축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지금이 아닌, 미래에 저축률을 높이는 것을 ‘미리’ 약속 및 설정해 놓는 것이다. 가령 지금 월급의 5%를 저축하고 있다면, 내년에는 6%를, 후년에는 7%를 저축하겠다고 미리 설정해 놓는 것이다. 물론 저축률 상한선은 정하면 된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당장 줄어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미래에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수용적이다. 바로 느끼게 되는 불편함도 아니고,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누군가에게 연설이나 원고를 부탁할 때, 몇 달 전 미리 부탁을 할 경우 급하게 부탁을 하는 것보다 승낙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과 같다.




'내일 더 저축하자'의 효과


위의 실험 결과, 저축 프로그램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평균 저축률은 월급여 3.5% 정도에서 13.6%로 무려 네 배나 상승했다. 4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1년에 대략 3%정도씩 꾸준하게 올렸던 결과다. 가히 경제학자들의 성공적인 개입이었던 것이다.


이 두 경제학자 중 한 명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의 리차드 탈러 교수다.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책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행동경제학이란 경제학의 한 분야다. 복잡한 수식보다는 심리학에 의존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 연구한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또 다른 대가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의 책 제목은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이다. 우리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가격표가 9,900원일 경우 10,000원인 경우보다 왠지 모르게 우리의 눈이 더 가는 것도, 꼭 100원의 할인 금액이 매력적이라기보다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 우리의 특징 때문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실험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어떤 가르침을 얻어가면 될까? 미리 설정할 수 있는 것 중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이용하자는 것이다. 실험 제목이 ‘내일 더 저축하자’인 이유도, 당장의 희생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의 특징을 역이용하여 ‘내일’의 약속을 미리 받아내는 것이다. 큰 범주에서는 자동이체도 포함될 것이고, 요즘 시중의 투자 어플리케이션 중 인출 및 투자를 미리 설정하는 것을 유도하는 경우도 이런 행동경제학 요소를 이용한 사례인 것이다.




아는 만큼 저축


하나의 팁을 더 이야기 하자면, 미래의 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혹은 월급이 오르는 날에 맞춰서 저축양 늘리는 것을 미리 설정해 놓는 것이다. 다른 날에 비해 특별한 날이기에 심리적 반발심이 적어 효과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고,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 또 다른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불확실성인데, 우리에게 예측 가능한 면이 있다는 것은 사실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맛있는 것이 많고, 살 것이 많은 현대 세상에서 저축은 실제로 전쟁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예측 가능한 부분을 잘 이용한다면 적어도 중간은 갈 수 있다. 아는 만큼 저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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