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오롯이 감상하기에 휴가철만큼 좋은 기간도 없습니다. 내일 아침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영화가 그리는 세상으로 퐁당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역대 가장 더운 열대야가 이어지는 이번 휴가철,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줄 만한 작품들을 모아봤습니다. 

나이브스 아웃

생일파티 날 사망한 작가, 탐정은 가족을 의심했다

성공한 추리 소설 작가가 자신의 85세 생일파티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가족에겐 비극이 될 만한 일인데, 어쩐 일인지 명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은 가족 구성원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립니다. 슬픔에 빠져 있는 가족을 그가 의심하는 이유는 한 가지. 바로 소설가에겐 재산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들과 손자, 며느리까지 모든 식구가 그의 자산을 노릴 만한 이유가 있었죠. 탐정은 이들이 노작가와 평소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하나씩 살펴봅니다. 

이 영화는 추리물 마니아를 넘어 여러 일반 관객에게 사랑받았는데요. 작품 속 설정이 ‘추리를 위한 추리’가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받습니다. 감독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 속에서 각종 트릭을 자연스럽게 배치하죠. 누가 죽였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으로 출발해서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을 한 사람으로 매듭짓는 제작진의 바느질이 정교합니다. 식구들과 함께 감상하며 서로의 추리 실력을 뽐내 봐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네요.  

<나이브스 아웃>을 볼 수 있는 OTT: 넷플릭스, 티빙, 왓챠, U+모바일tv

펀치 드렁크 러브 

살아 있던 그는 사랑에 빠졌고, 살아가고 싶어졌다

주인공 배리(아담 샌들러)는 번듯한 사업체의 사장님이지만 어디를 가든 위축된 모습입니다. 그건 7명이나 되는 여자 형제에게 들볶이며 자라온 성장 배경 때문인데요. 누나들과 동생은 배리를 늘상 아이 취급하며 놀렸고, 성인으로 대우해주지 않았죠. 배리가 자기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버릇없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꾸짖을 뿐입니다. 자연스레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체념하는 성격이 됐고, 이 때문에 공갈범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악인은 약자를 알아보는 법이죠. 

그러던 어느 날 배리에게 찾아온 레나(에밀리 왓슨)는 누나들과는 달리 그를 배려합니다. 그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안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릴 뿐이죠. 배리는 처음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살아 있을’ 뿐이었던 배리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하지만 배리의 나약한 면모를 알고 있는 공갈범들은 그를 어떻게든 물어뜯으려 하는데요. 텅 빈 마음을 사랑으로 충전한 이 남자는 불의와도 맞설 수 있을까요.

<펀치 드렁크 러브>를 볼 수 있는 OTT: 왓챠, U+모바일tv

인크레더블2 

슈퍼 히어로는 독박육아도 잘 할까

세상을 구하며 활약하던 슈퍼 히어로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가족은 언젠가부터 무척이나 무료해집니다. 제도적 해결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며 시민들이 영웅을 찾지 않게 됐기 때문인데요. 그러던 도중 아내인 일라스티걸이 히어로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에 투입되며, 남편인 인크레더블은 세 아이의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게 됩니다. 아내는 일하고, 남편은 육아휴직을 쓰게 된 셈이데요. 인크레더블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아내의 일에 비해 자신이 하는 일은 보잘것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인크레더블은 육아가 장난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첫째의 남자친구 고민을 들어주는 데도 서툴고, 둘째의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데도 애를 먹죠. 무엇보다도 시도때도 없이 불꽃 괴물로 변하는 막내 잭잭 때문에 육아의 어려움을 체감하게 됩니다. 나날이 늙어가던 그는 슈퍼 히어로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합니다. 아이들의 문제를 척척 해결해주려는 욕심도 내던지고, 자녀와 눈높이를 맞춰 함께 상황을 풀어가게 되죠. 다음 세대를 행복한 사람들로 키워내는 건 슈퍼 히어로의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되새기게 하는 작품입니다. 

<인크레더블2>를 볼 수 있는 OTT: 디즈니+