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보에겐 이해 안 가는 이장님, 맞장 뜨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이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시골 초보에겐 이해 안 가는 이장님, 맞장 뜨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이유

글 : 김용전 / 작가 2024-08-12

시골로 이주하면 싫든 좋든 반드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이장이다. 이장은 주민들이 마을 총회에서 선거로 뽑으며 임기가 2년인데 연임에 제한이 없으며, 이장 안 해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이장해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한번 하면 계속 연임하는 경우가 많다. 월 40만 원의 수당을 받지만, 어찌 보면 자기 일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마을 일에 올인해야 하는 봉사직인데 왜 계속하려 할까? 그만큼 누리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에 무슨 권력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시골에 안 살아본 사람이다. 이장의 권력은 거짓말 좀 보태서 마을의 황제 비슷한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리고 전국의 마을 이장은 대부분 개인의 삶을 희생해가면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지만, 간혹 사심을 품고 일하는 이장도 있는데 귀촌자 중에 정의한(正義漢)이 이런 이장을 만나면 십중팔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한의 함정


국어사전에 의하면 ‘정의한’이란, 정의감이 강한 사람을 말하고, ‘정의감’은 의리에 맞고 옳고 떳떳한 일을 행하려는 마음인데, 그 마음이야 갸륵하지만, 문제는 ‘정의한의 함정’이다. 정의한의 함정이란, 조그만 불의라도 행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고 전제한 뒤 사회를 위해 불문곡직하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명감에 불타는 것이다. 달리 말해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것인데 요즘 시대 자체가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니 어찌 평안하겠는가? 필자가 아는 귀촌자 중에도 이런 함정에 빠져서 풍파를 겪은 이들이 심심찮게 있는데 그중에 최고봉은 마을 회의에서 주민 자격을 박탈당하고 쫓겨난 사례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편 추방제도 아니요, 엄연히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찌 그런 일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멀지도 않은 가까운 이웃 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주민들이 모여서 몽둥이를 들고 쫓아낸 것은 아니지만 마을 회의에서 주민 자격을 박탈한다는 안건을 투표에 부쳐 가결한 것이다. 그런 투표를 하거나 말거나 그냥 눌러살면 될 거 아니냐고 하지만 시골살이라는 것이 전체 주민과 등지고 산다는 건 지옥과 다름 없는 일이다. 


그럼 그 지인은 왜 그런 지경까지 갔을까? 서막은 바로 그 마을 이장이 마을 기금을 횡령했다고 항의하면서 시작되었고 2막은 주민이 둘로 쪼개지는 싸움으로 번졌다가, 결국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게 알려지면서 마을 주민이 모두 지인에게 등을 돌리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귀촌을 꿈꾸는 독자 중에 평소 정의한을 자처하는 이가 있다면 다음의 다섯 가지를 명심하라고 간곡히 권한다.


귀촌을 꿈꾸는 자가 명심해야 할 5가지


첫째, 왜 귀촌했는지를 항상 잊지 말라. 시골의 정의를 구현하려고 귀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골에 살아보면 이런저런 불합리가 자꾸 눈에 띄게 되는데 그러면 소위 주먹이 근질거린다. 왜 그럴까? 직장에서는 일에 불합리하고 비능률적인 게 있으면 그걸 밝혀서 바로 잡는 적극적 자세로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골에는 그런 불합리가 있어도 다들 문제없이 행복하게 산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이웃의 동조를 근거로 내 정당성을 판단하지 말라. 시골 사람들은 대부분 직언을 피한다. 그래서 누구 앞에서 누구를 단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역도 마찬가지이다. 즉 내가 누군가를 지목해서 나쁜 놈이라고 욕하면 내가 미안하지 않게 그냥 동조해 준다. 만약에 당신이 이장의 비리를 잡고 비난하면 강하게 동조하다가 그 일이 만에 하나 공론화되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 이장 편에 서버리거나 ‘난 잘 모르는 일’이라고 물러서 버린다. 




셋째, 관(官)의 공정성에 기대지 말라. 당신이 관에 가서, 우리 마을 이장에게 이런 비리가 있다고 고발하면 아 그래요! 하며 놀라는 척해도 당신이 집에 도 착하기도 전에 이장에게 전화가 간다. 시골 인맥의 끈끈함은 해병전우회를 능가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왜 아내를 스물아홉이나 두었는지 잊지 말라. 


넷째, 앞에 사례를 들었지만 빼박 증거가 없다면 절대로 섣불리 나서지 말라. 사심으로 일하는 이장일수록 당신이 들이박으면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변명하며 쩔쩔매지만, 이미 당신이 그 마을에 오기도 훨씬 전부터 만약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 


마지막으로 브이 포 벤데타를 꿈꾸지 말라. 다 아시다시피 벤데타는 악에 대한 피의 복수이지만 그 근저에는 그리 안 하면 안 되는 숙명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며 또 주인공은 그것을 수행할만한 탁월한 문무를 겸비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았고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했어도 영화의 주인공처럼은 될 수 없지 않은가? 또 내가 세상의 정의를 구현할 매트릭스의 ‘그’도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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